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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똥별 잡화점 (길다

선량한 이야기꾼

2025. 11. 09. 일요일

조회수 49

아주 오래전, 달빛이 쏟아지는 밤에만 열리는 신비로운 상점 '별똥별 잡화점'에는 온갖 신기한 물건들이 가득했고, 그곳의 주인은 아무도 본 적 없는 작은 별똥별 요정이었지. 그러다 비몽사몽한 정신의 아저씨가 상점에 들어갔어. 아저씨는 휘황찬란한 보석보다 더 반짝이는 먼지가 가득한 가게 안을 두리번거렸지. 코끝에는 솜사탕처럼 달콤한 별똥별 냄새와 쌉쌀한 옛날 종이 냄새가 뒤섞여 희한한 향기를 풍겼어. 아저씨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눈만 껌뻑이다, 이내 계산대 위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손바닥만 한 별똥별 요정을 발견하고는 눈을 비볐어. "여기가 대체 어디고... 이 작고 반짝이는 건 무엇인고..." 아저씨는 그렇게 중얼거렸어. 아저씨에게서는 막 마신 술의 알싸한 기운이 풍겨 나왔어. 어둠 속에서도 번쩍이는 넥타이를 보니 영락없이 회식을 마치고 온 모양인데, 잔뜩 풀린 눈동자 속에는 어딘가 모를 짙은 우울함이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었지. 요정은 아저씨의 코에서 나온 푸르스름한 술 냄새에 콧잔등을 찡긋했지만, 금세 그의 표정에서 뭔지 모를 쓸쓸함을 읽었어. 요정은 조심스럽게 작은 날개를 펴고, 아저씨의 어깨 위로 살짝 내려앉았지. 요정은 아저씨의 푹 고인 듯 찌뿌드드했던 정신이 마치 오랜 잠에서 깨어나듯, 번개처럼 맑아지기 시작했지. 흐릿했던 시야는 선명해지고, 뱃속의 울렁거림도 씻은 듯 사라졌어. 아저씨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양 볼을 짝, 짝 때려봤지만, 꿈이 아니었어. 정신이 맑아졌지만, 아저씨의 가슴속에는 여전히 무거운 돌덩이가 자리하고 있었어. 그런데 갑자기, 그의 목구멍에서 뭔가가 치밀어 오르는 듯한 기묘한 감각이 들었지. 말하고 싶지 않아도, 억지로라도 무언가를 쏟아내야만 할 것 같은, 알 수 없는 강한 힘이 그의 입을 열게 했어. 믿을 수 없는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마치 실에 묶인 꼭두각시처럼 그의 입에서 말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어. "허어... 이게 대체... 대체 뭘까..." 아저씨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다, 이내 자신의 깊고 무거운 사연들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마치 봇물 터지듯 요정 앞에서 풀어놓기 시작했어. 요정은 작은 날개를 살랑이며 아저씨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았고, 그 작은 눈빛 속에는 깊은 이해와 다정한 위로가 가득했지. 아저씨의 눈에 고인 깊은 슬픔이 마침내 강물이 되어 흘러내렸어. "난... 다 잃었어... 나의 하나뿐인 전부를..." 아저씨의 목소리는 흐느낌에 섞여 쉬어있었어. "사랑하는 아내가... 갑자기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내 목숨과도 같던 어린 딸은... 납치범에게 끌려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지..." 아저씨는 주저앉아 고개를 무릎 사이에 파묻었어. 세상의 모든 고통이 담긴 듯한 흐느낌이 별똥별 잡화점의 고요한 공간을 가득 메웠어. 그의 눈물은 오랜 시간 쌓였던 슬픔의 강을 이루어 바닥에 떨어져 별빛과 먼지를 흩트렸어. 요정은 아저씨의 비참한 모습에 자신의 작은 날개를 감싸 안았어. 그녀의 눈빛은 한없이 애처로웠고, 이 세상의 어떤 언어로도 위로할 수 없는 아저씨의 깊은 고통에 함께 아파하는 듯 보였어. 조용히 그의 곁을 지키며, 작은 어깨에 내려앉았던 요정의 몸에서 부드러운 별빛이 스며 나오기 시작했어. 요정은 아저씨의 어깨에서 사뿐히 내려와, 아저씨가 울면서 흘린 눈물 방울들과 그가 바닥에 무릎 꿇으며 흩뿌려진 잡화점의 오랜 먼지들을 조심스럽게 모았어. 요정의 작은 날개짓마다, 눈물 방울들은 영롱한 보석처럼 빛났고, 먼지는 마치 은하수의 티끌처럼 반짝이며 그녀의 손 안으로 모여들었지. 그리고는 별똥별 잡화점의 한구석, 오랫동안 빛바랜 천막 아래 가려져 있던 작은 가마솥을 툭 건드렸어. 오래된 가마솥은 요정의 손길이 닿자마자 어두웠던 표면에서 푸른빛이 감돌며 온기가 피어올랐지. 요정은 조심스럽게 모은 아저씨의 눈물과 먼지를 가마솥에 넣었어. 지글지글, 낮은 소리와 함께 가마솥 안의 액체는 진한 어둠을 머금었다가, 곧 찬란한 별빛처럼 반짝이며 끓어오르기 시작했어. 달콤하면서도 아련한, 이루어질 수 없는 꿈과 같은 향기가 상점 가득 퍼져나갔어. 