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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7(화)

현녀니다

2023. 02. 08. 수요일

조회수 11

올해 일기를 쓰기로 결심한지 56942번 째,, ㅋㅋㅋㅋㅋ 이런 저런 시행착오를 거치다 노트북으로 일기를 쓰기로 한다. 아아. 알바를 마치고 후루룩 씻고 오기까지 하니 너무 너무 졸리다.

오늘 알바를 하는데 손님께 소금빵 6개를 받았다. 교대가 15분 남은 상태였고, 왠지 기분이 좋지 않아 (나 치고)냉담하게 응대하던 중이었다. 게다가 그분이 집어 오신 것은 제로 펩시 페트병 두 개. '아 또 워커인 가서 채워야 하네,, 재고 남아 있나?' 생각하던 차에 갑자기 손님께서 "저 혹시.. 빵 좋아하세요?"라고 하셨다. 갑작스런 질문에 ㅇㅁㅇ 되어서 "무슨 빵이요..?"하고 물으니 "소금빵..."이라고 하셨다. 소금빵이라는 말에 기쁨을 숨기지 못하고 "헉!! 네!!!!!" 하니까 손님께서 들고 계시던 가방에서 소금빵 6개 뭉텅이를 주섬주섬 집어 올리셨다. 누구라도 그렇듯이 난 당연히 그중 하나만 주시는 줄 알고 봉지를 열 때까지 기다렸는데 냅다 그걸 다 주신다는 거였다!! 자기가 빵집 알바생이라며..ㅋㅋㅋㅋ 생각지도 못한 소금빵 선물에 넘 놀라서 감사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얼어있었다. 그 분이 어떤 마음으로 소금빵을 주신지 알 수는 없다. 빵을 즐기지 않거나, 빵집 알바생이라고 하셨으니 빵이 질리셨거나, 뭐 혹은 처치 곤란이었는데 눈이 빠알간 내가 알바하고 있는 게 눈에 띄었거나, 등등. 계기가 무엇이 되었든 간에 중요한 것은 소금빵에 환장하고 알바에 지쳐가고 있던 내가 선물을 받았고, 너무 감사하다는 것이었다. 너무 짧은 순간이라 손님의 얼굴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인상착의는 어렴풋하게 기억나지만 정확하겐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다음에 오신다면(그리고 내가 알아본다면) 꼭 나도 무언가를 드려야지.. 제로 펩시 드려야지.. 후후. 역시 작은(누군가에겐 정말 큰)호의가 어떤 이의 하루에 큰 기쁨이 되는 것 같다. 나도 베풀고 베풀고 베풀며 살아야지.

오늘 인스타를 서칭하다 어떤 글을 보았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강 '나는 냉소를 혐오한다. 세상을 친철하게 베풀며 살아가다 보면 훨씬 큰 무언가가 돌아온다'는 내용의 글이었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나는 냉소를 혐오하지 않고, 어쩌면 동경하지만, 역시 친절과 냉소 중 하나를 고르라면 역시 난 친절이다. 나의 냉소가, 나의 친절이, 짧은 순간의 그 나의 태도가 타인에겐 하루 기분을 좌우하는 무언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너무 잘 안다. 나의 태도, 그리고 나의 행동의 무게를.

'친절'이라고 하니 오늘 내가 하루종일 고뇌했던 주제가 떠오른다. 친절과 만만. 친절한 직원이되 만만해 보이지 않을 수 없을까. 난 사랑 받고 싶은 욕구가 너무 강한 사람이다. 내게 보인 작은 호의도 난 작지 않다. 내게 호감을 가진 이들의 태도가 조금이라도 변하거나, 호감이 사라질 때까지 전전긍긍하다 그 날이 도래하면 나는 완전히 망연자실하고 만다. 왜? 왜 그럴까. 이런 저런 책을 읽고 이런 저런 생각을 거친 후 내가 내린 결론은 바로 엄마다. 뭐 내가 엄마를 너무 미워하고 내 모든 성격적 결함의 원인을 엄마에게서 찾아서 이 역시도 엄마의 탓으로 돌리는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타당한 몇 가지 근거가 있다.

엄마는 어렸을 때부터 내게 눈치를 보게 했다. 너무나도 금방 금방 기분이 변하는 사람. 그리고 그 기분의 화살이 날아드는 것 다름 아닌 나였다. 나는 너무도 오랜 시간을 엄마의 기분을 살피며 살았다.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아도 내 몸이, 내 본능이 집 문을 들어서는 순간, 내 방문을 나서는 순간 본능적으로 엄마 기분을 살피게 된다. 내가 그토록 독립을 갈망하는 이유도 바로 엄마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다.
1분 전까지 기분이 좋아 콧노래를 부르다 갑자기 매섭게 변하는 엄마. 나는 남자친구에게도 말한 적이 있듯, 엄마를 이해하는 걸 내 인생의 숙명으로 여긴다. 그만큼 어렵고 고통스러운 사람이다. 엄마는. 그렇다고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엄마가 나를 오랜시간 정신적으로 학대해 온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나는 이것이 학대인지 몰랐다. 이를 깨닫는 데에만 27년이 걸렸다.

여튼 어디서 읽은 글 처럼 나는 사랑받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냥 나다. 그렇지만 타인으로부터 나를 완전히 분리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사실 얽혀 사는 이 초연결시대에 타인과 나를 완벽히 분리한다는 것 자체가 크나큰 모순이다. 나는 이 초연결 시대를 굉장히 애용하고 있으므로,, 그치만 내가 포토샵을 하고 꾸며진 모습을 sns에 올리는 것, 누군지 특정할 수도 없는(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사람들의 시선에 내 삶을 짜맞추는것. 이제는 정말 그만하고 싶다. 포토샵과 sns, 그리고 엄마 이 세 가지가 내겐 평생의 숙제 아닐까.

며칠 전 일기에도 썼듯이 내가 지향하는 것은 쭉 같다. 담백하고 솔직한 내가 되는 것. 잔잔하고 깊고, 휘둘리지 않고, 보여주는 것에 혈안 되어있지 않은, 그저 묵묵히 나로 내 인생을 잔잔하게 살아가는 것. 언젠가 이런 내가 완성된다면, 그때의 정현영은 어떤 삶을 위해 살아가고 있을까. 확실한 건 나는 이러한 삶을 지향하고, 그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므로, 결국엔 그런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는 것.

나는 이제 안다. 끊임 없이 노력하고 바라면, 그것을 완벽히 성취하진 못하더라도, 그 비슷한 것이라도 된다는 사실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꿈꾸지 않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한다는 사실을. 이러한 깨달음을 얻고 이러한 일기를 쓰는 지금의 정현영도 과거의 정현영과 비교하면 참 성장했구나- 하겠지.

오늘은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었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활자 안에서 유영하기> 저자 김겨울이다.(아 나 되게 괜찮은 사람이네.) 역시 책을 읽는 것은 사고의 확장에 큰 도움이 된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이라 하지 않았던가. 세상에 위협이 되는 사람일 수는 없으니 올해는 그저 읽고, 읽고, 또 쓰고 많이 배워야겠다.

노트북으로 일기를 쓰기로 한 건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지치지 않고, 생각의 흐름을 손이 금방 금방 따라간다. 하하. 자주, 오래 보자 일기장아.

그럼 이만 자러 가야겠다. 내일도 쓰러 와야지 후후.

정현영.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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