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7. 21.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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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수학여행 전날이었다.
나는 내 자리, 교실 맨 뒤 창가에 앉아 아무도 없는 복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들이 수학여행 얘기로 부산스러워진 건 벌써 일주일 전부터다.
조별 편성, 버스 자리, 방배정, 반티 색깔.
누구는 벌써 핸드폰 셀카봉에 패드까지 챙겼다는데, 나는 짐을 싸지 않았다.
싸야 할까, 말아야 할까.
그게 요즘 며칠 간의 유일한 고민이었다.
“야, 서윤지.”
앞자리 수민이가 뒤돌아봤다. 볼펜을 돌리며 말했다.
“너 아까 단톡 안 봤지? 오늘 밤에 영상 통화하기로 했잖아. 우리 방 애들끼리. 너도 들어와야 돼.”
나는 웃는 흉내만 냈다.
“응.”
그 애는 곧 고개를 돌렸다. 다시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었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창밖을 봤다.
나는 여전히, 여기에 낄 자리가 없다.
그건 사실 중학교 때부터 알고 있었다.
무리 지어 다니는 게 싫은 건 아닌데, 억지로 웃는 게 너무 피곤했다.
그렇다고 혼자인 게 편하냐고 물으면, 또 그렇지도 않았다.
선생님들은 늘 말했다.
“윤지 너는 조용해서 좋다.”
엄마는 항상 말했다.
“윤지야, 넌 착해서 어디 가도 다 좋아하겠다.”
그건 진심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말을 붙이기 쉽게 만든 말이었을까.
수업 종이 치고 애들이 우르르 나갔다.
모두 계단을 뛰어내려가며 내일 갈 수학여행 얘기를 하고 있었다.
누구는 과자를 잔뜩 샀다 하고, 누구는 고데기를 챙겼다 하고.
누군가는 좋아하는 애가 같은 건물이라 설렌다 했다.
나는 가방을 메고 교실을 나서면서, 천천히 복도를 걸었다.
운동장 옆길을 돌아, 뒷문 쪽으로 가는 길.
거긴 원래도 조용하지만, 방과 후가 되면 더 조용해진다.
나는 거기 앉았다.
바닥에.
벽에 등을 기대고.
가방에서 손바닥만 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진짜 하얀 종이.
펜을 꺼내 들고, 잠깐 고민하다가 한 문장만 썼다.
“저는 내일 수학여행을 가지 않습니다.”
그 문장을 보고 있으니 조금 웃겼다.
마치 뉴스 자막 같았다.
그러다 곧, 아무 감정도 없어졌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비행기 모드를 켰다.
그리고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틀었다.
원래 좋아하던 곡이었는데, 오늘따라 너무 낯설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내일도 학교에 안 가고,
그 다음날도 안 가고,
그 다음 다음날도 계속 안 나가면,
과연 며칠쯤 지나야 누군가가 “왜?”라고 물어줄까.
아니,
아무도 묻지 않으면 어떡하지.
나는 가방을 꼭 껴안고 눈을 감았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밤처럼, 내 머릿속도 고요했다.
그렇게 오래 앉아 있었던 것 같다.
아주, 아주 오래.
하늘은 점점 어두워졌고,
운동장 조명이 하나둘 켜졌다.
누군가 지나가는 발소리가 들렸지만, 나를 보지 않았다.
나는 그저 그 자리에 있었다.
기억에도 남지 않을 그 교문 옆 벤치에.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적었다.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
오늘 새로 가입한 이오네라고 합니다.
악플과 비난은 자제해주세요.
소설 위주로 글을 올릴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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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7. 21. 2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