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28.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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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비: 1.85:1
주연: 카가와 테루유키 (아빠, 류헤이 사사키 역), 코이즈미 쿄코 (엄마, 메구미 사사키 역) ,코야나기 유우 (큰아들, 타카 사사키 역), 이노와키 카이 ( 막내, 켄지 사사키 역)
주제: 과연 너의 불행이 사회에 있을까?
이 가족들에겐 각자만의 비밀이 있다. 아빠 류헤이는 회사에서 잘렸지만 말을 하지 않고 있고, 엄마 메구미는 홀로 극심한 외로움을 느끼며, 큰아들 타카는 미군이 되고 싶고, 막내 켄지는 피아노가 치고 싶다.
우리는 생각한다. 회사에서 잘렸으면, 가족에게 말한 뒤 함께 대안을 생각하면 되는거 아니야? 홀로 외로우면 가족과 이야기를 더 하면 되는거 아니야? 미군을 원하면, 피아노가 치고 싶으면 하면 되는거 아니야?
과연 이 영화를 보고도 그 말을 할 수 있을까? 전혀 아니다. 그리고 이 가족은 현대의 보편적인 가족상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비밀이 또 끝까지 지켜지지도 않는다. 모두의 비밀은 금세 들키기 마련이고, 가족들은 되도 않는 권위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그 권위에 짓눌린 채 서로의 비밀을 모른 척하려고 한다.
비밀이 드러났을 때의 상황은 애로 만화를 보다가 들킨 선생의 모습을 보고 알 수 있다. 그야말로 권위가 바닥을 찍는다. 이후 그 선생은 말한다. "너도 날 무시해. 나도 널 무시할테니까." 처음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과를 하러 온 학생에게 저런 말을 하다니. 하지만 영화를 보며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이렇게 살고 있다고.
혼란스럽고, 부조리한 사회를 우리는 탓하지만, 사실은 내부에 더 큰 균열이 있다. 가족이 삼삼오오 모여있는 집이 아늑하고, 힐링이 된다면 과연 류헤이의 친구는 자살을 했을까? 그의 딸은 자신의 아버지가 잘렸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끝내 말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과연 그 권위를 지키는 것이 목숨만큼 중요하단 말인가?
오프닝에선 열린 창문으로 비바람이 들어오고, 메구미는 창문을 닫으며 흘러 들어온 물기를 닦는다. 하지만 이내 깨닫는다. 정말 폭풍우가 외부에서 들어오는 것이 맞나?
엔딩 또한 인상 깊다. 감독관을 포함하여 음악 중학교 입시를 보러 온 모든 가족들이 켄지네 가족을 바라본다. 부러운 듯이, 마치 저 가족은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하며 바라보는 것만 같다. 하지만 지금껏 영화에서 보여주었 듯 전혀 아니다. 그저 다시 서로의 비밀을 모른 척하고, 괜찮은 듯 미소 짓는 자들일 뿐이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세상이기도 하다. 아무리 총무과에서 오래 일했어도 이력서에 한 줄 쓰이는 것이 전부인 세상이기에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20분대의 장면이 인상 깊다.
류헤이는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는데, 그 친구의 전화 통화를 들어보니 잘 나가는 회사원으로 보인다. 그래서 류헤이는 그 친구가 떨어뜨린 볼펜을 졸졸 따라가 주워준 뒤 조금이라도 잘 보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친구 또한 잘린 회사원이였고, 그 전화는 1시간에 5번 벨이 울리도록 설정한 것이었다. 결국 사람은 보이는 것을 믿고, 그렇기에 집 안에서의 권위는 류헤이에게 남은 최종 자존심일 수 밖에 없다.
가족들은 각자 현재의 삶을 벗어나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발버둥 친다. 하지만 그 방식이 무엇이던 그들은 깨닫는다. 새 삶은 없다고.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저 서로의 비밀을 모른 채 하며 세상에 순응하거나, 자살을 하면 된다.
그들은 순응하길 선택했고, 켄지의 천재적인 피아노 실력으로 인해 다른 가족들에게 선망 받는 피상적인 권위만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연출>
가족이 모여 식사하는 장면이 굉장히 많다. 하지만 볼 때 마다 숨이 막힌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의도적으로 벽을 끼고 촬영을 하여 마치 화면비가 4:3으로 보일 정도로 답답하게 촬영을 한다. 뭔가 의도가 노골적으로 보여지긴 하지만, 그럼에도 인상 깊은 연출이었다.
<조명>
엔딩씬을 보면 켄지가 위치한 곳에만 밝게 조명을 비추고, 나머지는 그림자에 묻혀있다. 빛은 피상적인 권위를 보여주는 듯 하고, 그림자는 우리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하다. 켄지는 그렇게 연주가 끝나고, 가족들과 함께 프레임 밖으로 나간다. 어둠에 묻혀있는 사람들은 그들을 바라보기 위해 카메라 쪽을 응시하고, 이는 마치 관객들을 바라보며 "너희들은 다를 것 같아?" 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마틴 스콜세지의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가 생각나기도 하는 그런 엔딩이였다.
별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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