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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약속 42화

애나🍬

2025. 05. 22.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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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따라오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라비안의 단호한 목소리에,
루네시아 2황자는 아쉬운 듯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아쉽군요, 황녀 전하.
그럼 다음엔 낮에 뵙겠습니다. 해가 진 후는 불편한 시간이었나 봐요.”
그가 그렇게 말을 남기고 돌아선 후에도,
에리엔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라비안은 곁을 지키며 조심스레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괜찮아요. 이제 들어가지요.”
밤공기 속에서 둘은 더는 말하지 않고 천천히 걸었다.

에리엔이 집무실로 돌아오자마자,
낯선 기운이 그녀를 맞이했다.
“생각보다 산책이 길었군요. 황녀 전하.”
황후였다.
금실 가득한 옷자락을 우아하게 정리한 그녀는,
마치 오래 기다렸다는 듯 자리해 있었다.
에리엔은 당황한 기색 없이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왔다.
“이 시간에 여기까지 오시다니… 무슨 용무십니까?”
“그저, 오랜만에 황녀 전하의 얼굴이 보고 싶어졌습니다.
게다가 오늘밤 정원의 풍경도 참… 인상 깊었지요.”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지만, 말끝에는 날이 서 있었다.
“루네시아의 황자가, 밤중에 혼자 산책을 나선 여인을 따라올 정도라면…
그 또한 깊은 애정이 있으신 게겠지요?”
“황후 전하.”
에리엔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바라보았다.
“그분과 저 사이엔 아무런 사사로운 감정이 없습니다.”
“사사로운 감정이 없었기에 밤늦게 정원에서 마주했단 말씀이신가요?”
황후는 잔잔한 미소를 지은 채 다가왔다.
그리고 조용히 비웃듯 속삭였다.
“이렇게 무르군요. 그래서 어찌 황녀의 자리를 지키시겠다는 겁니까?”
“누가 황녀의 자리를 위협합니까?”
에리엔의 목소리엔 단단한 힘이 실렸다.
“어젯밤, 아무도 없는 정원이라 믿으셨습니까?
황후 전하의 말이 어딘가로 흘러간다면…
그 말이 누구로부터 나왔는지도 다들 궁금해 하시겠지요.”
그 순간, 문이 열렸다.
“황녀 전하. 보고드릴 것이....”
들어온 사람들은 제국의 중신들이었다.
내각의 대신 몇 명이 예정에 없던 회의로 에리엔을 찾은 것이다.
황후는 순간 몸을 돌리지 못하고,
그들 앞에서 방금까지의 말투를 그대로 유지한 채 말을 이었다.
“…다들 들으셨겠군요.
황녀 전하께서 요즘 귀한 손님과 정을 쌓으시는 듯하여,
저도 참 보기 좋다 생각하던 참이었습니다.”
대신들의 얼굴에 미묘한 기색이 번졌다.
하지만 에리엔은 눈을 가늘게 뜨며 나직이 웃었다.
“그러고 보니, 황후 전하께서 이른 연회를 계획하고 계시다 들었습니다.
그 손님께 ‘공식적인 자리’에서 환대를 하시려는 거겠지요?”
황후는 순간 움찔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바로 내일.
귀국을 위한 공식 환영연회가 열릴 예정이랍니다.
황녀 전하께서도 참석하셔야지요.
공식적으로, 정원을 거닐던 이유를… 설명해 주시길 기대하고 있답니다.”
에리엔은 그 초대가 단순한 외교적 절차가 아니라,
자신을 몰아세우기 위한 장치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
“좋습니다.”
에리엔은 천천히 일어나 황후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연회, 제가 직접 준비해도 될까요?”
황후의 미소가 조금 사라졌다.
“무슨 의미죠?”
“황후 전하께서 궁금해하시는 모든 것을,
그 자리에서 풀어드리겠다는 뜻입니다.”
“과연…”
황후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조금 더 다가섰다.
그녀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기대할게요,에리엔 황후"

#1 자유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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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걍아아아아아아아아악
꼴까닥
레나🐐(하리니)

2025. 05. 22. 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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