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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이즘소설가

2025. 11. 26. 수요일

조회수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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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자리에 앉아라 오늘 성적표 나가니깐 모두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사인 받아 와라."
"네에~..."
우리는 힘 없는 대답을 한다. 역시 다들 똑같구나 성적표는 누구에게 나 정말 싫은 존재라는 것이, 심지어 전교 1등을 했던 자에게도 말이다. 이번에도 전교 2등을 한다면 나는 정말 될게 없다.
또 비교 당하고 무시 당할 것이 뻔하겠지.. 이번엔 정말 전교 1등을 해야 한다. 진짜 제발...
선생님이 번호대로 차례차례 이름을 부른다. 이름이 불리면 앞으로 나가 성적표를 받는다. 곧이어 내 이름이 불린다.
"박수연."
"네."
짧게 대답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
이런, 1등은 또 글러 먹은 듯 하다 선생님이 이리 조용하시니 말이다.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하아..."
한숨을 쉬고 있을 찰나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축하한다. 최윤서 이번에도 전교 1등이야."
"와~ 축하해!"
여럿이 최윤서를 축하하는 동안 나는 조용히 아랫 입술을 깨물었다.
"..."
또 1등을 뺏겼다. 또... 또다.. 짜증나...!
그렇게 나는 성적표를 가방에 수셔 넣고, 반을 나가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자 엄마가 보인다.
"왔어? 성적표는?"
...이게 정상인가. 오자마자 성적표부터 찾는 부모라니 정말 싫다.
"...여기."
조금 망설이다가 가방에서 성적표를 꺼내 엄마에게 건낸다. 그리고 도망치듯 방으로 들어갔다. 이제 남은 것은 잔소리인가...
"하아..."
엄마의 한숨 소리가 방 안까지 들린다. 이제 내 이름을 부르겠지.
"박수연. 나와 봐."
역시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나는 방 문을 열고 거실로 나가 엄마를 마주 본다. 엄마의 저 깨문 입술, 찌푸린 미간, 째릿한 눈빛, 성적표를 들고 있는 떨리는 저 손.. 이젠 익숙해졌다.
"미안."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게 다였다.
"계속 이런 식으로 엄마 속 썩일 거니?"
엄마의 한마디가 내 가슴을 찌른다.
"..."
"하아... 너희 언니는 항상 전교 1등인데 너는 왜 항상 이 모양이니? 공부 제대로 한 거 맞아? 쯧. 됐다. 지금부터 다시 공부해서 내신 준비해. 그리고, 앞으로 놀러 갈 생각 하지마."
"...응."
그놈의 언니 언니 듣기 싫다. 짜증난다. 전부다 엄마도 언니도 최윤서도 나도 다 짜증나고 없어 졌으면 좋겠다.
나는 조용히 방으로 들어간다. 책상에 앉아 연필꽂이에 꽂혀 있는 연필을 멍하게 쳐다 보다 연필을 잡는다. 문제집을 펼치고, 문제를 풀기 시작한다. 어째서 인지 눈에서 눈물이 난다. 결국 잡던 연필을 바닥에 떨어트리고 만다. 흘리는 눈물을 닦으며 다시 연필을 잡는다. 하지만 좀처럼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톡.."
내 뺨을 타고 내리는 눈물이 떨어져 풀던 문제집에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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