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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약속' 13

애나🍬

2025. 04. 08. 화요일

조회수 56

에리엔은 조용히 문을 닫고 라비안의 침실을 나섰다.
긴장이 풀린 듯, 그녀의 어깨가 살짝 떨렸다.
붉어진 눈가를 감싼 채 천천히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오자, 고요한 어둠이 그녀를 맞았다.
그녀는 방 한가운데에 멈춰 섰다.
창밖에서 흘러든 달빛이, 바닥 위로 흐릿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손끝에 아직 남아 있는 라비안의 온기,
그리고 가슴을 쿵 치듯 안아왔던 아르세인의 시선이
뒤엉켜 그녀를 조용히 무너뜨리고 있었다.
에리엔은 창가에 다가가, 가슴을 눌렀다.
그런데 그 순간— 문이 열렸다.
“왜 오늘 약속 어겼어.”
아르세인의 목소리였다.
그의 눈빛은 격하고, 음성은 차가웠다.
그러나 동시에… 흔들리고 있었다.
에리엔은 입을 열지 못했다.
침묵이 이어졌다.
아르세인이 몇 발짝 다가오더니, 문득 멈춰 섰다.
“그 자식… 라비안의 침실에 있었지?”
그 말에 에리엔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입술이 떨렸다.
“…그가… 다쳐 있었어요.
제가… 옆에 있고 싶었어요…”
아르세인의 눈이 잠시 감겼다.
그녀는 더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작은 목소리로, 그러나 울컥한 감정으로 말했다.
“나… 당신을 좋아해요, 아르세인.
당신이 내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어요.
당신의 온기, 말투, 눈빛… 전부.”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눈물이 떨어져 옷자락에 맺혔다.
“하지만…
내가 진짜로 곁에서 함께해야 할 사람은,
마음이 먼저 닿은 사람은… 라비안이에요…”
아르세인의 손이 말없이 움켜쥐어졌다.
그는 잠시 시선을 돌렸다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래서, 결국… 그 자식이네.”
그는 그 말만 남긴 채, 문 쪽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쾅!”
문이 거칠게 닫히며, 그의 발소리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라비안의 침실 문이 다시 열렸다.
아르세인이,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안으로 들어섰다.
라비안은 아직 누운 채, 고개만 들어 그를 바라봤다.
“…네가… 에리엔을 내게서 빼앗았어.”
조용한 말이었지만, 그 안엔 감정이 날 것 그대로 담겨 있었다.
“그 애가… 날 보면서 웃던 얼굴,
그 목소리, 눈빛, 전부… 다 너한테만 주더라.”
라비안은 입을 꾹 다물고, 아르세인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 안엔 미안함도 있었고, 무너진 우정에 대한 슬픔도 있었다.
“…에리엔은… 스스로 선택한 겁니다.”
그 말에 아르세인은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은 쓰디썼다.
“…그래.
그렇겠지.
그래서 더 기분 나쁘고, 더 아프다.”
그는 한 걸음 물러섰다.
그러나 눈빛은, 아직 꺼지지 않은 불길처럼 타올랐다.
“…하지만 라비안. 기억해.
너는 에리엔의 마음을 지키는 데 그칠 수 있겠지만,
난— 그 애 자체를 갖고 싶어 했던 놈이야.”
그 말과 함께, 아르세인은 다시 문을 닫고 사라졌다.
조용한 침실 안, 라비안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가슴이 아려왔다.
에리엔이 자신을 선택했지만,
그 선택이 누군가를 무너뜨린 대가라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 시각, 에리엔은 홀로 창가에 앉아
희미하게 지는 별빛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사랑은… 언제나,
누군가에게는 상처일 수밖에 없는 걸까…”
그녀의 속눈썹 아래로, 눈물이 조용히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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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강쥐또은:)(본계)

2025. 04. 08.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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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님 진짜 작가 안할거야??? 이정도면 작가 해야되!!!!
.서준

2025. 04. 09. 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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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작가해봐!! 암튼 여기 나오는 캐릭터들 다 조금씩 불쌍함 ㅋㅋ
새삥😎

2025. 04. 09. 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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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라.......고마워!! 근데 작가되기는 힘들것 같음..... 글쓰는 걸 직업으로 할만큼 흥미있지는 않아서 ㅋㅋ
근데 글쓰는거, 사랑하긴 해 ㅋㅋ
아무튼!! 난 이 사이트에서 이미 작가인걸.....
애나🍬

2025. 04. 0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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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써어어어엉
레나🐐(하리니)

2025. 04. 0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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