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4. 07.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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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내려앉은 성 안, 은빛 달빛이 창가를 적실 때쯤.
에리엔은 천천히 문을 열고 복도를 나섰다.
곧이어 조용히 뒤따라오는 발소리에 그녀는 발걸음을 멈췄다.
“라비안.”
그는 이미 그녀 옆에 서 있었다.
“오늘도… 산책 가시는 겁니까?”
“응. 이렇게 조용한 밤이면… 조금은 마음이 가라앉거든요.”
에리엔은 작게 웃으며 말했다.
그 웃음 속에는 어딘가 아릿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라비안은 한 걸음 다가오며 잠시 머뭇거리다, 조용히 말했다.“…밤공기가 찬데, 외투라도 챙기셔야 합니다.”
“당신이 있잖아요. 추우면 감싸줄 테니까.”
뜻밖의 말에 라비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언제부턴가, 공주님은 위험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십니다.”
에리엔은 그의 눈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런 말, 위험하게 느끼는 건… 그 마음에 무언가 있기 때문이죠.”라비안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단지 입술을 굳게 다물고 시선을 피했다.
“라비안.”
“…….”
“왜, 자꾸 날 피하죠?”
그는 마침내 시선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한쪽 눈썹이 살짝 떨리는 게 보였다.
“…제가 공주님을 더 이상 피하지 않으면… 마음이 더 이상, 충성심으로만 머무를 수 없을 것 같아서.”
그 말에 에리엔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금 말한 거, 후회하지 마요.”
“후회는… 이미 하고 있습니다.”그 짧은 대화 뒤, 두 사람 사이의 공기는 묘하게 진해졌다.
그러나 에리엔은 고개를 돌렸다.
아르세인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밤 산책.그는 어김없이 성의 정원을 걷고 있었고, 에리엔을 발견하자 익숙한 미소로 손을 내밀었다.
“늦었잖아, 기다렸는데.”
에리엔은 망설이다가 그의 손을 잡았다.
조금 따뜻하고, 조금 부드럽고, 그리고 너무 쉽게 기댈 수 있는 손.
하지만 그 뒤에 남겨진 라비안의 그림자는
더없이 선명했다.
에리엔의 마음은, 그렇게 또 한 번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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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4. 07. 2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