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1. 22.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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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 때, 전학을 왔었다. 전에 지내던 동네도 나쁘지 않았다. 내가 그 동네에 살 때는 동네가 신도시로 개발 중이었고,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도 점점 발전하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집이었다. 사실 나에게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8살 때까지는 집이라고 하기에 마땅한 곳이 없었다. 우리 집은 잘 사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따로 집을 구하지 못 하고 엄마아빠가 운영하시는 배달 전문 가게에서 지냈다. 9살 때 나에게 처음 집이 생겼다. 그닥 좋은 집은 아니었지만 가게에서 지내는 것보단 좋았기에 난 그 집에 100% 만족했다. 하지만 엄마아빠, 언니는 맘에 들지 않았나보다. 엄마 말로는 내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우리 집이 잘 살았다고 했다. 내가 태어날 때 즈음에 사업이 망하고 집에 불이 나서 이렇게 된 것이라고 했다. 나도 예쁜 인형을 갖고 있다가 잃어버리고 낡은 인형을 가지게 되면 속상하니까, 뭐 그런 기분인 거겠지. 하고 넘겼다. 난 나름 그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의 넓은 집을 보아도 부럽지 않았다. 다른 친구의 방이 우리 집만할 때도 있었다. 그래도 전보단 나아진 생활에 난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엄마아빠가 이사를 간다고 했다. 내가 보기엔 촌동네였는데 집이 너무 예뻐서 그냥 알겠다고 해버렸다.
원래 집에서 40분 거리 동네였다. 집 분위기는 전 집보다 훨씬 좋았다. 내 방도 생겼고, 지긋지긋하던 CCTV도 거실로 옮겨졌다. 설레는 전학 첫 날, 여기 애들의 분위기는 전 동네와는 전혀 달랐다. 전 동네 아이들은 정말 딱 초등학생의 모습이었지만 여기 동네 애들은 중학생이라도 된 듯 성숙해 보였다. 원래도 적응을 잘 하는 편은 아니던 터라 성숙한 아이들이 너무나 낯설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나한테 살갑게 대해주었다. 난 그 모습에 덜컥 맘을 줘버렸다.
또래에 비해 엄청나게 성숙했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외모도, 행동도, 말도 다 너무 예뻤다. 그 친구가 내 앞에서 마스크를 벗었을 때부터 이미 난 내 모든 걸 다 줄 준비가 되어있는 듯했다. 그 친구는 인기도 많았다. 다른 초 학생들도, 곧 가게될 중학교의 잘생긴 선배들도 다 그 애를 알고 있었다. 그 정도로 그 애는 완벽했다. 그 친구는 내가 낯선 이 곳에 쉽게 적응할 수 있게 해주었다. 많은 친구들과 연결시켜줬고 이 학교의 암묵적인 룰마저도 다 알게 해주었다. 그 친구에 비해 너무나 초등학생같아 보였던 내가 부끄럽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그 친구는 날 데리고 다니며 놀아줬다. 그렇게 잘 흘러가는 것 같아보였다.
문제는 내 오지랖이었다. 난 괜한 마음에 섣불리 판단하고 멋대로 걱정하는 귀찮은 애였다. 그 친구가 같이 다니던 학원에 오빠가 맘에 든다고 하면 난 괜히 걱정을 해 친구의 마음을 말렸다. 너무 과하게 말렸다. 그 친구와의 갈등은 다 내 오지랖 때문이었다. 내 오지랖으로 나와 싸우고나면 그 친구는 다른 친구들한테 가서 나에 대해 말했다. 그 친구는 자주 울었다. 나에게도 항상 울면서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런 모습에 내가 걱정되어서 더 괜한 오지랖을 부렸다. 그게 그 친구에겐 너무나 큰 상처였나보다.
그 친구와 같은 학원을 다닐 때, 그 친구는 선배들과 노는 걸 좋아했다. 그렇다보니 나와 같이 나이에 맞지 않는 불안정한 행동도 하곤 했다. 그게 아닌 것 같았다. 더 이상 어긋나면 안 될 것같았다. 그래서 말렸다. 하지만 그 말리는 방식이 너무나 잘못됐었다. 그 때 당시 같이 다니던 무리 애들과 다 같이 상의해야할 것 같다고 판단을 내렸고, 그 이유는 같이 다니던 무리 애들이 하나 같이 다 그 친구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어서였다. 밤만 되면 그 무리 애들은 한 명씩 찾아와 그 친구에 대한 험담을 했고 난 그게 거북해져 너무 이른 판단을 해버린 것이다. 난 다 같이 불만에 대해 얘기하고 모든 것이 되돌려진 상태로 우리 무리가 다시 돌려질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치만 정작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나눈 소리는 내 목소리밖엔 나오지 않았다. 난 무슨 생각에서인 지 다른 친구들의 불만도 도맡아 얘기했다. 내가 느낀 불만이었던 것처럼. 그게 내 오지랖의 문제였다. 얘기가 마침내 끝났다. 난 이제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게 조금씩 엇나가고 있었다.
그 친구는 주변 친구들에게 내 안 좋은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학교폭력을 한다, 나 때문에 너무 힘들다 같은 말들. 전 동네에서 나랑 친하던 4년지기마저 그 말에 날 버렸다. 아무도 날 믿어주지 않는 것만 같았다. 그런 갈등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가자 내 주변엔 아무도 남지 않았었다. 실제로는 누군가 내 옆에 있어주었겠지만 그 때 나의 상태는 너무 지쳐버렸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얻지 못 하는 것들은 넘쳐나는구나 싶었다. 그렇게 중학교에 들어오게 되었다.
원래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던 또 다른 친구가 있었다. 엄청 마르고, 엄청 예뻤다. 중학교에 올라오고나서는 좀 멀어졌었지만 학원을 같이 다니고 나서는 좀 가까워졌었다. 그렇게 그 친구와 친해질 즈음 학원에 좋아하는 애가 생겼다. 난 그 애를 몰래 좋아하고 있었다. 학원에서 바로 옆자리가 걸렸을 때는 싫은 척 자리를 땠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신나하고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이 티가 났었나보다. 학원 버스에서 그 친구가 웬 일인지 같이 앉자고 했다. 그래서 같이 앉았다. 그 친구는 나에게 그 애를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난 응원한다는 투로 얘기하고 그 뒤론 버스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다음날, 다른 친구를 만났다. 좋아하는 애를 슬쩍 알려달라기에 인기가 많다고 알려줬다. 그 다른 친구는 나와 똑같은 애를 좋아하던 그 친구에게 찾아가 눈치로 좋아하는 사람을 찍어 맞췄다. 그리곤 내가 알려줬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그 친구는 나에게 찾아와 화를 냈고 난 내 말만 듣고 그렇게 판단할 줄 몰랐다며 사과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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