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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112

won

2024. 01. 12. 금요일

조회수 25

3달 만에 쓰는 일기다.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생각해보면 다 큼직한 일들은 아녔고 내 생각에 확신을 갖게 해준 느낌이다. 음식을 먹었는데 체해서 토하기 직전에 소화가 된 느낌?
우선 담배를 끊었다. 담배를 끊은지 오늘로 10일차고 운동도 다시 시작했다.
어차피 내가 쓰는 일기이고 나만 볼 예정이니 잘 알고 있는 얘기지만 건강 때문이라면 절대 끊을 생각이 없었던 내가, 아니 애초에 끊을 생각이라곤 절대 없었던 내가 담배를 끊었다.
담배를 평생 끊을 생각도 없었고 술을 안 마셨음 안 마셨지 담배를 어떻게 끊냐고 했던 나인데 언제부터였을까. 규태형한테 자청은 담배 피는 사람이랑은 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던 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 때 부터 담배를 언젠간 끊어야겠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생각이나 했지 언제부터, 어떻게 끊을 계획도 아예 없었다.
그러다가 저번 주에 규태형이랑 얘기를 하다가 너무 쪽팔렸다. 스스로도 통제를 못하고 있고 내가 나를 컨트롤 못한다는 걸 자각하고 있었는데 무의식적으로 무시하고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근데 그 얘기를 가장 친하고 본받아야 하는 형한테 들으니 너무 수치스럽고 쪽팔렸다. 게임하는 것도 담배 피는 것도 하등 쓸 데 없는 싸구려 도파민인 걸 알고 있었는데 왜 알면서도 못 끊었을까...
그래서 그 자리에서 바로 옥상으로 갔고 줄담배 다섯 개비 정도 피우려다가 두 개비만 피우고 버렸다. 담배 생각이 나는 듯 안 나는 듯 하다. 건강 때문에, 다른 이유 때문에 끊었다면 참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이유를 확실히 인지하고 끊으니 생각이 좀 덜한 것 같다, 근데 오늘은 담배 생각이 좀 난다. 오늘 이 일기를 갑자기 쓰는 이유이기도 하며, 나에게 담배를 처음 알려준 친구 다니엘 때문이다.

