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4. 10.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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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엔의 방은 고요했다.
하얗게 깔린 커튼 사이로 부드러운 햇살이 스며들었지만, 그녀는 눈을 뜨지 않았다.
그녀의 가슴은 여전히 오르내렸지만, 그 외엔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라비안은 침대 곁에 앉아 조용히 그녀의 손을 감싸고 있었다.
그 손은 차가웠고, 아무런 온기를 느낄 수 없었다.
매일매일, 그는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미안해… 에리엔, 제발…”
그의 목소리는 나지막하고, 간절했다.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오늘도, 어제도, 그 전날도.
복도를 지날 때마다, 두 남자의 기척은 날카롭게 스쳐갔다.
그리고 어느 날, 복도에서 마주친 두 사람은—폭발했다.
“네가 그녀 곁에 있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 아르세인?”
라비안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하며, 칼자루에 손을 올렸다.
하지만 아르세인은 피하지 않았다.
그저 헝클어진 머리, 텁수룩한 얼굴로 라비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자격 없어. 하지만 넌? 네가 지킨다면서, 결국 지켜내지 못했잖아.”
“…….”
“그녀는 나를 막으려고, 너를 위해 몸을 던졌어. 네 곁에 있는 걸 택했지. 그런데도 네가 나한테 분노할 자격이 있어?”
라비안의 눈이 흔들렸다.
그러나 곧, 단단히 다물어진 입술은 날카로운 말을 토해냈다.
“적어도 난, 그녀를 죽이려 들진 않았어.”
그 말에 아르세인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깨를 떨어뜨린 채 등을 돌리고 걸어갔다.
그 뒷모습엔—지독한 죄책감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아르세인은 자신의 방에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책상 위에 편지 한 장을 남긴 채, 그는 자신의 마지막 1주일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녀가 죽는다면… 나도 그리 되어야 마땅하지.”
그의 눈엔 피로한 눈동자가 가득했다.
에리엔의 피가 묻은 손을 몇 번이나 씻어도, 그 감각은 지워지지 않았다.
그 시각, 라비안은 여전히 그녀의 곁을 지켰다.
밤이 깊어도, 아무 말도 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치유사들이 한 번, 또 한 번 상태를 확인하고 고개를 젓고 나간 뒤에도,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를 용서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가 깨어나지 않는다면 자신도 함께 무너질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아직… 날 떠나지 않았잖아. 그렇지?”
작은 속삭임.
그 말은 마치 자기 자신을 향한 간절한 기도 같았다.
침묵 속에서, 시계 초침만이 가늘게 울렸다.
그리고, 그 밤.
창밖에서 갑작스레 번개가 쳤고, 빗방울이 창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어둠 속, 희미한 빛 사이로—
에리엔의 손가락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하지만 아무도 그것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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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도 빨리올려줭ㅋㅎ
2025. 04. 10. 2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