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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약속' 5

애나🍬

2025. 04. 06. 일요일

조회수 43

“그녀는 내 약혼녀다. 내가 데리고 간다.”
아르세인의 말은 냉정했지만, 그 속엔 타오르는 불안이 엿보였다.
그는 칼자루에 손을 얹은 채, 라비안을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라비안은 아무 말 없이 에리엔을 안은 팔에 힘을 줬다.
에리엔의 몸은 점점 더 차가워지고 있었다. 그녀의 입술은 하얗게 질렸고, 숨은 겉돌기 시작했다.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 이 상태로는, 에리엔님께서…”
“내가 직접—!”
“그건 당신의 오만입니다.”
라비안의 목소리가 낮게 갈렸다.
순간, 두 사람 사이에 살벌한 침묵이 흘렀다.
그때였다.
에리엔의 손이 조용히, 툭— 하고 떨어졌다.
그녀가 쥐고 있던 라비안의 옷깃을 잡은 손이었다.
“…에리엔?”
라비안이 그녀를 다시 안아 올렸을 때,
그녀의 고개가 힘없이 꺾였다.
숨이…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입술은 파랗게 질렸고, 가슴이 오르내리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
그 순간, 두 남자가 동시에 외쳤다.
“에리엔....?!!”
목소리는 달랐지만, 절박함은 같았다.
그녀의 이름이 공기를 갈라, 숲의 정적을 찢었다.
라비안은 미친 듯이 고개를 돌렸다.
“시간이 없어. 아르세인 폐하, 지금은 다툴 때가 아닙니다!!”
아르세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도 이 상황이 얼마나 위중한지,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가라.”
짧은 허락.
그 순간, 라비안은 마치 화살처럼 튀어나갔다.
에리엔을 가슴에 꼭 안은 채, 숲을 가르며 외쳤다.
“치유사 엘라센! 성역을 열어라! 지금 당장!!”
수호의 나무들이 흔들리고, 은빛 마법진이 숲 바닥에 피어올랐다.
하늘의 별빛과 땅의 정령들이 응답하듯, 숲 속이 신성한 기운으로 물들었다.
라비안은 성역의 중심에 도착하자마자, 무릎을 꿇고 조심스럽게 그녀를 내려놓았다.
“제발… 늦지 마십시오…”
치유사 엘라센이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 위에 손을 얹었다.
빛이 번졌다. 고요한, 그러나 강력한 치유의 힘이 그녀를 감쌌다.
그 시간 동안—라비안은 침묵했다.
하지만 그 눈빛 속엔 모든 감정이 맺혀 있었다. 죄책감, 분노, 공포, 그리고… 간절함.
그 뒤를 조금 늦게 따라온 아르세인은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조용히 등을 돌렸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에리엔은 마법결계로 둘러싸인 성역의 침상 위에 조용히 누워 있었다.
얼굴에 핏기가 조금 돌아왔지만,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 곁에 무릎 꿇은 라비안은, 입술을 꼭 깨물며 조용히 속삭였다.
“…죄송합니다. 또 지켜내지 못할까, 두려웠습니다.”
“당신이 손을 놓던 그 순간… 내 심장이 멈춘 줄 알았습니다.”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녀의 손은 아직 작고, 차가웠지만—미세한 온기가 남아 있었다.
“에리엔, 나는 약속드립니다.”
“당신의 손이 다시 떨어지지 않도록… 절대, 다시는 놓지 않겠습니다.”
작은 떨림.
그녀의 손가락이 아주 조금, 미세하게 그의 손을 움켜쥐었다.
라비안의 눈이 커졌다.
“……!”
그리고 그 눈가엔, 말없이… 안도의 눈물이 맺혔다.
달빛은 여전히 창밖을 비추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안엔 희망의 숨결이 조용히 깃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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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하네 증말 ㅋㅋ
하루카

2025. 04. 07. 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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