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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_03 :: 뒤집을래

채설봄

2024. 06. 03. 월요일

조회수 17

ⓒ 2024. 채설봄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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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의 차를 타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얼른 방으로 들어갔다. 축축해진 옷을 갈아입고 책상에 앉아 노트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알게 된 내용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1. 한지윤은 오빠들과 사이가 안 좋음. 그렇지만 왜?
2. 집사의 반응을 보면 한지윤은 잘 웃지 않는 것 같음.

아는 내용이 이렇게 두개밖에 없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펜을 내려놓았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른 채 갑자기 다른 사람에게 빙의가 되어버렸다. 그것도 모자라 오빠 두명은 나를 엄청 싫어한다. 우씨. 다시 생각해도 열받네. 하여튼 지윤이가 무슨 일을 했길래 이렇게 오빠들이 싫어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에 한숨을 푹 쉬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아, 생각해보니 내일 모임이 있다고 했지? 나는 그 모임에 대해서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집사를 불렀다.

"내일 있는 모임, 누구누구 오는 모임인가요?"
"내일은 아가씨 가족분들과 기업 이사분들이 참석하시는 모임입니다. 그리고 아.. 아닙니다."
"계속 말해봐요."
"아니, 아닙니다."

난 그저 뭐라고 말하려고 했는지 궁금해서 한 말인데, 갑자기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왜 내 눈치를 보고 있지? 나는 그러지 말고 계속 이야기하라고 했다. 집사는 한숨을 내쉬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아가씨, 저번처럼 또 난리 부리시면 안되는 거 아시죠...? 그러다가 진짜 기업에 타격 가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다행히 아직까지는 기업에 타격은 없었지만, 아가씨 기업과 관련 있는 사람들은 웬만해선 그 일 알잖아요.."

그 일? 무슨 일을 말하는 거지? 나는 집사에게 더 물어보려 했으나 집사는 도망치듯 방을 빠져나와 버렸다. 집사를 잡으려고 뻗었던 손을 내리고 얼른 책상으로 달려가 다시 노트를 꺼내 기록했다.

3. 한지윤은 예전 어떤 모임에서 난리를 친 적이 있다.

집사의 말을 들어보니 한지윤이 예전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난리를 부린 적이 있었나 보다. 그 일 때문에 오빠 두명이 한지윤을 싫어하는 걸까? 정말 일이 그것뿐이었을까? 이건 좀 알아봐야겠다. 어쨌든, 내일 모임 때는 교양있게 굴어야 하니까... 테이블 매너쯤은 알아두는 게 좋겠지? 근데 난 지금 테이블 매너를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상태다. 뭐, 그쯤이야 금방 배우지!! 나는 얼른 휴대폰을 키고 테이블 매너를 검색했다.

...테이블 매너 금방 배운다고 했던 사람 누구냐.. 테이블 매너는 정말 복잡했고, 종류도 많았다. 결국 나는 테이블 매너와 다른 기본적인 매너들을 배우느라 새벽 3시까지 자지 못했다.

다음 날 저녁, 우리 집은 분주해졌다. 나는 얼마 못 잤는데 아침 일찍 눈이 떠지는 바람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드레스룸으로 내려갔다. 가정부가 전해준 옷을 입고, 거울로 내 모습을 살폈다.

"..예쁘네."

거울에 비친 한지윤은 객관적으로 예뻤다. 갸름한 얼굴에 큰 키, 조그마한 머리와 부드러운 머릿결은 정말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오밀조밀 모여있는 이목구비는 귀여우면서도 어딘가 우아한 분위기를 풍겼다. 또 새하얗고 부드러운 피부도 아름다운 미모에 한몫했다. 가정부가 건네준 드레스는 별다른 장식이 안 달려 있는 검은색이었지만 얼굴 덕인지 전혀 초라해 보이지 않고 우아해 보였다. 이리저리 얼굴을 살피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화장을 해야겠어.'

생각해보니 지금 나는 화장도 안 한 상태의 얼굴이었다. 이 얼굴에 화장도 좀 해주면 정말 끝내주게 예쁘겠다는 생각이 들어 얼른 내 방으로 들어갔다. 내 퍼펙트한 화장솜씨를 뽐내줄 시간이 왔군. 내가 회사원이었을 때도, 나는 회사에서 화장 잘하는 직원으로 꽤 이름을 날렸었고, 워크샵 단체 촬영 같은 날에는 여직원들이 화장 받으려고 내 앞에 줄을 섰다지, 에헴.

나는 커다란 거울이 달려 있는 화장대 서랍을 열어가며 화장품을 찾았다. 원래 화장품 몇개는 화장대 위에 올려져 있는데, 지윤이의 화장대 위에는 조그마한 탁상시계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한지윤, 명색이 대한민국에서 제일 부자인 아버지의 밑에서 자란 딸인데, 화장품 몇개쯤은 있겠지.

...놀랍게도 없다. 아니, 얘는 화장을 안 하고 다니나? 무슨 재벌집 딸이 그 흔한 립스틱도 하나 없어? 그냥 화장 하지 말까 생각도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지윤이의 얼굴은 화장을 하면 정말 예쁠 것 같아서 포기할 수 없었다. 시간도 좀 남았겠다, 가정부에게 화장품 좀 달라고 하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저 화장품 좀 주세요. 제 방에 화장품이 없어서.."

그러자 가정부의 표정이 약간 굳었다. 뭐지, 나 말실수했나? 혹시 화장품 전부 다 가져오라는 싸가지 없는 말로 들렸나?

"기본적인 것들만 주시면 돼요..!"
내가 그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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