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4. 20.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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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 ADMIN 인 사람한테 좋아요 받고 기분이 좋아짐 ㅇㅅㅇ
나는 일기장을 덮고 침대에 누웠다. 천장에 붙은 야광 별 스티커 하나가 떨어질 듯 위태롭게 대롱거리고 있었다. 엄마의 사진, 민석이의 전화, 그리고 내 일기장. 이 셋 중 하나는 명백한 거짓이어야 했다. 하지만 사진 속의 나는 너무나도 나였고, 내 일기장 역시 너무나도 내 글씨였다.
다음 날 아침, 나는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떴다. 머리가 깨질 듯이 무거웠다. 습관적으로 책상으로 향했다. 어제 잠들기 전의 기억을 기록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책상 위에 놓인 모나미 볼펜의 위치가 달라져 있었다. 나는 분명 일기장 위에 가로로 올려두었는데, 지금은 일기장 오른쪽 아래에 비스듬히 세워져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노트를 펼쳤다. 어제 내가 쓴 마지막 문장 아래에, 새로운 문장이 적혀 있었다.
[ 02:30. 기록자가 잠들었다. 이제 내 차례야. ]
글씨체는 내 것과 똑같았다. 하지만 문장의 어조는 내가 결코 쓰지 않을 방식이었다. 나는 소리를 지르며 노트를 바닥으로 내던졌다. 누군가 내 방에 들어온 걸까? 엄마일까? 하지만 엄마는 내 일기를 훔쳐볼 사람은 아니었다.
나는 쓰레기통을 뒤졌다. 어제는 없었던 종이 뭉치가 하나 더 들어 있었다. 구겨진 종이를 펴자, 한 횟집 영수증이 나왔다. 어제 오후 4시, 내가 공원을 산책하고 있었다고 적은 시간에 발행된 영수증이었다.
참치회 1인분 42500원. 나는 참치회를 싫어한다. 아니, 나는 모든 회를 싫어한다. 그런데 영수증 하단에는 내 체크카드 번호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 내 체크카드는 지갑에 있다. 분실되지 않았다. 분명히.
"말도 안 돼..."
그때, 내 방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이 낯설게 느껴졌다. 나는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 눈 밑에 다크서클이 퀭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내 입술을 만졌다. 말라 비틀어진 입술은 촉감이 썩 좋지 않았다. 손끝에서는 어젯밤에 쓴 적 없는 미세한 잉크 자국이 묻어 있었다. 갑자기 귀 근처에서 아주 낮은 웃음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환청인가 싶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방 안에는 나뿐이었다. 다시 거울을 보았을 때, 거울 속의 내가 아주 찰나의 순간, 입꼬리를 기괴하게 비틀며 웃는 것을 보았다.
나는 뒷걸음질 치다 벽에 부딪혔다. 거실에서는 엄마가 누군가와 즐겁게 통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네, 지훈 선생님. 아까 태오가 선생님한테 고맙다고 전해달라고 하더라구요. 상담이 아주 만족스러웠나 봐요. 우리 애가 그렇게 밝게 웃는 건 정말 오랜만에 봤어요."
태오. 엄마가 부르는 그 낯선 이름. 그리고 내 노트에 남겨진 의문의 문장.
나는 깨달았다. 내가 23년 동안 공들여 쌓아온 이 작은 방과 일기장이라는 세계가, 내가 모르는 또 다른 나에 의해 무참히 침범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태오'라는 존재는, 내가 무기력하게 방구석에 처박혀 있는 동안 엄마와 의사를 내 편으로 만들며 내 삶의 주인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 나는 이 무기력한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가.
작가의 말: 주인공은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앓고 있는 설정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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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잘 적으시는데요
2026. 04. 21. 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