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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솔러지 1-7 (1장 끝)

마 대리의 소설장

2026. 04. 04.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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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우연히 만난 그 둘 -마지막-
뭐라 말 할 수 없는 기분이 느껴졌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전혀 기억하고 싶지도, 아니 있어서도 안 될 일이 일어난 것 같았다. 이제는 왜 안 보이지? 라는 질문보다 왜 죽었지? 라는 질문이 더 와닿았다.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이 상황을 믿고 싶지가 않았다. 인간이 마음속이 이렇게나 공허할 수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게 되었다. 물론 그런건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 혼자서 묵묵히 기다렸다. 선착장 앞에서. 누군가가 나를 데리러 올지도 모를 희망으로. 그렇게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이제 더 이상 희망같은 것은 일절 마음에서 사라졌다. 다시 한걸음, 한걸음, 내딛으며 집으로 걸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믿을 수 없었다. 남편이 살아돌아온 것이다. 아니 나를 기다린 것이다. "여보...? 여보야...? 진짜?" 감격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인생에서 이렇게나 행복했던 순간이 다시 찾아올리가. 남편은 말했다. "여보...여보...여보..."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남편은 여보만을 반복했다. "여보...? 왜 그래...?" 점점 작아지고 있다. 남편의 목소리가. 서서히. 어느 순간부터 남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삐-) 아주 시끄러운 이명소리가 귀를 덮쳤다.
꿈이었다. 역시 현실은 돌아올리가 없었다. 의자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얀색 페인트가 다 벗겨진 천장, 곳곳에 덧칠되어있는 페인트의 흔적들, 하나하나 평소보다 더 신경쓰였다. 전부 다 남편과 함께 했던 일이니까.
남편은 위태로운 의자에 올라가 오래된 천장을 직접 칠하기로 했다. 그때의 자신감 넘쳤던 남편의 표정은 몇초가 지나서 불안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흔들리는 의자 위, 아슬아슬한 높이에, 닿을 듯 말듯한 천장, 결국 남편은 페인트를 뒤집어 쓰고 아래로 떨어졌다. 바닥과 의자, 책상 장신구들에는 전부 페인트가 묻혀져 있었다. 하나도 멀쩡한 게 없는 이 집구석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우리는 쉴 새 없이 웃었다. 그냥 무슨 일이 생겨도 그와 함께였다면 언제나 행복했다. 몇년이 지났어도. 지금까지도.
아직까지 우리가 결혼한 이유도, 그때 내가 그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도, 왜 우리 둘이 운명처럼 그 식당에서 만나게 되었는지도, 하나도 모르겠다. 지금도 모르고, 앞으로도 모를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안다. '그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만은.'
천천히 방문을 열고 나왔다. 그러고서 한걸음, 한걸음, 다시 내딛으며 현관문을 열었다. 둘이 아니라 하나가 된 삶을 어떻게 잘 버틸 수 있을지 나조차 잘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직진했다. 천천히 나아가다 보면 깨닫게 될 것 같았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장으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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