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刎頸之交 10~ 15p

미리내

2025. 04. 13. 일요일

조회수 22

"여보세요."
"유수아? 왜 아침부터 전화질이야."
"아니야, 지각하지 말라고."
"뭐야 오글거리게?"
폰 너머로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너나 또 늦지 마."
"알았어, 이따 봐."

오늘은 2학년 새 학기의 첫날이다. 지옥 같던 1학년까지 끝나고 드디어 중학교 2학년이 된 것이다. 잔뜩 설레버린 나머지 평소보다 훨씬 일찍 일어났다. 그래서 그런지 괜히 윤서에게 전화를 걸어서 일어났는지 확인도 해본다. 나는 꽤나 느긋하게 학교 갈 준비를 했다. 침대에서 엉거주춤 일어나 머리를 감고, 말리고, 교복을 입고, 가방을 쌌다.
시계를 보니 벌써 8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잘못 본 건가, 했다가 금방 현실이란 것을 깨닫고 현관으로 달려가 신발을 신고 소리를 질렀다.
"다녀오겠습니다!"

***

"유수아! 내가 늦지 말랬지!"
저 멀리 횡단보도 앞에서 윤서가 소리쳤다.
"아 미안해, 내가 진짜 안 늦으려 했는...."
"됐어, 닥치고 뛰어. 첫날부터 찍히고 싶어?"
윤서가 날 마저 기다리지 못하고 신호가 바뀌자마자 뛰기 시작했다. 그때 윤서의 주머니에서 무언가 떨어졌다. 윤서가 분신처럼 들고 다니던 사진첩이었다. 저 사진첩은 한 번도 속을 본 적이 없었다. 윤서는 뛰어가다 사진첩이 떨어진 것을 눈치채자마자 내 손에서 사집첩을 낚아챘다. 자주 있는 일이었다.
윤서는 내가 초등학교 1학년이었을 적부터 쭉-, 그니까 8년 지기 친구다. 이웃이었던 우리는 같은 반이 되며 자연스럽게 친해졌고, 취미, 가족, 습관 등 모르는 게 없다. 서로 집에 수저가 몇 개인지도 아는 사인데.... 모르는 게 딱 하나 있다면 저 사진첩 속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부터 들고 다녔었는데, 도대체 뭔 사진이 있는 건지 아무도 그 정체를 모른다.
"이건 절대 만지지 말랬잖아."
윤서가 내 손에서 사진첩을 낚아채곤 웃으며 말했다.
"미안해. 그냥 주우려고...."
내가 머쓱하게 웃으니 윤서도 금방 따라 웃으며 내 팔짱을 꼈다.
"빨리 가자, 진짜 지각이야."
등굣길을 따라 달렸다. 숨이 가빠졌지만 지치기 전에 교문을 지나 운동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학교가 가까워서 다행이다.

물론 학년 첫날부터 지각이었기에 선생님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한눈에 받아야만 했다. 이상하게 또 우리 둘은 같은 반이었고, 우리를 보는 시선은 딱히 달갑지 않았다. 머쓱하게 정해진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윤서가 있었기에 괜찮았다. 우린 서로에게 좀 많이 의지하고 있다. 담임 선생님의 자기소개에 가까운 1교시가 끝나고 듣기에 생소한 종이 쳤다. 새로운 것이 낯설고 신기한 가운데 옆자리에 앉아 있던 여자아이가 나한테 말을 걸었다.
"안녕! 너 몇 반이었어?"
"어? 나 4반."
"앗, 거기 축제 1등 한 반 아니야?"
"맞아."
"이름이 수아야? 난 주현! 반가워."
"응! 이름 예쁘다. 반가워,"
그렇게 주현을 시작으로, 나에게 친절하게 다가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왠지 이번엔 작년보다 더 잘 살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처음 느껴보는 호의적인 관심에 나는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행복했다.
그렇게 또 몇 교시가 더 흐르고, 쉬는 시간들이 어설프게 넘어가고 나서야 점심시간이 왔다.
또 어느새 하교 시간이었다.
"오늘 학교 어땠어?"
"생각보다 괜찮았어."
내 물음에 윤서가 시큰둥하게 답했다. 기분이 안 좋은 일이라도 있는가 싶어 화제를 돌렸다.
"윤서는 그 수첩이랑 사진첩 맨날 들고 다니네."
"수첩 이거 오늘 받은 건데?"
"매년 나눠주잖아."
"나도 작년엔 받아왔던 거 같다."

2학년의 첫날이 끝나고 하루 종일 마음이 들떠 있었다. 오늘은 엄마가 회사에서 더 일찍 돌아와 있었다. 나는 엄마 방으로 달려가 수다 떨 준비를 끝 마쳤다. 엄마가 방금 막 화장을 지운 얼굴로 로션을 바르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 첫날 어땠어? 재밌었어? 친구는 많이 사귀었고?"
"응! 다 착했어. 같은 초등학교인 애들도 거의 없어서 너무 좋아."
"정말? 기분 좋았겠네~ 윤서는? 윤서랑 같은 반이라며."
"윤서는.... 나랑은 잘 다녔어. 신기하고 재밌다고 했는데, 이상하게 우리 반 애들이 윤서한테는 말을 안 걸어주더라고."
"안됐네.... 수아가 잘 챙겨줘야 돼. 윤서는 소극적이잖아, 수아는 너어무 외향적이어서 탈이야."
"알았어~ 그래도 윤서같이 성격 좋은 애가 애들하고 못 어울릴까."
"그래도 혹시 애들이 윤서 소문 알고 멀리하는 걸지도 모르지? 다른 일은 없었어?"
"응!"
일찍 퇴근한 엄마와 그런 시시콜콜한 얘기들을 나누고 잘 시간이 되어 방으로 들어와 습관처럼 짧은 일기를 썼다.

[3월 2일]
오늘은 2학년의 첫날이었다. 신기한 것들투성이였다. 내가 2학년이 이렇게 빨리 될 줄은 몰랐다. 작년부터 쭈욱 다니던 학교였지만 이상하게 전부 새로웠다. 친구들도 착하고 학교도 은근 즐겁다. 근데 가끔씩 불안하긴 하다. 2학년까지 전처럼 망쳐버릴까 봐. 또 이상한 소문에 휩싸이는 건 아닌지, 불안해진다. 괜찮다. 아마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난 지금이 너무 행복하고 벅차서, 잃게 되더라도 이 행복을 누리고 싶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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