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4. 09.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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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이라 부르기에도 부족한 어둠.
그곳에 갇힌 에리엔은 온몸에 멍이 든 채, 벽에 몸을 기대어 앉아 있었다. 손목은 밧줄 자국으로 퉁퉁 부어올랐고, 얼굴에는 지난 며칠간의 고통이 그대로 새겨져 있었다.
덜컥.
쇠문이 열리자, 익숙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테오였다.
“아직도 그 눈빛이군. 네가 어떤 처지인지, 정말 모르는 건 아니겠지?”
그는 코웃음을 치며 다가오더니, 에리엔의 턱을 잡아 끌어올렸다.
“언젠가 너도 내게 무릎 꿇게 될 거야. 네가 소중히 여겼던 모든 걸 부숴줄게.”
그 말과 함께, 손등이 에리엔의 뺨을 강하게 후려쳤다.
에리엔은 힘없이 고개를 돌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테오는 매일같이 찾아왔다.
협박과 조롱, 구타.
그는 마치 에리엔을 부수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인 것처럼 굴었다.
그 시간, 라비안은 꿈속에 시달리고 있었다.
“라비안… 제발… 나 좀… 구해줘…”
그녀의 목소리였다. 눈물로 젖은, 떨리는 음성.
갑작스레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깬 라비안은 가슴을 누르며 숨을 몰아쉬었다.
“에리엔…?”
꿈이라고 넘기기엔 너무도 생생한 절규였다.
그날부터 라비안은 그녀를 찾기 위해 수도 곳곳을 뒤졌지만, 어디에서도 에리엔의 흔적은 없었다.
그녀가 사라진 지 벌써 열흘.
그리고, 결혼식 당일.
대지에는 꽃비가 내렸고, 사람들의 환호는 성 안을 가득 채웠다.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에리엔은 성당 안, 제단 앞에 서 있었다.
얼굴은 베일에 가려 있었지만, 그의 손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신부에게 묻겠습니다.
이 남자를 사랑하십니까?”
사제의 목소리에 순간,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테오가 입꼬리를 비틀며 에리엔을 바라보았다.
에리엔은 눈을 질끈 감았다.
“…….”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단 한 마디도.
그때였다.
텅.
성당의 문이 거칠게 열리며, 한 사내가 걸어 들어왔다.
“그 질문에 답은 내가 하겠습니다.”
낯선 기척에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에리엔은 그 자리에 굳어섰다.
라비안.
그는 먼지와 피가 묻은 옷차림이었지만, 그 어떤 기사보다 늠름했고, 그의 눈은 에리엔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이 결혼을 원하지 않습니다.”
라비안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그녀는 고통 속에서 내 이름을 불렀습니다.
이제 그 부름에… 내가 응하러 왔습니다.”
에리엔의 입에서 미처 말이 나오기 전에, 베일 아래로 눈물이 떨어졌다.
그 순간,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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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4. 09.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