요정은 잠시 가마솥을 지켜보다가, 눈길을 돌려 잡화점 깊숙한 곳에 있는 아주 작은 나무 주방으로 사뿐히 날아갔어. 그곳에는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낡은 통들이 줄지어 있었지. 요정은 그중에서도 뚜껑에 신비로운 문양이 그려진 통을 열고, 그 안에 담겨있던 은하수를 압축해 놓은 듯 반짝이는 가루를 한 꼬집 집어 들었어. 작은 병에 담았던 것과는 다른, 더 농축되고 영롱한 가루였어. 요정은 그 가루를 가마솥에 흩뿌리자, 끓어오르던 액체는 더욱 진하고 푸른빛으로 물들기 시작했어. 그리고는 나뭇가지처럼 생긴 작고 빛나는 요술 지팡이를 꺼내들고, 끓어오르는 내용물을 계속해서 부드럽게 저었어. 가마솥 안에서는 휙, 휙, 휙- 하는 규칙적인 소리와 함께 별빛이 튀어 오르고, 액체는 마치 꿈속처럼 투명하면서도 깊은 빛깔로 변해가고 있었지. 가마솥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며, 요정은 완성된 액체를 섬세하게 만든 작은 잔에 따랐어. 투명하고도 빛나는, 오색찬란한 무지갯빛이 감도는 신비로운 약이었지. 요정은 아저씨에게 그 잔을 건넸어. 아저씨는 이제 어떤 것도 의심하지 않는 듯했어. 깊은 슬픔과 알 수 없는 마력에 이미 홀린 듯, 그는 잔을 받아들자마자 망설임 없이 꿀꺽 마셨어. 차가운 액체가 그의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자, 심장이 얼어붙는 듯한 차가움과 동시에 뜨거운 빛이 온몸을 휘감았어. 눈앞이 번쩍이며 세상이 일렁였고, 아저씨는 바닥에 쓰러져 정신을 잃었어. 그 순간, 그의 몸에서는 눈부신 별빛이 뿜어져 나왔다가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렸지. 별똥별 잡화점에는 다시 고요함만이 내려앉았어. 아저씨는 어둠 속을 헤매었어. 무겁고 끈적거리는 어둠, 발버둥 쳐도 끝없이 가라앉는 심연이었어. 그런데 그 어둠 속에서 아주 멀리, 작고 희미한 두 개의 빛이 깜빡였어. 그 빛은 점차 선명해지며, 아저씨에게 손짓하는 듯 다가왔지. 익숙하고도 그리운, 심장이 찢어질 것 같은 온기와 함께. 점차 빛은 선명한 영상이 되어 아저씨의 눈앞에 펼쳐졌어. 따스한 햇살이 드는 거실, 아내가 해맑게 웃으며 그를 반기고, 작고 통통한 딸아이가 아장아장 걸어와 그의 다리에 매달려 재롱을 부리는 모습. 그것은 꿈이 아니었어. 너무나 선명해서 만질 수 있을 것만 같은, 하지만 이미 사라져버린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이 마치 실제처럼 그의 주위를 맴돌았어. 아저씨의 뺨에는 다시 눈물이 흘렀지만, 이번에는 사무치는 슬픔만이 아니었어. 마치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 굳어있던 마음의 얼음을 살살 녹이는 듯한, 설명할 수 없는 감동과 위로가 밀려왔어. 그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모든 추억과 사랑이 빛바래지 않고, 여전히 자신 안에 깊이 새겨져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지. 어둠 속에서 빛은 점점 밝아지고, 아내와 딸의 웃음소리가 마치 자장가처럼 그를 감싸 안았어.
아련한 꿈과 같던 기억들이 서서히 아득해질 무렵, 아저씨는 길고 깊은 숨을 내쉬며 눈을 떴어. 그는 여전히 별똥별 잡화점 한가운데 쓰러져 있었지만, 그의 표정은 더 이상 처연하지 않았어. 얼굴에는 비록 눈물 자국이 선명했지만, 그 안에는 짙은 우울함 대신 잔잔한 평화와 함께 새롭게 싹튼 강인함이 자리하고 있었지.그는 조용히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작은 별똥별 요정을 향해 미소 지었어.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진심을 담아 "고맙소... 정말 고맙소..." 라며 연신 고개를 숙였어. 그의 눈빛은 이젠 사라져버린 가족들에 대한 한없는 그리움과 슬픔을 넘어, 그들과의 소중한 사랑과 추억이 자신 안에 영원히 살아 숨 쉬고 있음을, 그것이 자신을 다시 일어설 힘이 되어줄 것임을 깨달은 듯 보였어.
별똥별 요정은 아저씨의 고백에 빙긋 웃으며, 작은 날개를 파닥였어. 그리고 그 순간, 상점의 모든 것이 마치 별똥별처럼 흩어지듯 점차 투명해지고 흐릿해지기 시작했어. 아저씨는 희미해져가는 요정을 향해 마지막 인사를 건넸고, 다음 순간 그는 달빛이 희미하게 남아있는 새벽 거리 한복판에 홀로 서 있었어. 별똥별 잡화점의 흔적은 그 어디에도 없었지만, 아저씨의 가슴속에는 새로운 새벽의 빛과 함께 사랑하는 가족들의 온기가 가득했어. 그는 길고 깊은 숨을 내쉬고는, 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닌 희망의 시작인 듯, 고요히 떠오르는 아침 해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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