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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손

세젤귀 지후니

2024. 09. 03.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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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적한 동네에 오랜 역사를 가진 작은 병원이 하나 있었다. 사람들은 이 병원을 “소문난 병원”이라고 불렀는데, 그 이유는 많은 환자들이 그 병원에서 치료받은 후에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주인공 수현은 최근에 어머니를 잃고 깊은 슬픔에 빠져 있었다. 그러던 중 수현은 원인 모를 두통에 시달리게 되었다. 진통제를 먹어도 효과가 없고, 잠을 자도 고통은 줄어들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친구의 추천으로 그 소문난 병원을 찾게 되었다.

병원은 외관상으로는 평범했지만, 들어서자마자 수현은 기묘한 기운을 느꼈다. 병원의 복도는 기이할 정도로 조용했고, 오래된 벽지와 삐걱거리는 바닥이 불안감을 자아냈다. 하지만 수현은 별다른 생각 없이 의사에게 진료를 받았다.

의사는 중년의 여성으로, 차분한 미소를 띠며 수현의 증상을 들었다. 그리고는 진찰 후 말없이 책상 서랍에서 오래된 약병을 꺼내 수현에게 건넸다. "이 약을 하루에 한 번, 잠자기 전에 드세요. 며칠 안에 나아질 겁니다."

수현은 의사의 말을 믿고 약을 받아들었다. 그날 밤, 수현은 의사가 준 약을 먹고 잠이 들었다. 그런데 잠에 들자마자 기묘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꿈속에서 그녀는 병원의 복도를 따라 걷고 있었는데, 벽에 붙어 있는 손자국들이 눈에 들어왔다. 손자국은 처음에는 하나였지만, 복도를 걸어갈수록 점점 더 많아졌다. 그것들은 모두 피로 얼룩져 있었고, 끝없이 이어졌다.

복도의 끝에는 커다란 문이 있었고, 문을 열자 하얀 가운을 입은 간호사들이 있었다. 간호사들은 모두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었다. 그들의 손은 모두 피로 젖어 있었고, 깨끗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간호사들은 점점 수현에게 다가왔고, 그녀는 그 자리에서 깨어났다.

수현은 식은땀을 흘리며 깨어났다.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이상한 꿈이었다고 생각하며 다시 잠을 청했다. 그러나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수현은 같은 꿈을 꾸었다. 병원의 복도를 걷다가 피 묻은 손들이 그녀를 쫓아오는 꿈.

며칠 후, 수현은 친구에게 이 꿈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친구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나도 그 병원에 가서 같은 꿈을 꿨어! 그리고 나서 병원에 가지 말라는 생각이 들었어."

두 사람은 그 병원에 대한 소문을 조사하기로 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그 병원은 예전에는 정신병원으로 사용되었고, 수십 년 전 끔찍한 사고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환자 중 몇 명이 치료 중 사망했는데, 병원 측은 이를 숨기고 있었고, 그로 인해 병원은 문을 닫았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의 병원은 같은 장소에서 새롭게 개업한 곳이었다.

수현은 그 병원에 다시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자신이 약을 받은 의사에게 직접 이 이야기를 물어보고 싶었다. 병원에 도착한 수현은 다시 그 조용한 복도를 지나 의사의 방으로 갔다. 하지만 의사는 보이지 않았고, 병원에는 이상하게도 아무도 없었다. 병원은 적막했고, 환자나 간호사, 심지어 안내 데스크에도 아무도 없었다.

수현은 의사의 방을 살펴보았다. 책상 위에는 그녀가 받았던 약병과 비슷한 병들이 잔뜩 놓여 있었다. 그리고 책상 서랍을 열어보니, 한 권의 오래된 일기장이 나왔다. 일기장을 펼치자, 의사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한 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쓰여 있었다.

“모든 환자들이 오염되었다. 그들의 죄는 그들의 손에 새겨져 있다. 깨끗해질 때까지 그들은 떠나지 못할 것이다.”

그 순간, 수현은 뒤에서 차가운 손길이 느껴졌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꿈속에서 보았던 하얀 가운을 입은 간호사들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손은 여전히 피로 젖어 있었다. 수현은 뒷걸음질치며 방을 빠져나오려 했지만, 복도는 끝없이 이어졌고, 벽에는 피 묻은 손자국들이 더 선명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현은 공포에 질려 병원을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아무리 걸어도 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다시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침대 옆에 있던 탁자 위에 낯익은 병원 약병이 있었다. 수현은 그 병을 보자마자 경악했다. 병을 뒤집어보니, 병원 이름과 함께 이런 글이 쓰여 있었다.

"당신의 손은 깨끗한가요?"

그날 밤, 수현은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손을 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손에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아무리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피가.

그녀는 병원을 떠나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 그녀도 그 병원의 일원이 되었다.

#1 자유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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