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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어느날 신랑이 써준 짧은 편지

행복한호야맘

2023. 11. 07. 화요일

조회수 125

쉽고도 어려운 평범한 하루 하루를 함께 해주는 당신.
당신과 나 사이 예쁜 딸이 있도록 해준 당신.
행복과 밝음을 주는 당신.
함께 해주어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
이 짧은 글을 읽고 안도했다. 나를 싫어하거나 미워하는 건 아니구나. 말이 없고 대화를 부담스러워 하는 남편. 결혼 전엔 내 얘기를 밤새도록 들어주는 다정한 사람이라 좋았다. 다른건 다 상관 없었다. 부드러운 인상과 다정함과 경청해 주는 그 사람이 나를 무척 사랑한다고 느꼈다. 그렇게 한 결혼생활...

관계와 소통을 좋아하고 대체로 긍정적인 나와 전혀 반대의 성향을 가진 그 사람.
집안은 나의 말소리로 채워지고 내가 말하지 않는 순간들엔 고요만이 감돌았다.
퇴근후 집에 돌아오면 소파에 붙박이가 되고 시선은 티비만을 향한다.
고단하겠구나.
저렇게 지친 하루를 말없이 충전하는구나.
하루의 일과를 물어보고 표정없는 그를 웃게하고 싶어 옆에서 재잘거렸는데 점점 그 사람에게 피로감을 더하는 것 같고 휴식을 방해하고 있다는 느낌만 들게 되었다.

나만 그 사람의 하루, 기분 등이 궁금하고, 그는 더이상 나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듯한,
뭔가 자꾸 벽을 쌓는 듯한 그 사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휴식권을 보장해 주는 것 뿐이었다.

숨 막히는 고요함 속 자꾸만 그 사람의 기분을 살피게 되고 그는 그런 나의 시선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내가 더이상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몰라 난감했다.
다양한 방법을 도모해 봤다.
원하는 걸 물어보기도 했고 그때마다 무반응의 그를 보고 내가 무얼 잘못했나. 나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안드는지 자문자답 의기소침해 지고 그와 단절된 다른 공간으로 피하게 되었다.

내가 행복하지 않은건 너무나 자명하고 반면 그는 어떨까도 염려되었다.
그의 마음은 알 수 없으나 나는 그를 변함없이 사랑한다.
그와 함께 할 앞으로가 막막하다.
그 사람은 대화를 부담스러워 하고 불만이나 문제가 없다고 그냥 이게 나라고만 한다.
그렇구나. 말하는 그대로구나. 그저 아무 문제 없는 것이다.

편지에 써 있듯이 고맙고 사랑하는 감정은 있는 것 같다.
나를 향해 인상을 쓰고 피하거나 불만을 표현한 적이 별로 없다.
그저 표현이 서툴거나 어색할 뿐인 것이다.
나와 다른 사람이니 그 사람의 그러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2020년 6월의 편지가 오늘 생각났다.
거실 소파와 티비가 있는 공간을 가장 편하게 생각하는 그를 인정해 주고, 나는 방에서 책도 보고 음악도 듣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본다.
3년이 지난 지금도 난 혼자가 별루다.
함께 대화 나누고 눈 맞추고 깔깔거릴 사람이 그립다.

남편과 딸은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한다.
둘을 보면 그 모습이 편안하고 평화로워 보인다. 방해하고 싶지 않다.
오늘의 일기를 알게 되어 좋다.
스스로를 토닥이고 정리 안되는 마음들을 낙서하듯 주절거리고 대화하듯 써내려가는 지금 마음이 편안해 짐을 느낀다.
사랑받지 못하는 느낌, 외로움, 나는 매력이 없나?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 작아지고 작아지는 내 모습과 때론 분노와 우울 속에 빠지기도 하는 내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다.

복잡한 상념들을 쏟아붓고 정리하는 지금,
눈 앞에 놓인 "자기돌봄" "감정은 잘못이 없다" "잔잔하게 그러나 단단하게" 라는 3권의 책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나를 돌보고 감정의 부정적 요소들을 소거하여 단단하고 꿋꿋하게 밝음과 나다움을 지켜낼 것이다.
오늘도 내 힘듦에 지치거나 깊이 빠지지 않고 힘을 내준 나를 칭찬한다.
수고로운 너...푹 쉬자.
내일은 좀더 많이 웃는 하루가 되고 싶다.
내 삶의 주인공은 나다.
내가 쓴다.
인생의 페이지를 내 가치를 높이고 더 나은 의미들로 채워가자.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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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1. 08.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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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행복하세요~
행복한호야맘

2023. 12. 0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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