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4. 15.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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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하나 작성하려 합니다.
제목 추천 받으니 댓글로 ㄱㄱ
내 서랍 속에는 내가 제일 아끼는, 검은색 모나미 볼펜으로 빽빽하게 채워진 노트가 있다. 어느새 이 노트들은 4권 정도 쌓이게 되었다. 그날그날 내가 먹은 음식, 만난 사람, 심지어는 지나가다 본 길고양이의 털 색깔까지 적어둔다. 23살에 대학도 안 가고 방구석에 처박혀 있는 놈이 할 짓이라곤 이런 강박적인 기록뿐이었다. 적어도 이 노트 안에서만큼은 내가 내 삶의 주인이라고 믿었다.
"얘, 너 오늘 약은 챙겨 먹었니?"
거실에서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에 나는 펜을 멈췄다. 약? 내가 무슨 약을 먹는단 말인가. 나는 방문을 열고 나가 주방 식탁 앞에 앉아 있는 엄마를 빤히 쳐다봤다.
"약이라니? 내가 먹는 약 같은 건 없어, 엄마."
엄마는 하던 일을 멈추고 나를 돌아봤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그 감정, '연민'이 가득 차 있었다. 엄마는 식탁 위에 놓인 작은 플라스틱 약통을 내 쪽으로 밀어 넣었다.
"무슨 소리야. 어제부터 병원 다니면서 하루 2알씩 먹기로 했잖니. 박지훈 의사님이 처방해주신 거, 어제도 엄마가 챙겨 줬잖아."
속이 울렁거렸다. 박지훈 의사? 그런 이름은 내 노트 어디에도 없다. 나는 어제 일기를 떠올렸다. '14:00 편의점 폐기 도시락으로 점심. 15:30 퇴근. 16:00 동네 공원 산책. 18:00 피씨방에서 게임. 20:00 집 도착 후 치킨 샐러드로 저녁식사.' 병원 방문 같은 일정은 결단코 없었다.
"나 어제 하루종일 편의점이랑 공원이랑 피씨방에만 있었어. 엄마가 잘못 안 거 아냐?"
머리카락을 꼬면서 대답했다. 내 목소리가 조금 떨렸을지도 모른다. 엄마는 한숨을 내쉬며 핸드폰을 꺼내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 사진 속에는 병원 대기실에 멍하니 앉아 있는 내가 있었다. 날짜와 시간 정보가 선명하게 찍힌 사진. 분명 사진 속의 옷은 어제 내가 입었던 청재킷이었다.
하지만 나는 기억이 없다. 나는 어제 병원에 간 적이 없다.
"너 요즘 자꾸 이러는 거... 정말 걱정돼. 민석이한테도 전화 왔었어. 어제 약속 장소에 나타나서 이상한 소리만 하다가 갑자기 사라졌다고."
민석이? 나는 어제 민석이를 만난 적이 없다. 아니, 만나기로 약속한 적조차 없다. 내 노트는 분명 '나 홀로 산책'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세상은 내가 다른 곳에서 다른 행동을 했다고 증명하고 있었다. 나는 방으로 돌아와 서둘러 노트를 펼쳤다. 어제의 일기 기록을 다시 읽었다. 글씨는 분명 내 필체가 맞다. 하지만 글자를 손으로 쓸어보는 순간, 기괴한 소름이 돋았다.
종이 위에 적힌 글자들이 조금씩 일렁이며 변하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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