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7. 25.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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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은 평소보다 세 배는 더 시끄러웠다.
형광 조끼, 응원막대, 울려 퍼지는 스피커 소리까지.
체육대회는 시작됐다.
“야! 3반 파이팅!”
“야 윤서 뛰어! 뛰라고!”
나는 천막 밑에 앉아, 목에 걸린 명찰만 멍하니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햇살은 미친 듯이 쏟아졌고,
몸이 점점 더 무거워지는 느낌이었다.
“하진아! 너 다음은 아니고 그다음 경기야. 지금 준비하고 있어!”
“응.”
대충 대답하고 물을 마셨다.
목은 마른데, 물이 들어가질 않는 기분.
시연이가 옆에 와서 쪼그리고 앉았다.
“너 얼굴 좀 하얘. 괜찮아?”
나는 거울도 안 보고 말했는데,
“원래 하얘.”
“…쓸데없는 쿨병 또 나왔네.”
시연이의 잔소리는 멀어지는 소음처럼 느껴졌다.
하루 종일,
머릿속엔 한 가지 생각만 맴돌았다.
‘뛰지 말까?’
‘그냥 못한다고 할까?’
‘쓰러지는 것보단 낫잖아.’
근데 또 그게 말처럼 쉽나.
점심시간, 그늘에 앉아 혼자 빵을 까먹고 있을 때
어디선가 익숙한 그림자가 내 앞을 막아섰다.
“또 혼자 먹네.”
“…김가온.”
그는 조용히 내 옆에 앉더니,
자기 도시락을 꺼내 먹기 시작했다.
“오늘 경기는 안 나가?”
“릴레이는 마지막 쯤이니까. 지금은 쉬는 중.”
“쉬는 얼굴은 아닌데.”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근데 그 애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너, 도서관에서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고.”
“뭔가 좀, 도망치듯 참는 느낌이 있어.”
그 말에
내 젓가락이 잠깐 멈췄다.
“…너 요즘 왜 이렇게 말 많아졌냐.”
“원래 말 많은데, 너한테만 안 했던 거야.”
그 말이 괜히,
귀 뒤쪽을 간질였다.
나는 눈을 피하며 말했다.
“너나 잘해. 너는 계주 뛰냐?”
“아니. 나는 높이뛰기랑 축구.”
“의외네.”
“뭐가.”
“너, 축구 같은 거 안 할 줄 알았지.”
“사람을 뭘로 보고.”
“싸가지 없는 새…”
“뭐?”
“아니, 사이다 같은 새라고 했다.”
내 말에 가온이는 피식 웃었다.
진짜로, 웃었다.
잠깐, 너무 자연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같이 웃을 뻔했다.
오후엔 남자 축구 경기가 시작됐다.
우리 반이 출전했고,
김가온은 그 안에 있었다.
나는 천막 그늘 아래 앉아서
자꾸 가온이 쪽에만 시선이 가는 내 눈을 괜히 짜증 내며 막았다.
시연이가 옆에서 툭 건드렸다.
“하진아, 너 오늘 김가온한테 신경 너무 쓰는 거 같아.”
“…아니거든.”
“근데 너 방금 걔 골 넣을 때 박수쳤다?”
“…습관이야. 리액션 자동으로 나오는 스타일이라서.”
그 와중에
김가온이 골 넣고 돌아서는 순간,
그 애 눈이 정확히 날 향해 왔다.
분명히 내 쪽을 봤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뭐야, 나한테 한 거야?
그 짧은 순간에도
심장이 이상하게 뜨거웠다.
아니지,
더워서 그런 거지.
햇빛이 너무 강해서.
그리고,
마지막 릴레이 경기는 아직 남아 있었다.
나는 이름표를 바라보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아직 안 뛰었는데도 벌써 체력이 다 빠진 기분.
그 누구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미 속에서 경고등이 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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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7. 25. 6: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