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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솔러지 1-1

마 대리의 소설장

2026. 01. 25. 일요일

조회수 42

1장, 우연히 만난 그 둘
''승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여러분들의 즐거운 여행을 책임질 기장입니다. 오늘 저희 크루즈에 탑승하신...''
기장의 간단한 연설 후 배는 뱃고동 소리를 내며 출발하였다. 내 29년 인생 처음으로 가는 여행이 이제 막 시작될 참이었다.
우리 가정은 그렇게 넉넉치 못했다. 태어날 때부터 병원도 아닌 허름한 방안에서 나를 낳았고 7살 때까지는 거의 그 방에 갇히듯이 지내야 했다. 부모님의 얼굴은 초등학생이 되어서야 제대로 기억할 수 있었나. 그만큼 내 인생 자체가 시궁창이었다. 12년동안 그런 가정에서 살아온 나 자신은 딱 두가지를 배웠다. 하나, 인생은 존나 불공평하다. 그리고 둘, 그 인생을 어떻게든 살려내는 것이 내 숙명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사지가 망가져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하시는 부모님을 대신하여 아르바이트로 악착같이 생활비를 모았다. 물론 그렇게 하여 1달에 내가 받은 돈은 겨우 6만원이었지만. 그 이후로 계속 생활하다보니 어느새 적당한 직장, 적당한 월급, 적당한 생활에까지 오게 되었다. 남들 다 겪어본 일들을 10년이나 지나서 시도조차 해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원만하게 흘러갔던 내 삶에는 딱 하나의 구멍이 생기게 되었다. 바로 연애다. 남들 다 해본 것들을 이제야 이루기에 아직 그렇게 늦진 않았었다. 단, 나와 맞는 사람은 20대부터 찾아야 했나보다. 만나는 사람마다 족족 돈, 돈, 돈 얘기 뿐이었다. 나를 돈덩어리로 바라보는 사람들 뿐인 것 같았다.
그러던 중, 나에게도 드디어 맞는 사람이 찾아온 것 같았다. 밤 늦은 식당에서 조용히 뒷정리를 하던 내 눈 앞에는 기운이 다 빠진 남자가 서 있었다. 고된 일을 끝내고 주변에 불 켜져있는 식당에 아무 데나 들어온 것 같았다. 주변에서는 이상한 기운을 품고 있듯이 다가가기 조차 어려웠다. 차마 '마감중인데 다음에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멘트를 치지 못 할 것 같이... 힘들어보였다.
''여기 영업 하나요...?'' 기운이 빠진 목소리로 그가 말하였다. ''어...네!''
'집에 또 늦게 들어가겠네...' 생각했지만 이 만남이 나의 인생을 뒤바꿀 줄 몰랐다. ''그...주문하시겠어요?''
''여기 마감 안 된거 아무거나 하나 주세요...'' 그는 다시 한번 힘이 빠진 목소리로 말하였다.
''음식 나왔습니다.'' 그는 재빨리 음식을 해치우고는 가게를 나왔다. 그리고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계속 마감이 늦는 우리 가게에 찾아왔다. 처음에는 다시 돌려보내려 문을 닫고 불을 다 끄기도 하면서 눈치를 주었지만 그는 힘들어서 눈치를 못 채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모른 척하는 건지 며칠, 몆 주동안 저녁 늦게까지 밥을 먹다 돌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보다 더 힘들어보이는 모습으로 그가 들어왔다. 이번에는 말조차도 하지 않고 손짓으로 메뉴판의 음식을 가르키기만 하였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퇴근시간이 빨라지려면 이 남자의 고민을 들어주고 뭐라도 위로의 말을 던지면 더 이상 이렇게 늦게 오지는 않지않을까?' 라는 생각이. '뭐...딱 한번만 참고 이야기 듣고 위로해주거나 하면... 되겠지?' 나는 곧장 마감을 멈추고 그 남자 곁을 어슬렁거렸다. 그러고는 먼저 운을 떼었다. ''혹시... 뭔 일 있으세요..? 괜찮으시면 제가 고민이라도 들어드릴게요...''
그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입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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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울고 있었다. 그 남자를 안아주고 있었다. 어쩌다 이런 상황이 일어난걸까. 내가 울고 있었고, 내가 그 남자를 안아주고 있다니. 그렇지만...왠지 싫지 않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그가 늦게오는 사람, 퇴근시간을 늦추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그가... 갑자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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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이 배에 타는 날은 바로 그날, 내가 아까까지 이야기했던 바로 그날이었다. 누가 알까. 마감때마다 찾아와서 밥만 먹고 떠나는 사람과 내가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하게 된 것을. 솔직히 다시 모든걸 되돌아보면 그와 난 만날 때의 이야기는 단 하나도 정상적인 부분이 없었다. 그래도, 이유는 몰라도, 그가 난 좋았다. 그리고 오늘, 이 배에 타는 날은 바로 그날, 내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은 날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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