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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약속' 8

애나🍬

2025. 04. 06. 일요일

조회수 37

“둘 다… 그만하세요.”
에리엔의 목소리는 조용했다.
그러나 그 말이 닿는 순간, 공기마저 정적에 잠긴 듯했다.
라비안도, 아르세인도 동시에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얗게 질린 얼굴.
얇은 숨결.
그리고 붉어진 눈시울 너머로 흐르는 결연한 빛.
“계속 이렇게… 싸운다면…”
에리엔은 잠시 숨을 고르며 입술을 앙다물었다.
작은 떨림이 어깨를 타고 전해졌지만,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
“…전,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될 거예요.
제가...... 곁에서 사라지는 걸 선택할 수밖에 없을지도 몰라요.”
라비안의 눈동자가 커졌고,
아르세인은 한 발짝 앞으로 나오려다 멈췄다.
“에리엔…”
그녀는 고개를 젓고, 애써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러나 그 미소는 너무도 쓸쓸했다.
“이제… 혼자 있고 싶어요.
제 마음을… 스스로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요.”
그 말과 함께—
에리엔은 천천히 몸을 돌려 계단으로 향했다.
몸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걸음걸이는 느리고, 위태로웠지만
그 발걸음만큼은 단호했다.
아르세인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탑 꼭대기 창 너머로 불어오는 바람이,
그의 옷자락을 날렸다.
라비안은 그녀를 뒤쫓으려다 멈춰섰고,
눈을 감고 숨을 삼켰다.
그리고 잠시 후, 조용히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계단 중간.
차가운 돌바닥에 조그맣게 웅크린 그림자가 있었다.
에리엔이었다.
허리를 숙인 채, 조용히… 울고 있었다.
입술을 앙다문 채, 목소리도 없이 눈물만 흘리는 모습.
그 강인하고 단아했던 그녀의 모습이
조금씩 부서져가고 있었다.
라비안은 말없이 그녀 곁에 다가갔다.
말 한 마디 없이,
조심스레 자신의 망토를 벗어 그녀의 어깨에 감싸주었다.
에리엔이 고개를 들었다.
붉게 물든 눈망울 속에, 그가 있었다.
“…왜 따라오셨어요…”
작은 목소리.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무게는 너무도 무거웠다.
라비안은 조용히 앉아, 그녀의 손등을 감쌌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속삭였다.
“혼자 울게 둘 수 없어서요.”
그 말에 에리엔의 눈물이 다시 뚝, 하고 떨어졌다.
“난…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해도…
곁에서 지켜볼 거예요.
떠나지 않을게요.”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그의 손을 꼭 쥐었다.
계단 위에서, 은은한 햇빛이 내려오고 있었다.
긴 밤이 끝나고—
그들의 아침이 조금씩,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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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리엔은 왜 저렇게 밀당을 할까........ㅋㅋ
하루카

2025. 04. 07. 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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