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6. 21.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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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한 활동을 보여주니 하기 싫단다. 다른 걸 만들고 싶단다. 마침 일대일 수업이 가능해 체념하듯 알았다고 말했다. 자리에 앉고 나서는 필요한 것을 이것저것 말한다. 없다고 해도 찾아보라는 듯 그게 있어야한다고 말한다. 나는 또 거기에 기계적 반응이라도 하듯 갑자기 대체할 수 있는 물건이 머리에 떠올랐다. 책상 밑을 뒤져서 그 물건을 꺼내서 보여주니 흡족해한다. 만들기 동영상을 보며 해야하니 동영상도 틀어달라고 한다. 틀어서 보여줬다. 하다가 안 되니 도와달라고 한다. 구멍을 뚫고 매듭을 지으니 금방 종이컵 전화기가 완성됐다. 세상 환한 아이 얼굴을 보며 나 역시 학생의 지시를 받는다는 생각에 불편했던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전화기에 대고 이런 말 저런 말을 주고 받았다. 너무너무 신나했다. 한 10분 정도 전화기로 수다를 떨며 단둘이 놀았나보다. 그러다 갑자기
'선생님, 아까 선생님이 만들려고 했던 것도 만들어볼래요.'
라 말한다. 만약 이런 상황이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이라면 '으잉, 갑자기 왜 이런 전개가,,,'하면서 뜬금없다는 인상을 주기 충분했을 것이다. 그렇게 하기 싫다고 하던 활동을 갑자기 스스로 하겠다고 하다니 나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우선 준비된 활동으로 학생을 지도했다는 사진을 남겨야했기에 학생이 마음이 바뀔까봐 서둘러 준비물을 책상 위에 올렸다. 그리고 10분도 안남은 시간동안 함께 뚝딱 바람으로 움직이는 종이컵자동차를 완성했다. 완성된 작품과 함께 사진을 찍고 다시 살펴보니 요근래 본 표정 중에 제일 환환 표정이다. 마지막 시간이라
'전화기하고 자동차하고 두 개 다 가져갈래?'
'아니요. 자동차만 가져갈 거에요.'
요즘 내 잔소리가 거슬렸는지 내 지시에 날서게 반응하고 불만을 많이 표현했다. 나 역시 차분하게 대응한다는 이유로 냉담했다. 자신의 의도를 실현하고서도 잊지 않고 선생의 할 일에 잘 협조해준 학생, 그리고 내가 준비한 활동을 좋아해주는 학생을 보니 오늘 하루 피로가 싹 사라졌다. 그동안 아이의 투정에 대해 날서고 매몰차게 대응하지 않고 자꾸 뭔가에 쓸리는 듯 아리는 감정과 정서를 스스로 다스려보려고 애썼던 시간에 대해 학생이 반응해준 것 같아 고마울 따름이다. 오늘은 괜찮아도 아마 다음주부터는 다시 씨름일 것이다. 그래도 가끔 이런 일이 생겨준다면 나도 괜찮게 선생질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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