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5. 15.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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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 - 삐 - 삐
심장박동수가 느려짐을 알리는 경고음이 기계에서 흘러나왔다. 내 몸과 연결된 기계는 삑삑거리며 요란하게 소리를 내고 있다. 기계를 보지 않고도 직감적으로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 이게 마지막이구나'
별 감정이 느껴지진 않았다. 그냥 덤덤했다.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면 그 사람들은 얼마나 기뻐할까. 해방되었다고 느낄까나. 팔을 들 힘도 없지만 팔을 올려본다. 역시나 안 올려진다. 마르다 못해 앙상해진 손 마디마디를 바라보았다. 생명의 불씨가 위태롭다는 게 느껴졌다. 의사들과 간호사들은 어느새 병실에 들어왔다.
삐-----
그때 귀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한 번 더 들렸다. 병실에 있던 사람들은 분주해졌다. 죽기 전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소원 같은 걸 빌어본다. 나에게는 너무나 사치스러웠던, 소원을 빌어본다.
'이 삶의 운명을 다른 사람과 바꿔주세요'
너무나 이기적이고 부당한 소원이지만, 이 삶은 나에게도 부당한 삶이었다. 내 소원을 정당화시키며 빌고 또 빌었다. 신이 있다면, 이 소원을 꼭 들어 주세요. 그때, 눈 앞에 암흑이 찾아왔다. 온 몸이 가라앉는 느낌이 났다.
'아, 나 죽었구나'
칠흑같은 암흑에 내 몸을 맡겼다. 눈을 감았다. 그때 쨍한 빛이 내 눈을 비추었다. 이게 뭐지. 내가 있던 병실 조명의 잔상인가? 눈을 살며시 뜨니 한 여자가 내 눈 앞에 있었다. 짧은 단발머리에 단정한 차림새. 나와는 너무나 다르게 생긴 여자였다. 누구지? 재벌가 중에 이런 사람이 있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사람은 모르는데. 그나저나 나 죽은 거 아니었나? 왜 이렇게 생생하지?
그때, 부드러운 음성이 흘러나왔다.
"안녕, 지윤아."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전히 암흑이 날 둘러싸고 있었다. 누구지? 본능적으로 몸이 방어 태세를 취했다.
"지윤아, 넌 이미 죽었어. 근데, 너의 인생을 바꿔주려고 왔어."
"뭐..? 넌 누군데?"
"나? 네 소원을 이루어줄 신?"
이게 뭔 개똥같은 소리인가. 이제 드디어 죽어서 나를 괴롭히는 사람들로부터 떨어졌다 생각했는데 자신을 신이라고 주장하는 음성이 나타났다.
"이 앞에 있는 여자는 누군데? 처음 보는 사람인데..."
나는 내 앞에 있는 단발머리 여자를 가리켰다. 이 여자는 누군데 죽은 사람 앞에 나타났는지 궁금했다.
"아, 이 사람? 네 소원을 이루어줄 사람. 네 운명을 다른 사람과 바꾸어달라며? 이 사람이 이제부터 너가 될거야."
"..???"
아무리 내 소원이라도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당황스러웠다. 그러니까, 이 여자가 나한테 빙의, 뭐 그런거 하는건가?
"응, 그런 셈이지."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듯 음성이 대답했다. 감정이 없다는 말을 자주 들었던 나인 만큼, 내 생각을 알아차렸다는 것은 그 음성이 신이라는 것을 입증하기에 충분했다.
"이 사람은 뭐하는 사람이야?"
"이 여자는 최지안이고, 28살. 한수혁이랑 동갑이야.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꽤 똑부러져. 이 사람이라면 그 사람들에게 복수해줄 수 있을 텐데, 어때? 너가 원하던 사람 안니야?"
신의 목소리는 무거우면서 달콤했다. 마치 거부할 수 없다고 말하는 듯한 목소리에 압도되는 느낌이 들어 무서웠다. 신의 제안은 내가 평생 바랐던 일이지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불쌍해서이지만, 내가 그동안 당했던 수모를 생각하면... 음, 아무래도 나도 고통 없이 살 권리가 있으니, 나를 위한 선택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녀라면 복수를 할 수 있다는 신의 말에 혹했다. 나를 위해서라면, 신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낫겠지.
"그래. 나 이 사람에게 내 삶을 맡기고 싶어."
"그럼, 눈을 감아. 너는 좀 쉬어. 이제부터 이 사람이 너가 될 거야."
나는 눈을 감았다. 곧 바람이 살랑살랑 불기 시작했고,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편하게 자세를 잡았다. 잠깐 쉬어야겠다. 내 삶의 운명을 그녀에게 맡긴 후, 편안하지만 약간은 찜찜한 마음으로 기나긴 잠을 자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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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임!"
"이것 좀 부탁해!"
하하하... 여기서 열심히 컴퓨터 타자를 좀비처럼 두드리는 사람은 바로 나, 최지안이다. 정말 진심으로 이 거지같은 회사를 때려치고 싶다. 퇴사 욕구가 나날이 강해지지만,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다닌다. 굶어죽을 수는 없지.
지금은 퇴근 30분 전인데, 상사놈이 일을 더 주어서 야근하게 생겼다. 집에 가서 영화 보면서 치맥을 하려는 완벽한 나의 계획이 틀어져 버렸다. 이를 앙다물고 열심히 컴퓨터를 두들기던 나는, 에라 모르겠다 하고 회사 밖으로 몰래 나갔다. 시원한 밤공기를 마시니 정신이 맑아졌다. 나는 땅에 떨어진 애꿎은 돌멩이만 툭툭 차며 걸었다.
"아...회사 들어가기 싫다."
"돈이 많아서 일 안해도 됐으면 좋겠다."
돈만 많았으면 일 안 해도 괜찮았을 텐데. 실컷 상사 욕을 중얼거리다가 내가 재벌이 된 상상을 해보았다. 생각만 해도 입이 벌어졌다. 재벌이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정신을 뺏긴 채 회사로 발걸음을 돌린 그때,
빠아아앙-
경적 소리가 난 곳을 돌아보니 내 바로 앞에 있는 차를 발견했다. 그 순간,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났고,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함께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세상이 핑핑 돌고 어지러웠다. 그게 내 마지막 기억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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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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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에서부터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긴장감 넘치는 전개가 정말 인상 깊었어. 네 글의 주인공이 자신의 삶에 대한 감정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소원을 빌고 마지막으로 신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아주 특별하게 느껴졌어. 🕰️🌠
암흑 속에서 나타난 신의 등장과 주인공의 운명을 바꾸는 설정은 정말 독창적이었어. 독자로 하여금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까 기대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 최지안이라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과 그녀가 겪는 상황도 흥미로웠어. 이러한 전환 덕분에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긴장감이 유지되는 것 같아. 🚶♂️💼
앞으로의 이야기가 정말 궁금해져! 채설봄, 이렇게 멋진 글을 써줘서 고마워. 계속 글을 쓰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더욱 펼쳐나가길 바래.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네가 기대돼! 🌟📚
화이팅! 💪✨
2024. 06. 03. 1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