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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했던 날 (많은 깨달음이 오고 갔던 일주일)

songlee

2025. 07. 25. 금요일

조회수 16

"송이 선생님, 아까 청우홀에 들어가라고 시키는데 쯔엉수안끄엉이 담배 뻑뻑 피우면서 제 눈을 똑바로 바라보더라고요. 선생님이 말하는데 담배 연기나 뻑뻑 뿜고. 걔가 그런 애예요. 그런 애들한테 마음 안 쓰는 게 좋아요. 2-1반 걔네... 공부를 떠나서 도박에 담배에..인간 구실도 못 하는데..."

무슨 말인지 안다. 마음 써 봤자 나만 힘들 거라는거.
근데 다른 선생님 방식이 꼭 내 방식이 될 필요는 없다.
세상에 도박과 술, 담배가 안 좋은 걸 모르고 하는 사람이 있나?

선생님이 말하는데 선생님 면상에 대고 담배 연기를 뿜어대는 행동이 진짜 잘못된 줄 모르고 그렇게 했을까. 걔네도 잘못된 행동인 거 다 알고 하는 거다. 그럼 애초에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원점으로 돌아가봐야 한다.

걔네도 다 안다. 자기들한테 어떤 선생님들이 진심으로 대하는지.

오늘 윤교수님이 교무실에서 나한테 물었다.
"정송이 선생님이랑 김미영 선생님은 그 악명 높은 2-1반을 맡았는데 어떻게 한 마디를 안하세요? 뭐 힘들다... 애들 진짜 답없다. 보통 이런 소리 하던데 좀 가르칠 만해요?"
그러니까 옆에서 명선 선생님이 "그 반은 진짜 살풀이를 한 번 해야 돼.. 굿을 해야 돼. 그 반은 안 돼. 애들이 진짜."

2-1반 남학생들 사이에는 서열이 있다. 물론 자기들끼리 정한 건 아니지만 보이지 않는 서열. 근데 미영 선생님이 먼저 말을 꺼냈다.
"송이 선생님, 2-1반 남학생들 사이에 서열이 있던데, 알고 계셨어요?"
"네. 쯔엉수안끄엉이랑 흐우흐엉이 엄석대 맞죠?"
얘네들이 이야기할 때 다른 남학생들의 반응을 보면 대충 파악할 수 있었다.
미영 선생님이 수안끄엉을 맡는 동안 난 흐엉을 파보기로 했다.

흐엉 첫인상.
참 잘생겼다. 근데 이 학생한테 말을 못 걸겠다.
흐엉은 이상하게 진짜 사람을 서늘하게 만드는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마음 속에 뭔가 장벽이 있는데 사람을 그 장벽 안으로 잘 안 들이는 느낌이었다.
옆구리에 한자로 문신까지 해 놔서 내가 더 기가 눌렸던 것일 수도 있다.
그 한자 무슨 뜻인지는 알고 몸에 새겼냐고 다음에 한 번 물어봐야겠다.
지난주에 흐엉이 수업 시간 내내 엎드리고 있길래 흐엉 팔을 탁 잡았다. 그러자 흐엉이 나를 올려다봤는데 순간 그 눈빛이 너무 서늘해서 잠시 주춤할 뻔했다. 그런데 이런 작은 기싸움에서 밀리면 앞으로 이 학생과 가까워질 수 없다. 나는 눈을 피하지 않고 진짜 끝까지 응시했다. 한참 동안 서로 쳐다보다가 흐엉이 입을 열었다.
"아르바이트했어요."
이것도 흐엉이 나한테 진짜 처음 입을 연 거였다.

그때 순간 이런 생각이 스쳤다. 너를 대하기 어려워하는 사람이나 선생님이 대부분이었겠지. 난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지. 이 자식.

오늘 칠판 탕탕 치며 준비한 거 계속 흐엉 읽게 시켰다. 쉬는 시간이 되었을 때 흐엉한테 가서 말했다. "흐엉, 저 솔직히 흐엉한테 되게 섭섭해요. 재정 선생님 수업 시간에는 그래도 필기 좀 했던데 듣기 수업 시간에 이러는 거.. 제가 핸드폰 안 걷고 편의 봐주니까..선생님 봐 가면서 지금 행동한다 이거예요?"

근데 흐엉이 갑자기 미소 짓더니 아무 말을 안했다. 목소리가 참 비싼 학생이네.

수업이 끝나는데 갑자기 흐엉이 손을 들었다.
"말씀하세요."
근데 흐엉이... 파파고로 막 뭘 검색하더니 번역된 한국어를 하나씩 읽어줬다.
"선생님, 저 이렇게 예쁜 선생님이랑 처음 수업해봐요."
와ㅋㅋㅋ, 이 짜식이 ㅋㅋㅋㅋㅋㅋㅋ 어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흐엉이 이런 말을 먼저 한다고? 이건 앞으로 나랑 잘 소통을 해보겠다는 의사였다.

용기내서 한 말인데 기특했다. 저런데 좋다고 넘어가버리면 선생님을 또 바보로 본다.
"그래요? 선생님이 마음에 들면 그 수업은 그래도 좀 열심히 들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정화 선생님 말대로 어차피 마음 더 써도 같은 돈 받겠지. 마음 안 써도 돈이야 나오겠지.
그래도 이 학생들과 옷깃만 스치는 사이로 남긴 싫었다.
나도 내가 어렸을 때 나를 따뜻하게 대해줬던 소수 선생님의 기억으로 힘든 걸 이겨내가는데, 이 자식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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