다니엘은 내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친했던 친구이며, 안면은 2학년 때 텄던 햇수로 15년째 된 친구이다. 전화도 잘 안 받고 약속시간도 안 지키던, 하지만 성격이 유하고 착해서 친구들에게 인기도 꽤 있던 친구다. 고등학교는 갈라졌고 난 음악을 시작했고 다니엘은 재수, 삼수까지 하면서 한동안 연락도 뜸하고 얼굴도 거의 보지 못했었다가 피시방에서 오랜만에 얼굴을 봤다. 그 때부터 간간히 연락을 하다가 붕어빵 장사를 할 때 서울을 잠깐 올라온 다니엘이 가게로 찾아왔었고, 본인도 사업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나한테 했었다.
그 때 부터 그런 고민을 서로 털어놨던 것 같다. 나도 동년배 친구 중에 사업 또는 장사 얘기를 할 친구가 없었고, 다니엘 또한 그런 장사마저 해본 친구가 나밖에 없었으니.
난 끌어주는 규태형이 있었고, 의도하든 하지 않든 영향을 받게 되었고 하는 일들도 자영업, 장사, 사업 쪽으로 쏠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니엘과는 마인드나 경험치의 격차가 벌어졌던 것 같다. 아니 같다가 아니라 사실상 많이 벌어졌었고 대화를 나누면 그걸 서로 느꼈다.
다니엘은 나한테 그렇게 이끌어줄 만한 멘토가 있다는 사실을 부러워했었고, 나는 다니엘한테 규태형 같은 친구가 되어주고 싶어서 말로나마 도움을 주려고 노력 했었다.
홈페이지 제작과 헬스케어 서비스 등으로 아이템을 확정했고, 나는 그걸 다니엘이 즉각 실행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서 조언을 했다.
오늘 시작한지 일주일 만에 첫 사업 매출이 나왔고 취했던 스탠스에 만족하지 못했을 지언정 그토록 원했던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냈다 다니엘이.
오늘 우리가 오랜만에 보기로 했었고, 내가 끝내 미루면서 만족하지 못했던 메인 배너 제작을 다니엘이 도와주기로 했었다. 경쟁사들의 키워드 및 메인 배너를 30분 정도만 서칭 해와주길 부탁했고, 다니엘은 까먹었다.
까먹읗 수 있지. 몇 년만에 본집으로 다시 이사했고, 만나기로 한 날은 첫 미팅이 있었으니 정신이 없었을 거다. 내가 그 상황이었어도 까먹었을 수 있을 것 같다.
그 약속을 잊어버린 다니엘이 나한테 얘기를 마쳤으니 피시방을 가자고 했고, 나는 배너를 만들기로 하지 않았냐고 했다.
거기서 조금 짜증이 나서 티를 냈더니 변명부터 하길래 화를 냈다 미안하지도 않냐고. 미안할 일이냐고 반문하길래 그 자리에서 화를 냈으나 변명만을 계속 하고 역으로 짜증을 내길래 그냥 나왔다. 따라 나와서 변명을 하는데도 미안하다는 말을 절대 하지 않아서 인지를 시켜줬다. 내가 화낸 것에 대해서 너도 화가 났으면 우선 너가 잘못한 것에 대해서 사과부터 하고 나한테 얘기를 꺼내라고. 마지막에 가서야 사과를 하더라.
그 자리에서 감정을 바로 풀기에는 이미 내 감정이 너무 상했고 많이 실망했다. 인간 대 인간으로 실망했다고 얘기하고 자리를 떴다.

쉽게 풀어 쓰면 서른살 가까이 먹은 남자끼리 그냥 말싸움 한거다.
다른 관점으로 보면 친구로 시작해서 서로의 인생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사람들끼리 이젠 친구가 아닐 때의 스탠스도 있다는 걸 인지를 못하고 선을 넘어 생긴 프레임 싸움 같기도 하다.
난 거기서 최대한 논리적으로 얘기를 하고 이해를 시켜주려고 했는데 초반엔 절대 이해를 못하는 다니엘을 보고 너무 실망스러웠다.
한 편으로는 비슷하게 생각하면 우리 아빠한테 적반하장으로 화내던 내가 그런 비슷한 모습이 아니었을까도 싶다.
심한 말을 쏟아내기도 했는데, 후회하진 않는다. 다니엘 성격상 먼저 연락을 하기엔 자존심 많이 상해할 것 같은데 자기가 진짜로 미안하다고 느끼거나 내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을 하겠지.
연락이 오면 어떤 이유에서 사과를 하는건지 스탠스를 보고 받아줄 지 말 지 결정해야겠다.
규태형이 말한 찍어 누른다는게 이런 개념인 것 같기도 하다...

레드필의 일종인 것 같다. 여자에 대한 진짜 현실 뿐만 아니라 남자의 세계에 있는 무의식적인 서열과 질서 또한 이제 제대로 보이는 기분이다.
상준이가 오늘 정리 해줬던, 규태형이 말하는 남자의 바이브.
의도한 건 아니지만 나한테도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이전에 친구들이 나를 대했던 태도, 여자들이 나와 처음 만났을 때 취하던 태도가 생각해보면 많이 바뀌었고 최근엔 급변했다.

이 프레임을 발전시키고 더 가꿔나가는게 쾌감이 있고 재밌겠고, 그게 내 인생의 목적이긴 한데 좀 씁쓸하긴 하다. 남자의 관계에서도 낭만이 아니라 그런 개념을 따져서 생각을 해야 한다는게 좀 슬프다.
모르겠다 그냥 여기까지 써야겠다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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