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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런 아로노프스키 <더 레슬러> (2008)

영화광

2025. 10. 17. 금요일

조회수 44

화면비: 2.39:1
주연: 미키 루크 (랜디 '더 램' 로빈슨 역)
주제: 한 번 사는 인생 화끈하게.

레슬링을 좋아한다면 누구나 아는 선수 '더 램'. 물론 20년 전 이야기로, 현재는 퇴물이 되어 당장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판이다. 하지만 운이 좋게 몇몇 경기가 잘 풀리게 되고 20년 전 전설의 선수와 리매치가 잡히며 제 2의 전성기를 누리나 싶었는데, 갑자기 심장 마비로 쓰러지게 되어 다시 한 번 경기를 뛰면 죽게 된다고 의사가 말하게 된다. 한 평생 레슬링만 해오며 할 줄 아는 것 뿐이라곤 없는 랜디는 오랜만에 딸도 찾아가보고, 알바 타임도 늘려가며 열심히 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모두 붙잡힐 듯 하다 랜디의 곁을 떠나간다. 랜디에게 남은 것은 레슬링 뿐이다. 그가 가족도, 직업도, 그리고 팸도 누구하나 잡지 못했기에 레슬링은 그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그때 팸이 랜디를 찾아온다. 그녀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하지만 경기장 밖에선 수 많은 이들의 함성소리가 들려온다. 랜디는 자신의 심장을 걱정해주는 팸에게 말한다. " 저들은 나 같은 건 신경쓰지도 않아." 랜디도 알고 있는 것이다. 저들의 울려퍼지는 함성이 자신을 진정으로 좋아해서 지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단지 오락의 수단일 뿐인 것을. 그럼에도 랜디는 진정한 사랑을 줄 준비가 된 팸이 아닌 레슬링을 선택한다. 지금까지 관객의 함성이 진짜 사랑인 줄 알았는데, 그것만 들으면 멈추던 심장도 다시 뛰는 듯 했는데, 이제 와선 어쩔 수 없어. 그의 위풍당당한 앞 모습은 저 말을 하는 듯하다.
팸과 랜디의 직업에는 공통점이 많다. 우선 나이가 들 수록 수요가 감소한다는 점. 스트리퍼인 팸 또한 랜디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하지만 팸은 자신의 일을 포기하고, 자신의 아들을 위해 그리고 랜디를 위해 진정한 사랑을 추구하기로 마음 먹는다. 하지만 랜디는 그렇지 못한 채 마지막 램 슬램을 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어찌보면 낭만적인 엔딩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랜디가 자신의 죽음을 인지하고 램 슬램을 준비할 때 마지막으로 본 것은 수 많은 관객들이 아닌 텅 비어있는 팸이 위치했던 자리이다. 그리고 그가 뛰었을 땐 텅 빈 공허한 천장을 비출 뿐이다. 그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는 잘 살아온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바꿀 수 있는 기회조차 다 사라져버렸다. 압도적인 무력감에 굴복한 그의 모습은 완벽한 신파이다. 하지만 그의 삶에 있어 신파의 존재는 그리 나빠 보이진 않는다.

<연출>
시종일관 랜디의 뒷 모습을 카메라는 따라간다. 백 샷은 다큐멘터리 샷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굉장히 사실적이고 그 인물을 쫓아가는 듯한 느낌을 주어 다큐멘터리의 분위기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16mm 필름 카메라와 헨드헬드 촬영 기법까지 동원하여 퇴물 레슬러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의 분위기를 훌륭하게 연출했다.
관객은 영화 내내 그의 뒷모습만 쫓으며 일상을 경험했기에 마지막 앞모습으로 당당하게 등장하는 그의 모습이 대비되어 인상에 남았을 것이다. 지금까진 과거의 '더 램'을 쫓아 갔기에 뒷모습이 주를 이루었다면, 마지막엔 '더 램' 그 자체가 되었기에 앞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별점: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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