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1. 27.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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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비: 1.85:1
주연: 세르지 로페스 (루이스 역), 브루노 누녜스 아르호나 (에스테반 역)
주제: 세상은 이미 종말을 맞이하고 있고, 죽음은 언제나 곁에 도사리고 있다.
'시라트' - 천국과 지옥을 잇는 다리. 머리카락보다 가늘고, 면도날보다 날카롭다.
영화의 시작은 사막에서 레이브 파티를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빠른 템포의 음악이 거대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고, 사람들은 그 음악에 취해 미친듯이 춤춘다.
그런데 레이브 파티는 정치적인 면에서 모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레이브 파티는 히피 문화와 같이 자유, 초월적인 인간애 등을 상징하는 하나의 문화이지만, 영화의 배경인 모로코는 스페인과 프랑스에 철저히 식민 당했던 곳이다. 또한 레이브 파티는 영국에서 등장했고, 히피 문화 또한 미국인들의 문화가 아닌던가. 결국 자유를 추구한 이들은 식민 지배를 주도한 이들의 후예다. 이러한 면에서 레이브 파티는 모순적이다.
또한 바로 옆 지역에선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레이브 파티나 하고 있는 모습도 소름이 돋는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그러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에선 전쟁 소식이 들려오고 있지만, 별 신경도 그리고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될까. 죽기 전까지 춤이나 춰야할까.
영화에 일행은 두 그룹으로 나뉜다. 딸을 찾는 그룹과 다른 레이브 파티로 향하는 그룹이 있다. 이들은 이유 모를 군인의 통제를 피해 도망간다. 아까 말했듯이 이들은 자유를 추구하지만, 자유를 억압했던 사람들의 후예다. 이들은 지옥을 피해, 시라트 다리를 건너려고 한다. 하지만 시라트 다리를 건널 수 있는 존재는 의로운 존재 뿐이다.
중반은 비교적 지루한 로드무비 형태이다. 시라트 다리를 건너는 과정으로 보인다. 독특한 점이 있다면, 반복적으로 들려오는 사운드이다. 때론 소음으로도 들려왔다. 나는 이 사운드가 관객 또한 이 영화속에 참여시키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했다. 허나 나는 끝내 영화 속 인물이 되진 못하였다. 영화는 영화인 채로 남았고, 그렇게 남의 일이 되었다. 그런데 아까 말했듯이 우린 남의 일에 일절 신경쓰지 않는다. 전쟁이 나도, 기후 변화가 심각해져도.
눈이 슬슬 감기게 될 쯤 감독의 선물이 도착한다. 대부분의 영화는 극 구조가 뚜렷하다. 악당이 주인공을 압도했다가 결국에 파멸에 이르는 이야기. 하지만 이 영화에선 전혀 그렇지 않다. 주인공인줄만 알았던 에반이 한 순간에 사라진다. 그런데 이게 우리의 인생과 훨씬 맞닿아 있지 않은가? 때론 히어로 물에서 히어로가 이기더라도 찝찝한적이 있지 않은가?
후반부에 지뢰밭 장면도 같다. 죽음은 항상 우리 곁에 있다. 주변이 온통 지뢰밭인데, 지금까진 운이 좋게 밟지 않았을 뿐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생각 없이 혹은 눈을 감고 운이 좋길 빌 뿐이다. 영화에선 현실을 바라보고, 해결을 위해 노력해라라고 말하는 것 같지 않다. 생존한 인물들은 아무 생각이 없거나, 눈을 감은 존재들 뿐이다.
그렇다고 착한 사람들이 살아남지도 않는다. 대표적으로 에반이 그렇다. 세상은 부조리하고, 살아남은 인물들은 그렇게 도덕적이진 않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기차 위에 올라타 허무한 표정을 한 채 앞으로 나아간다. 어쩌면 기차가 폭발하여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게 있을까? 그저 운이 좋길 빌 뿐이고, 여전히 전쟁 (죽음)은 우리의 삶과 멀어보인다. 감독도 당연히 해결법은 모를 것이다. 그래서 이런 대사가 나왔던 것 같다.
"이미 세상은 종말을 맞이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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