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4. 06.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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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는 부드러운 햇살이 내려앉고 있었다.
에리엔은 한 손에 따뜻한 차를 들고, 조용히 라비안을 바라봤다.
“…여긴, 아침이 이렇게 조용하네요.”
라비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건, 공주님 곁이기 때문입니다.”
“그 말, 자꾸 하면 곤란한데요.”
에리엔은 살짝 웃었고, 라비안도 미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한때는 서로를 멀게만 느끼던 두 사람 사이엔
지금, 조용하지만 깊은 신뢰와 미묘한 감정이 흘렀다.
“라비안.”
“예.”
“…전, 기억이 없는 게… 이상해요.
가끔 꿈처럼 떠오르는 장면도 있고…
그 꿈들 속에서, 당신도 자주 나와요.”
그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당신이 이 세계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네?”
하지만 더는 설명을 이어가지 못한 채, 며칠 후, 하인을 통해 한 가지 소식이 전해졌다.
“아르세인 폐하께서, 대장군 라비안님과 함께 정원을 산책 중이라고 전해 왔습니다.”
“…산책이요?”
에리엔은 어딘가 불길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그리고—그날 이후, 라비안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
며칠 후,
“오늘도… 라비안은 안 보이네요.”
에리엔의 얼굴에 깊은 그늘이 드리워졌다.
“그 사람… 괜찮은 거죠?”
아르세인은 여전히 매일같이 그녀의 곁에 나타났고,
에리엔은 어김없이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라비안은… 무사한가요?”
처음엔 아무 대답도 하지 않던 아르세인.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그 놈이 그렇게 중요해?”
그의 목소리는 날카롭게 날이 서 있었다.
“매일 그놈 이름만 부르지?
너는 날 봐야 해. 나만 생각하고, 나만 사랑해야 해.”
“아르세인… 왜 이러세요…”
“왜? 싫어? 그래도 상관없어.”
아르세인은 한 걸음 다가와, 그녀의 팔을 잡아끌었다.
“넌 내가 가졌어. 누구도, 그놈조차도—널 빼앗을 순 없어.”
그 순간—문이 벌컥 열렸다.
“그 손, 놓으십시오.”
피로 얼룩진 군복, 붕대로 감겨진 몸.
그러나 눈빛만은 다시 검이 된 듯 날카로운 라비안이었다.
“……살아 있었군.”
아르세인의 입꼬리가 천천히 말려 올라갔다.
에리엔은 놀라 라비안 쪽으로 달려가려 했지만—
“가까이 오지 마.”
슥—!
찰나, 아르세인의 손이 허리춤에서 칼을 뽑았다.
그 끝은 에리엔의 목에 닿았다.
“그 한 걸음, 더 오면—이 아이 목에 피가 흐를 거다.”
“……!!”
에리엔은 숨이 멎는 듯 얼어붙었고, 라비안은 발끝 하나 움직이지 못했다.
방 안의 공기가 무너지는 듯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만하세요, 아르세인… 이건—”
“……이건 사랑이야.”
아르세인의 눈빛은 집착과 분노로 뒤덮여 있었다.
“널 원해. 너는 내 거야. 그 누구도—그 무엇도—널 대신할 수 없어.”
“폐하, 지금 이건—”
라비안이 경고의 목소리를 내는 순간—
“…그만… 그만두세요…”
에리엔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는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한 걸음 비틀거렸다.
“난… 그냥… 조용히 있고 싶었는데…”
그녀의 손끝이 떨리고, 칼끝이 피부에 살짝 닿는 순간—
“에리엔!”
“공주님!”
**
순간, 에리엔의 눈앞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그리고,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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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4. 06. 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