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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크란베리

2023. 10. 22. 일요일

조회수 65

지구상에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산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산악인들은 지금도 새로운 기록을 세우기 위해 산을 오르고 있다. 무산소로 최대한 많은 산을 오른다던가 길이 험해서 아무도 도전하지 못한 등산로로 정상을 오르는 식이다. 바보같다고 생각했다. 이미 많은 이들이 오른 산을 다른 방식으로 오르기 위해 목숨을 건다는게 이해되지 않았다. 방법이 달라도 결국 산을 오른다는 관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지 않나? 똑같은 산을 오르는데 왜 의미부여를 해가면서 목숨걸고 산을 올라야 하나. 산을 있는 그대로 즐기지 못하고 정복의 대상으로, 경쟁의 수단으로 여긴 결과다. 인간의 그런 심리가 인류의 발전을 이끌어왔을지도 모르지만 한심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문득 얼마전에 키르키스스탄의 알리알라샨에 올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해발 3000미터가 넘는 산을 한정된 시간 내에 오르다보니 무리한 일정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이번이 아니면 다시 오기 힘들다는 생각에 정상까지 다녀오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고 산소가 부족해 힘들어하면서도 억지로 걸음을 옮겨야 했다. 내가 한심하게 생각했던 등산인들과 정상을 찍기 위해서 무리했던 내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아마 내가 알리알라샨을 또 가게 된다면 이번에는 다른 코스, 다른 일정으로 오르려고 할 것이다. 단순히 산 그자체를 즐기기 보다는 등산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 전문 산악인들도 처음에는 나처럼 시작했을 것이다. 등산이 반복되다 보니 일반인의 관점에서 의미 없어 보일 수도 있는 무리한 도전을 하게 됐을 것이다. 산악인들을 한심하게 생각한 나는 얼마나 오만한 인간인가. 상대방을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고 경험해보지 않은 것들을 쉽게 재단하려 한 어리식음을 다시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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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키즈스탄의 친구가 그리워지네요. 멋지십니다.
보석선장[0]

2023. 10. 22.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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