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1. 21.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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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다고 스스로 느낄 때, 내가 여러 행동들을 하게 되는 게 내 자신을 싫게 만든다. 우울하다고 느낀 내 자신을 미워하는 것 조차도 버거운데 내가 말을 하거나 양치질을 하는 게 역겹게 느껴진다. 제일 역겹게 느껴지는 건 내가 밥을 먹을 때인 것 같다. 우울한 상태로 입을 움직여가며 음식물을 씹는 게 자책감이 드는 것 같다. 내가 그렇게 우울한 기분에 빠져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살려고 어떻게든 꾸역꾸역 밥을 먹는 게 다른 행동보다 더 역겹게 느껴진다.
중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때 즈음, 난 적응을 하기 어려웠다. 사실 그렇게 머리 아플 일도 아니었지만 갈등 하나에 무너질 만큼이나 내가 너무 약했다. 약한 내가 너무 싫었어서인 지 내가 놓였던 상황을 신경쓰기엔 내 스스로가 너무 어리다고 무력함을 합리화하는 내가 싫었어서인 지 하루도 빠짐없이 우울했었다. 끼니를 거르기에는 부모님이 날 걱정하실까봐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먹었다. 예전처럼 하루종일 밖에 있었다면 먹지도 못 했을 집밥이, 우울하다는 생각에 빠져 항상 집에만 있다보니 꼭 먹을 수밖에 없었다. 혼자 먹는 밥은 그저 짐 같았고, 꼭 해야하는 일만 같아서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입 안에 들어있는 밥알을 씹을수록 내 자신이 배로 한심해지는 것 같았고 숨이 막혔다. 짜디 짠 반찬 맛이 싱겁게만 느껴졌고 그렇게 죽을 듯이 힘들어했으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 밥알을 목 뒤로 넘기는 게 너무 한심해서 울면서 밥을 먹었다. 내가 먹고 있는 반찬은 싱거웠고 내 입에 흘려들어가는 눈물은 너무 따뜻하고 짰다. 밥을 먹으면서 울고있으면 입에 흘려들어오는 그 따뜻함이 마치 누군가 나랑 같이 밥을 먹고 있어주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느끼는 내가 너무 싫었다.
더 거슬러가 9살 때, 우리집은 형편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엄마아빠는 가난이 힘들어 우리 가족을 버티기엔 너무 버거워보였다. 그게 9살 나의 눈에도 또렷하게 보였다. 엄마아빠에 비해 너무 작았던 나에게 엄마아빠는 내 등에 내가 버틸 수 없는 무게들을 얹어주었지만 난 그런 엄마아빠를 이해했다. 엄마아빠도 아직 어리니까, 엄마아빠도 이렇게 살고 싶진 않았을테니까 하며 버텨내왔다. 그런 내가 한 편으로는 대견하기도 했지만 9살을 그렇게 보낸 내가 너무 미웠다. 내 9살은 좀 더 어려야했고 다른 친구들처럼 겉보기에 어리광도 부리는 귀여운 막내로 보내야 했다. 나 스스로도 불안정한데 더 불안정한 가정을 보고 철이라도 들어야겠다 다짐한건 지 아무리 노력해도 내 힘으로는 해결되지도 않을 돈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애썼다. 무척 사고싶었던 옷을 멀리 하고, 너무 작아서 맞지도 않고 다 허물어진 언니 옷을 입었다. 먹고싶었던 몽쉘도 맘에서 지워냈다. 그 작은 일들이 그 땐 그렇게 서운했다. 하지만 다시 또 한번, 엄마아빠도 이렇게 살고싶지 않았겠지. 내가 망친거겠지. 그렇게 나 스스로 내 등에 감당하기 힘든 무게들을 올렸다. 그런 내가 한심하고 미웠다.
앞으로도 내가 싫은 날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겠지. 또 다시 그런 날들이, 더 큰 일들이 날 아프게 하겠지. 난 그걸 버티지 못 하고 다시 날 스스로 상처내겠지. 안 올 지도 모를 날들이 계속 날 옥죄어 오는 것만 같지만 그 끝에 나한테 다가올 행복을 이제 난 기대할 수 있다. 이 세상에선 한 없이 작았던 날들, 행복할 수도 있을 날들은 이미 지나가버렸지만 그 지난 날로 인해서 아직도 한 없이 작은 나를 크게 만들 희망이 생겼다. 나이에 비해 너무 빨리 어른이 되려고 했지만 그 날들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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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1. 21. 2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