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3. 20.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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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했다. 흘러내리는 물을 보고 꿈쩍도 못했다. 두 다리는 마치 인형처럼 멈췄고 심장만 더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어...어?!'' 멍했던 정신을 차리고 남편과 함께 홀로 내려갔다. 그곳으로 가보니 사람들이 빽빽이 모여있었다. 1등석, 2등석, 3등석 상관없이 전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서로를 보았다. 왜 하필 이 배인 걸까. 내 희망이자 꿈이자 새로운 시작이었던 이 배가 원망스럽고 후회 되기 시작하였다.
''우리 괜찮은거겠지..?'' 떨리는 목소리로 남편에게 말하였다. 남편은 말 대신 내 손을 더 꼭 잡아주었다.
''아아-선장입니다. 현재 우리 배는 격렬한 파도로 인해 경로가 이탈되어 바위에 부딪혔습니다. 승객 여러분들은 즉시 높은 곳으로 대피해주시길 바라며 선장인 제 실수에 깊은 죄송을 표합니다. 저는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끝까지...''
안내방송 따위 내 귀에 들어오지도않았다. 단지 죽고 싶지 않다 라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뒤엎었다. 안내방송이 끝나자마자 홀의 불이 꺼졌다. 그리고 발 아래에서도 촉촉한 느낌이 들었다. 물이었다. 물이 이곳까지 차오른 것이다. 순식간에 홀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사람들은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 아니,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사람들 사이 암흑 속에서 서서히 물이 차오르는 느낌, 그 느낌은 상상 이상으로 무서웠다. ''여보!!''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보니 남편과 잡고 있던 손도 함께 떨어졌었다. 그치만 그의 목소리만은 들렸다. 아주 선명하게. ''여보!! 우리 옥상에서!! 아니 살아서 만나자!! 나 여기 있으니까 걱정 말고!! 빨리 올라가!! 제발 죽지만 말고!! 우리 꼭 만나자!!'' 그가 네게 준 마지막 말이었다. 그에게 가고 싶었지만 인파 때문에 결국 옥상으로 먼저 올라갔다.
옥상에 올라와보니 모든 놀거리들이 한눈에 다 보였다. 불과 몇시간 전만 해도 사람들의 목소리로 시끄러웠던 그곳은 순식간에 생사가 결정될 장소가 되었다. 배는 다시 기울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전보다 더 많이, 더 높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점점 더 붙잡기 어려워졌다. 팔이 저려오고 온 몸이 추위에 떨었다.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만 같았다. 조금만 더. 앞으로. 위로...
떨어지면 죽는다라는 생각만 하며 악착같이 배 위로 올라갔다. 드디어 앞이 보였다. 나는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아...살았..흐읍...다..''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며 결국 구명 보트 앞에 도착하였다. 앞을 내다보니 벌써 사람들이 모여서 탑승 중이었다. 이제 남편만 찾으면 된다. 남편만 찾으면..남편만...남편...
'' 사상자 발생! 기절한 것 같습니다.구명보트로 먼저 이송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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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04. 03. 1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