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5. 17. 일요일
조회수 13
화면비: 1.85:1
주연: 프란츠 로고스키 (크리스티안 역), 산드라 휠러 (마리온 역), 페터 쿠르트 (브루노 역)
주제: 무료한 일상 속 한 줌의 파도
진열대는 햇빛조차 들지 않는 어두운 곳이다... 일이 끝나고 밖으로 나서면, 세상은 이미 어두워져있다.
이 영화를 보며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답답함이였다. 모든 것이 정갈하게 정돈된 진열대, 문신과 같은 자신의 개성은 유니폼으로 일절 막아버리는 회사 방침, 매일 반복되는 일상. 재수생활을 하고 있는 나로썬, 공감이 안될레야 안될 수가 없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왜 떠오르는 햇빛놀을 마음껏 즐길 자유가 없는가? 우리가 꿈꾸는 평화의 아일랜드 섬은 어디있는가?
이 질문엔 '없다'라고 말하고 싶다. 일을 안 하면 안 하는데로 뒤쳐질까 두렵고, 하면 하는데로 힘들다. 그렇다면, 우리는 수레바퀴에 끼인 채 평생을 살아가야하는것인가? 브루노처럼 도로를 질주하던 과거를 회상하며 자살하는 것이 답인 것일까? 이 질문엔 '아니다. 절대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더하여 영화는 '파도소리'를 느껴보라는 방법을 제시해준다.
[파도소리]
영화에선 파도소리가 세 번 들려온다. 크리스티안을 진열대에서 처음 만난 순간, 휴게실에서 마주한 순간. 그리고 마지막 지게차 소리를 함께 듣는 순간. 영화를 본 이라면 별 다른 설명 없이도 이 장면들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파도소리는 '사랑'의 소리다. 심장의 요동으로 고요하고도 고요한 일터에 활기를 불어 넣어주는 소리다.
특히 두 번째 파도소리가 등장하는 휴게실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그들이 처음 대면한 순간은 배경이 분주한 일자리이지만, 서로 사랑을 느낀 순간, 카메라는 180도 회전하여 휴양지가 그려진 벽지를 배경으로 삼는다. 이 장면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전부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처한 환경이 중요한게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파도소리'는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나 또한 본가에서 나와 자취를 하며 재수를 하고 있다. 그러다 가끔씩 본가로 가곤 하는데, 정말 모든 것이 달라보인다. 원래 살던 집이 마치 궁전같아보이고, 아파트 단지는 환상의 파라다이스같다. 평소엔 신경쓰지도 않던 가족들과의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눈물날정도로 즐겁다. 이 순간을 잡고만 싶고, 마치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것만 같다. 나는 이게 파도소리라고 생각한다. 원래라면 쉽게 놓칠 수 있었던 소중한 순간들. 그 순간들이 어느 곳이든 없으랴. 난 그래서 실존주의가 좋고, 떠오르는 태양이 좋다. 당장 행복을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용기를 주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크리스티안 또한 이렇게 말한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난 왜 지금까지 이 파도소리를 몰랐을까?" 우리 도처에 항상 존재하는 파도소리. 정말 행복한 소리이다.
[브루노]
왜 그는 자살해야만 했을까? 그 이유는 크리스티안과 수족관에 간 장면에서 추측해볼 수 있다. 그는 수족관에 갇힌 물고기들을 보며, 자신은 저곳을 '바다'라고 부른다고 했다. 하지만 흔히 바다라고 생각하는 이미지와는 상반되어있다. 자유는 없어보이고, 답답해보이고.. 아! 그들의 삶같아보인다. 우리의 삶같아보였다. 이어서 그는 저 물고기들은 자신이 죽을 때 까지 헤엄친다고 말한다. 그에겐 바다도, 아름다운 파도소리도, 그 무엇도 죽기를 기다리는 수족관일 뿐인것이다. 마리온에겐, 크리스티안에겐, 동료들에겐 '파도소리'를 듣는법을, 사랑을 주는법을 가르쳐주지만, 정작 자신을 사랑할 줄 몰랐다. 아내가 없지만, 있다고 거짓말을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고독감이 영화를 넘어 내 가슴을 적신다.
별점: 4
✏️ '좋아요'누르고 연필 1개 모으기 🔥
부적절한 일기를 발견하셨나요?
의견을 주시면 꼼꼼하게 검토하겠습니다.
처리 결과는 도움 요청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부적절한 댓글을 발견하셨나요?
의견을 주시면 꼼꼼하게 검토하겠습니다.
처리 결과는 도움 요청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