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5. 23.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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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기간이 지나고 나서도 똑같았다. 남들과 똑같이 출근하고, 회사에서 회의도 하고, 가끔 직원들과도 이야기한다. 일을 잘했으면 칭찬도 받고, 일을 못 했으면 혼났다. 가끔씩 회사에 남아 피곤하게 야근도 하고, 어떨때는 칼퇴를 하여 집에서 쉬기도 했었다. 남들보다 늦게 취업했어도 남들과 같은 자리에 점점 도달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무엇일까. 왜... 기분이 안 좋은걸까. 아니 안 좋다기 보다는 아무 기분이 없었다. 분명 취업하기 전에는 지금보다 더 큰 슬픔도 있었지만, 분명히 조그마한 기쁨도 있었는데. 하루종일 공부하고 침대에 누웠을 때, 계속 공부만 하다가 하루종일 친구들이랑 신나게 놀았을 때. 후회와 슬픔이 먼저 찾아왔어도 그 잠깐, 그 며칠이 그땐 다시 준비를 할 원동력이었다. 지금은 슬프지 않다. 평범한 회사에 평범한 사람,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 껴 있는 나. 딱 그 정도였다. 지금은 이런 상황이지만 앞으로 남들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가는 찬란하고 멋진 미래를 기대했었다. 스펙을 위해 감정을 팔았다. 열심히 일하고, 일하고, 야근도 하고, 더 열심히 일하다 보면 뭐라도 돌아오겠지 싶었다. '열심히 하면 뭐라도 돌아오겠지.' 점차 그 문장이 의문문이 되어가고 있었다. 무엇이 쌓인걸까. 아니, 무엇이 힘들길래 그런걸까.
''자, 우리 이번 프로젝트 얼마 안 남았지? 조금만 더 애써서 딱! 이번달까지만 열심히 하고 다음 달부터는 좀 쉬어가면서 해~.''
거짓말이다. 저번달도, 저저번달도 저런 꿀발린 말을 하며 지금까지 휴가를 못 쓰게 압박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우리 팀 부장이 제일 깐깐하다고 소문이 났었는데, 진작에 딴 팀으로 옮겼어야 했나보다.
''아! 그리고 요즘 힘들거나 그런 일 있으면 바로바로 말해. 안 그래도 불경기인데 정신 똑바로 차리고 열심히 해야지. 알겠어?''
''네...''
''네엡...''
''네.''
''...''
''...김 대리?''
''아 넵...''
요며칠 잘 보이려 하느라 매일 야근했더니 몸이 정상이 아니다. 나이가 있는데 이렇게라도 안 하면 이제야 취업했는데 열심히도 안 한다며 욕 먹을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진짜 조금 쉬어야 되나 생각해도 불행회로밖에 돌려지지 않았다. '그래 휴가는 무슨 휴가... 앞으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열심히 일하자!' 이때의 내가 점점, 나를 괴롭게 잠식하고 있었다는 것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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