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 10.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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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4학년 겨울 때 알게 되었다(초딩). 그 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난 들떠서(그때까진 믿고 있었음) 학교에 갔다. 근데 진짜 산타가 없나? 싶어서 인터넷에 검색했더니....... 구글이 내 동심을 파괴했다. 성 니콜라스는 존재하지만 우리가 아는 새하얀 수염에 빨간 옷은 입고 매일 루돌프 썰매를 타고 크리스마스 이브 밤 선물을 나눠주는 산타 할아버지는 없다고.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휴일이 크리스마스였는데... 밤마다 몰래 깨서 트리 아래를 확인하고 오는 짜릿함이 즐거웠는데... 근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포장지는 그냥 택배 포장지마냥 무늬도 없는 밋밋한 갈색이었고 편지지도 점차 A4용지의 모습을 갖추었다.
그렇게 4학년 겨울 부모님이 크리스마스 이브 아침에 말씀해주셨다. "홀리야, 산타는... 없단다." 그 말은 나의 모든 동심을 파괴했고 책에서 늘 산타는 어린이들의 친구다, 하는 말을 믿었는데.... 빛나는 코의 루돌프도, 북극 공장에서 선물을 만드는 엘프도.... 없었다. 내가 겨울을 좋아하던 이유가 '크리스마스가 있으니까!' 였는데... 그랬는데......... 솔직히 그냥 계속 믿고 싶다. 그게 한 해를 끝내는 멋지고 행복한 일이었는데, 그 모든 행복과 즐거움이 한 순간 날아가 버렸다. 난 내 생일보다 크리스마스를 좋아한다. 크리스마스는 분위기가 있잖아.... 생일은 내 가족, 또는 내 친구들만 축하해주지만 크리스마스는 전 세계, 어딜 가든 크리스마스 장식과 트리로 모두가 그 시기에 꾸미고 데코레이션하는데... 내 인생에서 가장 싫은 순간 중 하나이다. 사실 다들 동심파괴니 뭐니 할 땐 그냥 나도 웃으며 말했는데.... 그 '동심 파괴'가 얼마나 고통스럽고 괴롭고 슬프고 가슴 아픈 것인지 알게 되었다. 매년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마다 엄청난 슬픔이 찾아온다.
난 정말 말도 안 되게 크리스마스를 좋아했다. 난 생일, 어린이날보다 크리스마스를 좋아했다. 뭔가 밤에 깨서 어두운 거실에 환히 빛을 발하고 있는 소나무 트리에게 달려가 나무 밑을 확인하고, 다음에 깼을 때 나무 밑에 있다는 걸 보는 순간 신나고 들뜨고 즐거운데..... 1년에 한 번, 딱 그때가 제일 즐거운데... 난 여행보다 크리스마스가 좋았는데.... 속일 거면 차라리 죽을 때까지 속이지. 포장지를 북북 뜯고 편지를 읽어보고, 새로 받은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게..... 어린이의 마음인데... 산타 할아버지는 누구보다 날 잘 이해해 주실 거야! 라고 생각하며 힘든 일도 다 견디고, 참아 왔던 나인데.... 이제 어떻게 버텨 나가지... 냉혹하고 차가운 책들을 읽어보면 맞는 것 같다. 이 세상에 날 이해해줄 사람은 없다. 나 자신이 이걸 견디고 이겨내야 한다. 하.... 아직도 그 생각을 하면 슬프다. 초등학교 4학년이 그렇게 나이가 많은 학년이냐고... 중1도 되게 어린 건데...!
어느 때보다 산타가 보고 싶다. 이제 난 크리스마스에 대한 애정은 식었으며 매일 매일이 지옥 같고 짜증난다. 목적지도 없이 방황하는 인생인 걸까? 목적이 곧 여행이고 여행이 곧 목적이다 라는 말은 틀렸다. 마음 속에 조금이나마 목표가 있어야 사람은 행동하는 것이다. 아무리 작아도 목표 하나는 있어야 한다. 목표 없이 사람이 어떻게 살겠는가? 10년이란 세월을 매년 말 크리스마스로 황홀하게 끝내며 힘차게 새 해를 시작하던 것이 나의 목표이자 희망이었다. 더 이상 산타는 없다. 동심이고 뭐고, 이젠 모두가, 산타가 없다는 걸 아는 아이들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크리스마스가 만들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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