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7. 23.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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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끝나고 남아서 하는 야자..
도서관은 오늘 못 갔다. 반 애들 때문에.
그래서 교실에 남았다.
사람 거의 없고 조용해서 오히려 더 좋다.
책을 펴고 노트를 펴고
이어폰 꽂고 집중하려던 그때.
“서하진이네.”
누군가 내 책상에 그림자처럼 기대섰다.
고개 안 들어도 목소리로 알았다.
“…김가온.”
"내 겉옷, 너 서랍에 두고 갔어."
"…그래서?"
"그래서 가지러 왔지. 지금."
나는 고개도 안 들고 이어폰만 다시 귀에 꽂으려다 멈췄다.
…근데, 왜 내 서랍에 자기 옷을 두고가지?
“야자 시간에 남의 반 교실 들어오면 안 되거든?”
"쌤 없잖아. 너만 있는데 뭐."
이 인간, 진짜.
나는 한숨을 쉬고는, 책상 서랍을 열었다.
있었다. 검정 맨투맨.
냄새는 안 맡았지만, 왠지 그 특유의 샴푸 냄새 같은 게 나는 기분이었다. 짜증 나게.
"여기."
나는 겉옷을 들어 그의 쪽으로 던졌다.
그는 손쉽게 받아들고, 그대로 한쪽 어깨에 걸쳤다.
"공부하는 거 방해해서 미안."
말은 사과인데, 목소리는 전혀 미안해하지 않았다.
"진짜 방해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냐."
그 말에, 내가 결국 고개를 들었다.
김가온은 나를 한참 보다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집에 같이 갈래?”
“뭐?”
“너 혼자 가는 거 싫어 보여서.”
“…싫어 보이는 거랑 진짜 싫은 건 달라.”
"그래도 싫어 보였어."
결국 같이 나왔다.
나중에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꽤 세게.
"우산 없어?"
"…아니."
"그럼 같이 써."
김가온은 자기 우산을 펼치며,
말도 없이 내 위에 그 우산을 씌웠다.
나는 잠깐 멍해졌다가, 고개를 살짝 젖혔다.
"비 맞는 거 싫어하지 않아."
"내 우산은 비 맞는 사람 전용이야."
"그게 무슨 말이야."
"나도 몰라. 방금 만든 말이야."
진짜 이상한 애다.
말 하나하나에 맥이 없다. 근데 어이없게 계속 신경 쓰인다.
길을 걷는 내내, 그는 내 쪽으로 우산을 살짝 더 기울였다.
그래서 그의 어깨는 점점 젖어갔다.
나는 못 본 척 했다. 아니, 본 건 맞는데 티는 안 냈다.
"여기서 왼쪽이지?"
"어떻게 알아?"
"예전부터 봤어."
“…스토커냐.”
나는 말 없이 현관 비밀번호를 눌렀다.
‘삑-’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김가온은 말없이 웃었다.
"잘 들어가."
"…응."
나는 문을 닫고, 다시 열었다.
그는 아직 그 자리에 있었다.
"야."
"응?"
"내일은 도서관 자리 내 거야. 진심으로."
그는 씩 웃더니 말했다.
"그건, 내일 나오는 순서 봐서."
문을 닫고 돌아서는데,
심장이 두근거리는 게 아니라,
화가 났다.
이길 수가 없는 느낌.
잔잔하게 스며드는 이 기분.
진짜 싫어. 근데 진짜 어이없게 신경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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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이 인기글이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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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7. 23.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