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3. 16.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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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 한 달 전, '더 좋은 교사, 능력있는 교사가 되고 싶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 '본 받을 만한 인간이자 아빠가 되고 싶다.' 끊임없이 각오를 다지며 설레는 마음으로 새로 발령날 학교를 기대했다. 물론 마음 한 켠에는 조금의 걱정과 불안이 있긴 했다. '어떤 학교가 되려나, 몇 학년을 맡게 될까?, 어떤 학생들을 만나게 될까?'
개학 2주 전, 새롭게 개교하는 학교로 발령이 났고 학교는 바쁘게 돌아갔다. 이미 모든게 갖추어진 학교라도 새롭게 가게 되면 첫 해는 적응하기 힘들기 마련이다. 지난 4,5년 간 모든게 익숙해졌던 곳을 떠나 새로운 터를 잡는 다는 것이 원래 그렇다. 그런데 새롭게 시작하고 모든걸 새롭게 정하고 연필 한자루 까지 새로 사야하는 학교라니 하루하루 출근할 때마다 걱정이 커져갔다. 학생과 교육이 아닌 학교 정리와 청소가 급한 현실이 답답했다. 마음 한 켠에 있던 조금의 걱정과 불안이 눈덩이처럼 커져갔다. 마음 속에 설렘과 기대는 점차 자리를 잃어갔다. '올 해 잘 할 수 있을까?'
개학 날, 교실은 겨우겨우 정리했다. 하지만 불안하다. 10년 넘게 반복해서 맞이하는 개학 날인데, '항상 해왔던 것처럼 오늘도 잘 할 수 있을까? 6학년은 7년만인데, 괜찮을까? 어떤 아이들을 만날까? 정든 학교를 두고 전학오는 이유가 설마 무서운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루하루 출근하기가 두려운 1년이 되면 어쩌지? 아닐거야, 아닐거야, 제발 아니길 도와주세요!!!'. 복잡한 마음을 감추고 여유있는 척, 익숙한 척하며 우리 반 친구들을 만나러 시업식을 하는 강당으로 향했다.
평소였으면 다가가서 웃으면서 먼저 인사했을 나지만 혹시나 만만하게 보일까 먼 발치서 뒷모습만 유심히 살폈다. '다행히 지각한 학생이 없구나, 휴, 그래도 새로운 학교라서 긴장하고 있나보구나', 시업식을 마치고 교실에 돌아와서 나와 눈을 마주치는 아이들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니 마음이 놓였다. 그제서야 아이들이 걱정됐다. 교실에서 가장 여유로워야할 나도 불안한데, 겉모습은 다 커보여도 아이들인데 이 친구들을 얼마나 더 걱정되고 불안했을까, 우리 교실에서 환영받는 기분을 느꼈을까? 우리 학교가 자신들을 기다려왔다, 필요로 한다는 것을 느꼈을까? 아직 아니라면 앞으로 느끼게 해주고 싶다.
개학한 지 10일 된 기분, "다행이다", 다시 한달 전 처럼 기대되고 설렌다, 다시금 매일매일 욕심을 내고 각오를 다진다. 개학 날 봤던 아이들의 모습은 착한 척 하려고 쓴 가면이 아닌 것 같다. 10일이나 착한 아이 가면을 쓴다면 그게 더 대단하다.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다. 더 좋은 선생님 , 능력있는 선생님, 부지런한 선생님이 되어 5명 뿐인 우리 반 친구들에게 기억에 남는 1년을 만들어 주고 싶다. 한 명, 한 명이 소중하고 귀한 존재이다. 나도 마찬가지고 귀한 교사이다. 우리 교실이 서로를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하고 성장하는 교실이 되면 좋겠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에서 실패와 비난에 대한 걱정 없이 도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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