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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4 편지

Pencil

2026. 02. 05. 목요일

조회수 11

{이꽃님} 장편 소설
출판 : 문학동네
2018.02.09.
[언니에게]
방학 숙제로 곤충채집을 하다가 언니 편지를 받고 얼마나 깜짝 놀라는지 모릅니다.
제가 얼마나 소리를 질렀는지 채집통에 있던 매미도 깜짝 놀라 울음을 터트렸어요.
왜 아니겠어요?
옛날 옛날에 쓴 편지에 답장이 왔는 걸요. 그동안 저는 언니를 까맣게 잊고 살았읍니다.
그때 언니한테 편지 보내고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릅니다.
모르는 사람한테 오백 원 줬다고 엄마한테 얼마나 야단 맞았는지 아세요?
세상에 어린애가 돈을 준다고 그냥 꿀꺽 삼키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 동전 다시 돌려주면 좋겠 읍니다.
그때 편지 쓰고 나서 한 달 내내 밤마다 빌고 또 빌었읍니다.
언니한테 답장 오게 해 달라고요.
근대 2년 가까이 입 싹 닦고 모른 척하다가, 어떻게 이제야 답장을 보낼 수 있어요?
그것도 모자라서 날 편지 도둑 취급까지 하다니요.
이런 말 하면 언니가 내 동전을 돌려주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읍니다
언니는 아직까지 미x 있는 건가요?
인터넷은 뭐고, 초등학교는 또 무엇인가요?
그리게 가는 우체통 소리는 이제 듣기도 싫어요.
제 말 잘 들어 보세요. 지금은 1984년 입니다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어떻게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늘 2016년에 산다고 하는 건 아니겠지요?
미안하지만 저는 처음 편지를 받았던 그때의 제가 아니에요.
그땐 순진해서 언니를 걱정했지만 이젠 아닙니다.
저도 벌써 국민학교 5학년 입니다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정도는 금방 눈치 챌 수 있읍니다.
혹시 유리 겔러 알아요?
숟가락 구부리고 염력으로 물건을 움직이는 초능력자 말입니다.
우리 반에도 자기가 유리 겔러 처럼 초능력이 있다고 믿는 애들이 몇 명 있어요.
우리 선생님 말이, 유리 겔러는 사기꾼이라고 했읍니다.
초능력은 커 녕 다 마술사들이 하는 눈속임으로 거짓말하는 거라고요.
언니도 나한테 미술 비슷하나 걸 하려고 그러는 건가요?
그게 아니면 연탄 가스를 너무 많이 마셔서 미x 건가요
연탄 가스 때문이라면, 물김치 국물 좀 마셔 보세요.
어쨌든 내 오백 원만 돌려주면 이 편지는 없던 일로 해 드릴게요.



1984년 8월 8일
제발 오백 원을 돌려주길 바라는 은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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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니다>>> 습니다.
Pencil

2026. 02. 05. 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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