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3. 15.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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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비: 2.39:1
주연: 벤 위쇼 (장 비티스트 그루누이 역), 더스트 호프만 (주세페 발디니)
주제: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여정
갓 어머니의 배에서 나오자마자 생선 내장 사이에 버려진 그루누이는 '사랑'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커간다. 그에게는 해리포터 뺨치는 수준의 후각 능력이 있었고, 우연히 맡은 한 여성의 향기에 매료되어 그녀에게 접근한다.
하지만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그루누이에게 그녀는 공포를 느낄 수 밖에 없었고, 당황한 그는 우발적으로 그녀를 살해한다. 그가 그녀에게서 느낀 것은 사랑이었다. 하지만 이 감정이 사랑이라는 것을 그는 알지 못했고, 결국 여성을 죽여야만 (사랑)이라는 감정을 얻을 수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하지만 난 이쯤에서 이 영화를 다르게 바라보고 싶다. 향수는 누군가의 정체성을 표현한다. 예를들어 차은우의 향기를 생각하였을 때 예상되는 좋은 향들이 있는 반면, 거지를 상상했을 때 떠오르는 향기들도 있다. 즉, 향기는 나의 모습을 대변한다.
중반 부 쯤 한 여성의 향수를 뿌린 그루누이를 강아지가 주인인 줄 착각하는 장면이 있다. 강아지는 그루누이 못지 않게 후각이 뛰어난 생명체이다. 이에 따라 그루누이는 자신의 '향기'만 바꾼다면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즉 자신의 정체성을 바꾸자 하는 것이다.
왜 그가 미녀들만 골라 죽이는 걸까? 사실 중후반 부터 사랑하는 사람의 향기를 평생 간직하고 싶다는 취지는 벗어났다고 볼 수 있다. (그외의 12명의 사람들을 죽였기 때문에) 그렇다면 그루누이가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그루누이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평생 간직하기 위해 그녀가 되려고 했던 것 같다. 최근의 영화였다면, 성전환의 욕구로도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 같다. 그가 동굴 속에서 무엇을 깨달았던가? 자신의 향 즉 정체성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는 여성이 되기 위해 여성들을 죽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명심해야될 것은 그가 여성이 되려고 하는 이유는 사랑을 받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후반부에 이르러 그는 사랑의 종류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전까진 사랑이 '사랑'이라는 단 하나의 그룹에 속해있다고 생각했겠지만, 그의 뒤틀린 욕망이 가득 담긴 향수의 냄세를 맡은 모든 사람들이 그가 원했던 순수한 사랑이 아닌, 타락한 애로스적 사랑을 행하는 것을 보며 사랑에도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이 죽인 여성들을 나체로 벗겨놓고, 성폭행을 하지 않았다는 대목이 계속 강조되는 이유 또한 그루누이가 순수한 사랑을 원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그렇게, 그루누이는 자신의 방법이 옳지 않았음을 깨달으며, 그녀와 순수한 사랑을 나눴음을 상상해본다. 그리고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그러곤 그는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와 욕망이 가득 담긴 향수를 전부 뿌린다. 나레이터의 말대로 그는 세상을 제패할 수 있었지만, 그에게 목표는 오롯이 순수한 사랑이었다. 하지만 에덴 동산에서 수치심을 느낀 아담에게 인간은 이제부터 흙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던 성경의 구절과 같이, 그는 사람들에게 잡아먹히며 흙으로 돌아간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나는 고대 이집트에 13번 째 향수가 있었다고 말하던 발디니의 대사가 떠올랐다. 어쩌면 그 때도 그루누이와 같이 사랑받지 못한 천재가 존재했고, 같은 상황이 반복되온 것은 아닐까? 인간이 흙으로, 그리고 다시 인간이 탄생하듯 역사는 바뀌지 않은 채 순환하는 것 아닐까? 모든 인간은 결국 욕망에 복종하고, 빈부 격차는 언제나 존재하며, 사랑 받지 못하는 이들이 득실대는 이곳이 우리의 세상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향수라는 매개체를 통해 전달하였다는 것에 놀라움을 느꼈다.
전반적으로 영화는 마치 신화 혹은 동화책같았다. 정체모를 나레이터가 영화를 설명해주는 모습, 판타지적인 설정, 그외의 분위기들. 신화와 동화의 핵심은 어느 시대던 공통되는 부분들을 다룬다는 것과, 그로 인한 교훈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 영화 또한 한 편의 신화로써, 우리에게 어떠한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였다.
촬영: 후각의 시각화라는 아주 독특한 촬영기법이 인상 깊었다. 조금은 과할 때도 있었지만, 인상깊었다.
별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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