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刎頸之交 15~ 21p

미리내

2025. 04. 13. 일요일

조회수 21

그다음부터는 아침이 밝을 때마다 학교 가는 것이 설렜다. 학교에 가는 게 설렌다니....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초등학교 때나 작년이나 분명 하루하루가 지옥과 다름없었는데 말이다. 상쾌한 기분에 한동안은 평소보다 개운하게 일어났지만 안타깝게도 지각을 면하지는 못했다. 윤서는 기대를 할 틈도 없이 여느 때와 다름없게 아침마다 나를 재촉했다. 이 정도면 윤서에게 미안할 짓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뭐가 됐든 나는 윤서를 쫓아가느라 역시 아침부터 힘을 다 뺐다. 윤서는 늘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는 것 같다. 나보다 늦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항상 화장을 하고 오는데, 보기 싫을 정도는 아니어서 나는 그냥 예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항상 애매하게 늦잠을 자 지각을 겨우 면하는 나로서는 그저 대단해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날 역시 힘겹게 뛰어 교실에 도착한 우리였다.

"수아 안녕!"
"응 안녕!"
이주현, 그 옆자리 여자애는 날 볼 때마다 살갑게 인사를 해준다. 아침마다 반겨주는 그 작은 인사들이 너무 고마웠다. 이런 호의 역시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겪어보지 못한 것들이어서 더욱 그랬다. 하지만 윤서가 옆에서 눈치를 보고 있었다는 것을, 그때까지 나는 알지 못했다.
무시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윤서는 1학년 때 방송부에 합격해 방송부원이 되었고, 덕분에 아침 일찍 하는 조례시간과 점심시간마다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매 학년 그 시간 동안 같이 놀 친구들을 찾아다녀야만 했다.
그래서 나는 이주현과 신가연이란 친구와 3명이서 다녔다. 쉬는 시간엔 윤서랑 같이 놀려고 애를 썼지만 이상하게 보는 친구들의 시선 때문에 윤서랑은 등교랑 하교만 같이 이어갔다. 점심시간이 길었으니 그만큼 공백을 채워줄 애들이 필요하기도 했다. 언제까지 계속 도서실에서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서.
그래도 꽤나 행복한 나날들을 보냈다. 윤서랑은 제일 친한 친구에서 그저 등하교를 같이 하는 친구가 된 느낌이지만. 뭐, 서로를 가장 잘 아는 친구임에는 아직 변함이 없으니까 멀어졌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여전히 이동수업이 있을 때나 고민이 있을 때 늘 윤서를 찾는 나였고, 심지어 같은 반인데 그렇게나 빨리 멀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직 1학기니까 윤서도 금방 다른 무리 친구들과 어울릴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예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나에게 다가오는 새 친구들은 많았지만 윤서는 내가 아니면 혼자 다닐 때가 많았다. 계속 같이 다녀주진 못했지만, 내 역할은 다하고 있는 것 같아 외면했다. 윤서가 내성적이긴 하지만, 같이 놀면 외향인 내향인 따질 거 없이 재밌고 좋은 친구였다. 애들이 그걸 몰라주는 것 같았다. 일부러 새로운 친구들하고 놀 때마다 윤서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는데, 그때마다 친구들은 자기들끼리 조용한 눈빛을 나누다가 이내 조용히 떨어져 나간다. 다들 암묵적으로 윤서를 멀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학기 초부터 누군갈 싫어한다는 건 말이 안 되지만 나도 겪어본 것이기 때문에 윤서를 아예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친구들을 한번 믿고 지켜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렇게 애매한 시간이 지나고 날이 풀리기 시작하는 4월까지도 달라지는 것이 없자, 나는 이 미움이 그저 윤서의 성격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정말 모두가 윤서 일을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해 불안해졌다.
하지만 윤서는 한 게 없는데 모두에게 미움을 산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고,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몰라도 윤서는 정말 착한 애여서, 이런 식으로 놔둘 수는, 방관할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도 나랑 가장 가까운 친구였다.
끝없는 의심과 의아함의 반복에 결국 한 체육 시간, 나는 친구들에게 말을 꺼냈다.
"얘들아, 너네 윤서 싫어해?"
"황윤서?"
순간 공기의 흐름이 울렁거렸다. 또 내 말 한마디에 다들 자기들끼리 이상한 눈빛을 주고받고 있다.
"근데 그건 갑자기 왜? 딱히 뭐 그런 일 없지 않았나...?"
가연이가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말했다.
"아.... 그냥 내가 윤서랑 얘기할 때만 너네가 나 피하는 기분이라."
"아니 그건 우리가 너랑은 친해도 황윤서랑은 별로 안 친하잖아, 둘이서만 얘기해야 되는데 우리가 방해될까 봐 빠져준 거지."
"그런 거였어? 고마워. 오해해서 미안해."
"아니야, 오해할 수도 있지 뭐. 나 같아도 오해했겠다."
주현이가 가연이 말을 이어받아 말했다.
하지만 나는 봤다. 철저하게 깔린 웃음들 속에서 흐트러진 웃음의 주현이를.
하지만 잠시 의아심을 버려두기로 했다. 새 학기부터 친한 친구들과 싸워야 할 이유도 없고, 갈등을 만들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그렇게 몇 주가 흘렀다. 윤서랑은 점점 멀어져만 갔다. 나는 조례시간과 점심시간뿐만 아니라 유일하게 윤서랑 같이 있을 수 있는 쉬는 시간까지도 신가연과 이주현에게 끌려다녔다. 이 상황이 그리 달갑지는 않았다. 방송부는 점점 더 바빠져, 윤서는 등교마저 나보다 30분은 일찍 해야 했다. 안 그래도 애매한 지각이 일상인 내가 그걸 맞추기엔 너무나도 버거워서, 하교만을 같이 하는 친구가 돼버렸다.
우리가 친한 소꿉친구라는 타이틀에 맞지 않게 된 느낌이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휩싸여 무리에 제대로 끼어 놀지 못했다.
"우리 윤서도 같이 껴서 놀면 안 돼? 어차피 우리 3명이라 홀수잖아."
나는 어느 날 이주현에게 말했다. 안 그래도 신가연과 이주현, 둘이서만 더 친한 모습에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윤서랑만 놀자니 무리에서 떨궈진 느낌이 들 거 같았다.
내 말을 들은 이주현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굳이 싫어하지 않는다면 저런 반응까지 나오진 않았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의아했다. 신가연은 내가 이주현과 둘이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불편했는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둘이 무슨 얘기해?"
이주현은 웃었다. 신가연이 오니 안심하고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수아가 윤서도 같이 놀자고 해서, 4명이서."
그러자 신가연의 표정도 함께 차차 굳었다. 신가연은 헛웃음을 한번 하-, 내뱉더니 입을 열었다.
"우리는 황윤서가 좀 불편해서."
이주현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이제서야 대충 이 기류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왜 불편한데?"
"그냥 걔 약간 음침한 거 같아. 그치? 유명하잖아."라며 주현을 팔꿈치로 툭툭 친다. 그럼 이주현도 잇따라 응응 그치 하며 맞장구를 쳐준다. 나는 거기에 대고 욕이라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욕도 맞장구도 하지 못한 채 그냥 눈알을 내리고 머리를 굴릴 뿐이었다. 그런 나를 보며 비웃듯이 이주현과 팔짱을 끼는 신가연이었다.
그런 신가연을 보며 사람을 잘못 본 거 같다고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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