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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인 내가 할 수 있는 일

등걸잠

2024. 06. 24. 월요일

조회수 11

오늘 왜 이리 다들 기분이 안 좋은 건지? 아니면 내가 그렇게 기분이 안 좋았던 건지?
시0는 1교시 마친 쉬는 시간에 칠판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쉬는 시간이 마치자 3분 뒤에 그리기를 멈추라고 했다. 거부한다. 30초마다 단계별로 고성의 지도인 4단께까지 지시의 강도를 높이겠다고 했다. 3단계에서 내려와 거부감을 표현한다. 지우개와 마카를 거칠게 책상에 내려놓고는 거칠게 걸어 자리로 갔다. 다행히 자리에 앉는다.
이어서 왜 책상의 ㅐ는 영어 H인데 왜 지금 여기에 있는 거냐며 쓰기 싫다고 한다. 읽기로 과제를 바꿨다. 읽기 싫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은 책으로 공부하는 게 싫다고 한다. 단어를 써주고 교과서 지시문에서 글자를 찾도록 했다. 여러 가지 거부감을 표현하더니, 쉬는 시간인데도 계속 공부하겠다고 하고, 밥 먹는 시간인데도 밥을 안 먹겠다고 한다. 2분씩 타이머를 해두고 어찌할 건지 물어보고 답을 들었다. 다른 일체의 말에 반응하지 않고 딱 2분 마다 질문하고 답을 들었다. 차차 진정됐고 일과 흐름에 따라 움직일 수 있었다.
시우는 무슨 일일까? 행동이 유난히 산만하며, 주의를 빙빙 돌며, 제자리에서도 빙빙 돈다. 소리를 지르고 이제 곧 다 풀이하는 수학문제집을 목적에 두고 멈춘듯하다. 수업을 마친 뒤 엘리베이터를 타려 기다리는데도 이리 저리 돌아다니며 빙빙 돌고 소리를 지른다.

아이의 행동의 왜 이렇게 번잡하게 느껴질까? 난 아직도 학생이 내 의도대로 움직일 거라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상황은 절대 내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이 절대 진리를 왜 아직 수용하지 않는 걸까? 내가 나 스스로에게 그렇듯 다른 사람의 마음 속에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은 아주 미세하게 작은 부분임을 왜 알지 못할까? 갑자기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 사진이 떠오른다. 우리 우주는 대부분 텅 비어있고 차갑고 우리 인간에게는 적대적이다. 하지만 푸른 점 그 안에서 온갖 무시무시하며 부조리한 일이 생겨난다. 하지만 우리는 우주를 보며 아름답다고 감탄한다. 우리가 우주의 기운과 통해야 하며 그것이 잘 사는 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주와 우리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저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금방 새로운 쓰레기가 보일 복도 바닥에서 지난 학생이 널부러뜨려놓은 쓰레기를 줍는 것이다. 나도 학생을 대할 때, 사람을 대할 때, 환경을 대할 때, 이런 마음을 가져야할 것이다. 그저 난 주변을 정돈하는 것이고, 씨앗을 심는 거고, 다시 무위로 돌아갈 행위에 유위를 만드려는 시도를 해야하는 것이다. 만약 여기에 신의 축복이 함께 한다면 그제서야 열매라는 것을 볼테지만, 인간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딱 거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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