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4. 06.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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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엔은 오늘도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마당을 거닐고 있던 중이였다.
아직 산책할만한 힘은 없었지만 조금씩 걸어다닐 힘은 있었다.
그때, 아르세인이 나타나 에리엔을 끌고 어디론가 갔다.
“아르세인… 그만… 팔이 아파요…”
조심스레 내뱉은 에리엔의 목소리는
희미하고, 떨렸지만 여전히 단아했다.
하지만 아르세인은 듣지 못한 듯
묵묵히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끌고,
성 안쪽 깊은 계단으로 향했다.
회복한 지 겨우 하루.
에리엔은 스스로 걷는 것조차 힘겨웠지만,
그의 손은 무자비하게 그녀를 이끌었다.
“어딜… 가시는 건가요…”
숨을 가다듬으며 물었지만,
“조용히 따라와. 지금은 설명 따윈 필요 없어.”
아르세인의 말은 차갑고, 뚝뚝 끊겼다.
계단은 가팔랐고,
점점 올라갈수록 에리엔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팔을 붙잡힌 채, 휘청이는 몸을 가까스로 지탱했다.
그녀의 발이 계단 끝에서 걸려
작게 중심을 잃었을 때—
“아르세인… 정말… 너무… 하세요…”
숨소리가 거칠어졌고, 목소리엔 미세한 떨림이 섞였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눈을 감고 기어이 말을 이었다.
“제가… 누구도 미워하지 않도록… 노력했는데…
이제는… 당신이 무서워요…”
그 말에 아르세인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 광기 어린 눈빛으로 뒤를 돌아섰다.
“무서워?
그래, 무서워해도 돼.
하지만 넌, 내 곁을 떠나면 안 돼.”
그는 거의 몸을 밀다시피 하며 그녀를 탑 꼭대기로 데려갔다.
문이 ‘쿵’ 하고 닫히고, 적막이 감돌았다.
에리엔은 벽에 손을 짚고 간신히 서 있었다.
숨소리가 얕고 끊겼다.
“왜 이러시는 거예요…
지금… 저는 회복도 덜 되었고,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어요…”
그녀의 말은 단호하면서도 가늘었고,
중간중간 조용히, 아프게 기침 소리가 섞였다.
“그래서 나 말고, 그놈만 걱정하는 거냐?”
아르세인은 목소리를 높였다.
“…그 자식 이름만 입에 담지 마. 네가 그 자식한테 웃는 거,
나 두 눈으로 봤어.”
그는 거칠게 다가와, 에리엔의 양 어깨를 움켜쥐었다.
그녀는 놀라 숨을 들이켰지만,
눈을 질끈 감으며 버텼다.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던 적은 없어요.
하지만… 지금 이건… 사랑이 아니에요…”
“그런 말… 지금 당장 취소해.
난 널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
“제발… 이건 아니에요.
지금 당신은… 더는 제게 위로가 아니에요…”
에리엔의 몸이 가볍게 떨렸다.
숨은 갈수록 가빠졌고, 말끝마다 피곤한 숨이 묻어났다.
그 순간—
그녀의 손끝이 조용히, 힘을 잃고 툭, 아래로 떨어졌다.
“…에리엔?”
“에리엔!”
아르세인이 당황한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자
에리엔은 마지막 남은 힘으로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속삭이듯 말했다.
“당신에게… 속박당하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는 눈을 감으며,
몸이 천천히 벽을 따라 미끄러지듯 무너졌다.
“에리엔!!”
아르세인의 외침이 울려 퍼졌고—
그 순간,
탑 아래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누군가의 발소리가 시작되었다.
아직, 라비안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기척은 분명히…
폭풍처럼, 올라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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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4. 06. 2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