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4. 07.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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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엔이 창가의 꽃병을 바라보고 있을 때,
라비안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그의 얼굴엔 어제와는 다른, 조금은 단단한 표정이 서려 있었다.
“공주님.”
에리엔이 고개를 돌리자, 그는 짧게 숨을 들이켰다.
“…오늘 밤, 제가 모시겠습니다. 정원 산책.”
잠시 정적이 흘렀다.
에리엔은 망설였다.
왜 하필 오늘일까.
“…그게… 오늘은 아르세인과 약속이 있어서요.”
말끝이 흐려졌다.
라비안은 한순간 멈칫했지만, 곧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그의 말은 여느 때와 같았지만, 어쩐지 가슴이 아려왔다.
에리엔은 애써 웃으며 그를 지나쳤다.
그리고 그날 저녁.
방으로 돌아오는 길목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숨을 헐떡이며 달려온 시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공주님! 큰일입니다…! 호위 기사님이…!”
에리엔의 심장이 순간 멎는 듯했다.
“라비안 무사님께서… 홀로 성곽 뒤편 산책길로 나가셨다가… 정체불명의 자객에게 습격을 당했답니다…!”
“뭐라고요…?”
목소리가 떨렸다.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다리에 힘이 빠졌다.
“지금… 생명이 위독하다는 소문이… 치료사들이 급히 불려가고 있어요…!”
더는 들을 필요도 없었다.
에리엔은 치마자락을 그러쥐고, 맨발로 달리기 시작했다.
정원, 복도, 돌계단—
한 치의 숨도 놓지 않고, 그가 있는 곳으로 내달렸다.
도착한 곳, 의식 없이 누워 있는 라비안을 본 순간—
에리엔의 눈동자가 떨렸다.
그의 가슴은 여전히 들썩이고 있었지만, 창백한 얼굴에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의 손끝은 떨리고 있었고, 숨소리는 희미했다.
“라비안…!”
에리엔은 무릎을 꿇고 그의 곁에 다가갔다.
손을 붙잡자, 차디찬 감촉이 느껴졌다.
“…왜… 왜 아무 말도 안 했어요…”
귓가에 대고 속삭이듯 말했지만, 돌아오는 건 조용한 숨뿐이었다.
그 순간—
에리엔의 눈동자에, 맺혀 있던 감정이 쏟아졌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왜 자신은 지금까지 이토록 그를 보고 있었는데, 몰랐을까.
왜 라비안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준다고 착각했을까.
“…안 돼요… 제발… 날 두고 가지 말아요…”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그의 뺨을 어루만졌다.
“당신이 내 곁에서 사라진다고 생각하니까…
숨이 막혀요… 견딜 수가 없어요…”
작은 입술 사이로 흐느낌이 흘렀다.
“저… 아마도, 아니… 확실히…
처음부터 당신을 사랑했어요…”
에리엔은 그렇게 말하며, 그의 이마에 천천히 입을 맞췄다.
그 순간—
라비안의 눈꺼풀이 아주 천천히 떨리며,
희미하게, 그녀를 향해 열렸다.
“공… 주님…”
“…라비안…”
“무사하시군요…”
그는 숨을 고르며 속삭이듯 말했다.
에리엔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손을 꽉 잡았다.
“이제… 절대 놓치지 않을 거예요. 당신도, 절 놓치지 마요…”
그리고 그 밤,
창밖엔 꽃비처럼 별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의 공기는 이전과는 달리, 너무도 가까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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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4. 07.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