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2. 04.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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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꽃님} 장편 소설
출판 : 문학동네
2018.02.09.
[초딩에게]
야, 너 누구야? 내 편지 어떻게 봤어?
편지가 잘못 배달됐느니 어쟀느니 하는 이상한 소리 집어치우고 솔직하게 말해.
내 편지는 장확히 1년 뒤에나 배달된다고, 근데 네가 2주만에 내 편지를 받았다고?
게다가 너희 집 주소와 우리 집 주소는 완벽하게 다른데?
네가 느리게 가는 우체통에서 어떻게 내 편지를 훔친 모양인데 절대 용서 안 해.
느리게 가는 우체통 회사에 전화해서 꼭 잡아낸다 내가.
남의 편지를 뜯어보는 것만을로도 범죄가 되는 걸 모르는 모양이지? 설마 초딩이라 몰랐어요.
뭐 그딴 걸 변명이라고 할 생각은 아니겠지?
편지 훔칠 시간에 한글 공부나 더 해.
글씨체하며, 맞춤법하며 안 봐도 수준 뻔하다.
네 편지가 거짓말이라는 증거가 한 백 개는 되거든?
1982년이라 새겨진 오백 원짜리 하나 보내면 내가 어이구 진짜 이게 과거에서 왔네,
아유 신기해라, 뭐 이럴 줄 알았냐?
지금 당장 내 동전 지갑만 털어도 그보다 훨씬 이전에 만들어진 동전도 찾을 수 있어.
진하국민학교 3학년 이라고 했지?
내가 지금 당참 학교 홈페이지에 글 남길 거야. 너 딱 기다려.
[다시 초딩에게]
음.......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인터넷에 진하국민학교를 쳐 봤더니
진하 초등학교라고 뜨더라.
국민학교라고 하기에 국입 외국어 학교나 그 비슷한 종류의 학교라고만 생각했지.
그게 옛날에 쓰던 그 '국민학교'일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
하긴 이건 어디까지나 지어낼 수 있는 부분이니까.
학교 이름 하나 짓는 게 뭐 그리 어렵겠어?
근데 그냥 이렇게 넘어가기엔 좀 찝찝한 부분이 있더라고.
인터넷 찾아보니까 네가 편지에 쓴 것처럼 오백 원짜리 동전이 1982년에 처음 생겨났다더라.
1982년보다 아까 동저너 지갑에서 찾을 수 있다는 한 말은 취소.
느리게 가는 우체통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질문을 남겼는데, 초등학생은 물론이고 괴도 루팽이
와도 훔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어.
우체통 입구는 손가락 하나 들어갈 정도밖에 안 되고 자물쇠로 채워져 있는 데다가
정확히 1년 뒤에 보내기 위해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말까지 덧붙이더라고.
와, 진짜 당황스럽네.
정말 그런 거라면 내가 받은 편지는 다 뭐고, 넌 어떻게 내 편지를 읽을 수 있었던 거야?
그러니까 느리게 가는 우체통에 넣은 내 편지가 1982년의 너한테 배달이 됐다는 거야?
네가 보낸 답장이 2016년의 나한테 온 거고?
야, 말이 되는 소릴 해라.
도대체 누구야? 누군데 나한테 이런 장난 치는 거야?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건 앞뒤가 안 맞아.
나는 이 거지 같은 장난에 맞장구쳐 줄 생각 하나도 없다고.
P.S. 이딴 장난 하나도 아나 웃기거든?
누군지 모르겠지만 이제 장난 그만 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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