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0. 26.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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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개를 쫙 켠다. 몸이 되게 가뿐하다. 그런데 뭔가 분이기가 싸하다. 눈을 떠보니 많은 사람들이 무릎을 꿇거나 허리를 굽히고 선 채 나를 보고 있다. 옷은 또 왜 저렇게 입었는지 어리둥절 하는 사이 눈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분명 어제 내 방에서 난 잠을 잤는데 여긴 어디인가? 아직 꿈을 꾸고 있나 보다.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초록색 옷을 입은 한 남자가 '전하 간밤에 안녕하셨습니까?'라고 말한다. 아니 나에게 묻고 있다. 꿈인데 뭘. 아무 말이나 해도 괜찮겠지. 질문을 한 남자를 쳐다보며 잘 자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 남자는 눈이 공룡알만큼 커지더니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다. 그러더니 나에게 묻는다. 혹시 불편하신 점이 있으셨는지. 솔직히 불편한 건 딱히 없다. 그저 꿈 아닌가. 그래서 불편한건 없다고 답하였더니 모든 사람들이 방긋 웃는다. 이 꿈 재밌다고 생각하는 찰나, 밥상이 들어온다. 밥상을 보니 내 턱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아침부터 고기, 생선, 나물, 국, 후식까지 제대로 한 상 차림이다. 빨리 먹고 싶어서 젓가락을 들었다. 그런데 옆에 있던 한 여자가 놀라면서 송구하다고 한다. 도대체 뭐가 송구하다는거지? 그러더니 먼저 먹어보겠다고 한다. 아! 사극에서 본 장면이 내 꿈, 내 눈 앞에서 펼쳐지는구나. 그 여자는 이제 괜찮다며 뒷걸음질로 물러난다. 나는 밥을 한 술 뜬다. 맛이 느껴진다. 이렇게 생생한 꿈이 있을 수 있을까? 우선 맛있게 식사를 마친다. 하나도 남기지 않고 배부르게 먹었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밥상을 치우면서 모든 사람들이 나갔다. 딱 한 사람 빼고. 처음에 말을 걸던 초록옷을 입은 남자가 나에게 온다. 배가 많이 고팠냐고 물어보면서 앞으론 저녁 늦게 드실만한 것을 대령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오늘은 모두 쫄쫄 굶겠습니다라고 말한다. 나는 영문을 몰라 왜 다들 굶느냐고 물었다. 그 남자는 내가 먹고 남겨야 아래 사람들이 나눠 먹을 수 있다고 말하면서 오늘 따라 왜 이러는지 궁금해 하는 표정을 짓는다. 배가 부르고 나니 이제 슬슬 잠에서 깨도 좋다고 생각한다. 눈을 감고 하나 둘 셋을 외치며 깨려고 노력했다. 눈을 뜨자 아까와 같은 풍경, 심히 놀란 초록 옷을 입은 남자가 보인다. 한 번 더 해봐야지. 하나 둘 셋! 눈을 떴다. 역시 같은 장면이다. 초록 옷을 입은 남자는 괜찮냐고 물어보며 어의를 들라고 외친다. 꿈이 아닌가? 그럴리가 없다. 나는 손등을 찰싹 친다. 느껴진다. 아까는 미각, 지금은 통각이 온전하게 느껴진다. 진짜 내가 임금이 된건가? 그렇다면 초록 옷을 입은 남자는 내시일 것이다. 이름이 무어냐고 물었더니 나를 정말 미친게 아닌가 하는 눈으로 쳐다본다. 그러면서 신은 김내관 이옵니다 전하, 정말 재미없는 농이오니 이제 그만 하옵소서라고 말한다. 아, 김내관이구나. 그런데 나 장난 아닌데? 일단 정보가 필요하다. 지금이 언제인지. 김내관에게 내가 몇 번째 임금이냐고 물어본다. 김내관은 정말 이러시지 말라면서 조선의 4번째 임금이라고 알려준다. 내가 세종대왕? 와... 이거 꿈이여야만 한다. 내가 세종대왕이라면 조선, 아니 그 후손인 대한민국까지 영향을 크게 미친다. 게다가 딱보니 한글이 창제되지 않은 시점이다. 갑자기 머리가 핑핑 돈다. 3초 후 결론을 내린다. 나는 한글을 창제하려고 조선의 4대 임금 세종이 되었구나. 임금 놀이를 며칠만 더하고 일을 제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역사책에서 공부한대로 세종의 업적을 하나씩 이뤄간다. 중간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적도 많았지만 꾹 참고 해냈다. 그렇다. 나는 임금 세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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