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5. 07.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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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궁의 봄맞이 연회는 화려한 조명과 고운 음악 속에서 계속되고 있었다. 세레나는 여전히 연회장의 한가운데에서 어지러운 마음을 안고 서 있었다. 카일 라젠하르의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내가 널 지켜주겠다고 약속했잖아.’
하지만 그런 기억은 없었다. 아무리 떠올려도, 그런 인연은 그녀의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세레나.”
낯익고 다정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루시앙이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걱정스러운 눈빛을 한 채, 그녀의 곁에 섰다.
“괜찮아?”
“응, 그냥… 조금 머리가 아파서.”
세레나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만, 루시앙의 시선은 그녀 너머를 응시하고 있었다. 곧장, 낮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다가왔다.
“그녀는 괜찮지 않아. 기억나지 않아서 혼란스러운 거야.”
카일이었다. 그는 여전히 냉정한 표정으로, 조용하지만 단단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니까 더는 건드리지 말지.” 루시앙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엔 더 이상 여유가 담기지 않았다. “기억에도 없는 약속을 들이대면서 혼란스럽게 만드는 건—네가 할 짓이 아니야.”
카일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아주 살짝 올렸다.
“그건 네가 정할 문제가 아니잖아, 루시앙 드 베르제르.”
“그래서 계속 네가 옳다고 우기는 거냐?”
루시앙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그의 손이 무의식중에 움켜쥐어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루시앙은 성큼 다가가 카일의 옷깃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이젠 질렸어. 대체 뭘 알고 있는 거지? 어디서 나타난 놈인지도 모르겠고.”
“손 치워.”
카일의 말투는 차분했지만, 눈빛은 싸늘했다. 마법진이라도 당장 발현시킬 기세였다.
“그만해.”
세레나가 조용히 말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들리지 않는 듯했다.
“내가 조용히 넘어가는 것도 한계가 있어. 세레나는 네 장난감이 아니야.”
“장난감처럼 대해온 건 너 아니었나?” 카일이 대꾸했다.
찰나의 순간, 루시앙이 주먹을 들어 올리려는 찰나—
“그만하라고 했잖아!!!”
세레나의 외침이 연회장을 가르는 듯 터져 나왔다. 두 사람의 동작이 멈췄고, 그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세레나는 격하게 숨을 쉬며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분노와 혼란, 그리고 어딘가 아픈 감정이 교차하고 있었다.
“왜… 왜 다들 내 앞에서 이렇게 싸우는 건데? 나를 지키겠다는 사람들이, 왜 나 때문에 상처 주고받으려는 거야…”
말을 이어가려던 세레나는 순간 어지럼증에 휘청거렸다. 주변 풍경이 흔들리는 듯했고, 손에 쥐고 있던 작은 부케가 바닥에 떨어졌다.
“세레나!”
루시앙과 카일이 동시에 다가왔다. 루시앙은 그녀의 팔을 부드럽게 붙잡았고, 카일은 재빨리 반대편에서 그녀의 허리를 떠받쳤다.
“너무 무리했잖아, 아까부터 상태가 안 좋았는데.” 루시앙이 그녀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는 내게 맡겨.” 카일이 낮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건… 내가 책임져야 할 일이야.”
“너, 이제 그만 좀—!”
“그녀가 필요로 하는 건 네가 아니야.”
서로를 향한 말들이 매섭게 이어졌고, 세레나는 그 사이에서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의 손이 그녀의 어깨를 동시에 붙들고 있었다.
“...제발, 그만 좀 해. 나 정말… 더 이상 모르겠어.”
그녀의 목소리는 작고 떨렸지만, 그 어느 때보다 진심이었다. 그 말에 두 사람 모두 입을 다물었고, 잠시 연회장에는 묘한 정적이 흘렀다.
**
그날 밤, 연회장의 한쪽 끝에서 조용히 앉아 있는 세레나의 곁엔 누구도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
오직 두 사람만이, 서로를 경계하며 멀찍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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