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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단편 소설

박은식

2023. 10. 01. 일요일

조회수 134

"안녕, 또 왔어."

나는 오늘도 꿈에서 투명한 벽 너머에 있는 다른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지금 내가 있는 하얀 방과는 다르게 벽 너머에 있는 나는, 온통 어두운 벽 뿐이었다.
빛이라곤 지금 내가 있는 방에서 나오고 있는 빛 뿐이었다.

꿈이라는 것 말고는 설명이 안되는 이상한 공간...
분명히 꿈인데도 그런 기억과 오감이 똑똑히 느껴졌다.
오늘도 난 그 아이에게 손을 뻗어보지만, 야속하게도 그 아이는 나를 곧바로 꿈에서 깨게 하였다.

숏컷에 하얀 후드티... 얼굴은 그림자로 가려져있었지만, 외모는 얼추 나랑 비슷했고,
입고있던 옷은 점점 내가 즐겨입는 후드티로 변해갔다.
그래도, 나쁘진 않았다. 그 아이가 점점 완성되어가는 것이 흥미진진했다.

나는 그 아이에게 다가가진 못해도, 말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오늘 있었던 일 이야기 해줄까? 오늘 체육시간에 있잖아...."

"아니 내가 진짜 짜증나는게, 친구가...."

"오늘은 옛날 이야기라도 들려줄까? 내가 초등학생이었던 때에 있었던 일인데..."

이런 저런 이야기로 조금이라도 더 친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내 말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가 다가가려고하면 여전히 나를 잠에서 깨게 만들었다.

"안녕, 또 왔어. 오늘은 좀 특별한걸 가져왔는데.... 볼래?"

이번에는 꿈에 물건을 가져가봤다.
통했는진 몰라도 이번엔 다가가도 깨지 않았다.

"이거. '모자' 라는건데, 지금 내가 쓰고있는거랑 똑같은 거야."

그 아이가 손을 뻗자, 손이 벽을 통과했고, 곧 내 손에 들려있던 모자를 들고 몸 앞으로 가져갔다.
그 아이가 모자를 쓰자, 얼핏 보면 나랑 구분 못할정도로 똑같았다.

그 후로, 나는 신나서 이거저거 가져다주기 시작했고,
어떨때는 내가 좋아하는 간식을, 또 어떨때는 내가 아끼는 물건을 보여주기도

.
.
.

아마 그때였을거다. 그 자식이 나를 빼앗아가기 시작한게....

"안녕, 또 왔어."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인사를 하고, 이번에는 벽으로 다가가 등을 기대고 앉았다.
그러자, 그 아이도 나랑 똑같이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그러자, 그 아이도 나랑 똑같이 벽에 기대고 앉았고,
내가 벽에 슬쩍 손등을 가져다대자, 그 아이도 똑같은 곳에 손등을 갖다댓다.

그때, 나는 그 아이와 무언가가 이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말로 설명할순 없는 굉장히 오묘한 기운이었다.

"야 거긴 밝냐?"

분명 귀로 들린건 아니지만, 똑똑히 들렸다.
텔레파시. 그동안 말로만 들어봤지 실제로 경험한건 처음이었다.
나는 서투르지만, 그래도 내 말을 전하려고 노력했다.

"응, 근데 아무것도 없어."

그게 그 아이와 내가 처음으로 한 대화였다.

처음에는 잔뜩 쉰 목소리였다.
목감기를 심하게 걸리면 나는 쉰 목소리라고 해야하나... 암튼 겨우 알아들을 수 있는 목소리였다.

"안녕, 또 왔어."

"그래, 왔어?"

그때부터는 그 아이도 마음으로 열었는진 몰라도, 서로 소통할 수 있게됐고, 그 아이를 감싸고있던 어둠이 챠챠 줄어들었다.
게다가 나와 그 아이를 나누던 벽도 점차 사라져갔다.
나는 한시라도 그 아이를 밖으로 꺼내 세상을 구경시키게하고 싶었다.

하지만, 뭔가가 이상했다.
자꾸 생각없이 움직여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과로로 인한 이상증세라고 생각해서 별 대수롭지않게 여겼다.

그러는동안... 그러는동안 그 자식은 나를 점점 닮아가고있었다.
이제는 나랑 구분을 못할정도로 닮아갔고, 얼굴에 있던 그림자까지 사라져 내 얼굴을 그대로 형상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어김없이 꿈에서 그 아이에게 인사했다.

"안녕, 또 왔어."

"...."

이상했다. 말 한마디 없다고?
이전에는 당연했지만, 현재로써는 전혀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얼굴은 전과 같이 그림자로 가려놓고선...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나는 혹시나싶어 물었다.

"무슨 일 있어? 왜 오늘은 아무 말도 없어?"

몇분간의 정적이 흐르고, 그 아이는 입을 열었다.

"됐어..."

"어?"

나는 봤다. 똑똑히 봤다.
얼굴에 있는 질은 그림자 사이에서 광기와 사악함이 차있는 빨간 눈동자가 빛나고 있었다.
그라고 나는 그대로 밀쳐졌고, 그 아이는 사라져버렸다.



"됐다고, 이제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것같아."

"어? 정말!?"

나는 너무 기뻤다. 이 아이를 데리고 세상을 구경시킬 수 있다는 것이 너무너무 기뻤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 아이는 내 어깨에 손을 올리더니 말했다.

"근데 말이야, 그거 알아?"

"응?"

"사람이 너무 착하면 안돤다는걸."

"어...?"

한동안 상황파악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꿈에서 깨지 않자, 슬슬 뭐가 잘못됬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왜, 넓은 공간에서 나 혼자밖에 없다는 사실이 주는 공포가 얼마나 큰지 확실하게 보여줬다.

곧 내가 있는 곳은 어둠으로 둘러쌓이고, 나는 곧바로 벗어나려고 했으나,
투명한 벽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어...? 어?! 내보내줘!! 내보내달라고!!"

그렇게 한참을 외쳤다.
내 후드티는 누더기가 되어가고, 머리는 산발이고, 목은 쉬고 아주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렇게 서있는데 그녀석이 들어와서 말했다.

"안녕, 또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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