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4. 06.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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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엔…!”
아르세인은 무너져 내린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녀의 숨결은 너무도 미약했고, 온몸에서 점점 힘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눈동자만은 또렷했다.
그를 똑바로, 아주 부드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르세인…”
힘없이 읊조리듯 부른 이름.
그토록 자신을 억눌렀던 사람을 향한, 원망도 증오도 담기지 않은 목소리.
“나는… 당신이 외로운 사람이란 걸… 알아요.”
그 말에 아르세인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그래서… 미워하지 않으려 했어요. 지금도… 사실은… 당신이 무너지는 게… 더 아파요…”
그녀는 벽에 기대 선 채, 떨리는 손을 뻗어
그의 뺨을 조심스럽게 감쌌다.
“당신이 날 밀어낸 게 아니라, 그저… 당신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는 거죠…”아르세인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토록 욕망하던 존재가, 오히려 자신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비틀어진 감정이, 모순처럼 그를 조용히 부수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사랑이 아니에요.”
에리엔의 목소리는 나지막했지만 단호했다.
“그저… 잊지 마세요. 당신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했단 걸.”
순간, 아르세인의 눈동자에 희미한 물기가 어렸다.
그 찰나.
“쿵—!!”
탑의 문이 거칠게 열리며,
강한 바람이 안으로 휘몰아쳤다.
붉은 머리칼이 바람을 가르며—
그곳에, 라비안이 서 있었다.
검은 망토가 어깨에서 날리고,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검은 검의 손잡이를 꽉 움켜쥐고, 숨을 거칠게 내쉬며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에리엔은 놀란 듯 라비안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눈으로 전하는 단 한 마디.
‘지금은… 안 돼.’
라비안은 그 시선을 받자, 그대로 굳어버렸다.
온몸에 깃든 분노를 억누르며, 단 한 걸음도 더 다가가지 못했다.
탑의 공간은 정적에 잠겼고,
아르세인은 천천히 라비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그 자식이었군…”
그의 목소리는 낮고 가라앉아 있었지만,
그 속엔 다시 깨어나는 어둠이 있었다.
“내가… 너를 지키지 못하게 한 자…”
라비안의 눈빛이 더 깊게 얼어붙는다.
하지만 그는 아직, 그 무엇도 말하지 않았다.
그저 에리엔의 신호를 가슴에 품은 채, 참을 뿐이었다.
그리고 에리엔은,
고요히 고개를 숙였다.
“모두… 잠깐만, 멈춰줘요…”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아팠지만—
그 속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강인함이 깃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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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4. 07. 6: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