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5. 07.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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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나 폰 리헬트는 아침 햇살처럼 눈부신 미소를 지으며 정원을 걷고 있었다. 머리엔 붉은 루비가 박힌 리본을 매고, 손엔 막 피어난 하얀 백합을 들고 있었다. 오늘도 할아버지는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이렇게 말했다.
“내 사랑하는 세레나, 오늘도 우리 집의 태양이구나.”
세레나는 황제의 외동딸인 어머니와 전설적인 마법기사였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귀족 영애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녀를 특별하게 만든 건, 리헬트 가문 전통의 ‘별의마력’을 타고났다는 사실이었다. 황실에서도 쉽게 다룰 수 없는 별마법을 그녀는 열 살이 되기 전부터 다루었다.
하지만 세레나는 자신의 재능보다 소중한 것을 알고 있었다.
“할아버지, 오늘은 루시앙이랑 약속이 있어요. 나무 아래에서 책 읽기로 했는걸요.”
할아버지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지만 곧 미소를 지었다.
“그 녀석 말이냐. 네가 어릴 때부터 졸졸 따라다니던 그 꼬마.”
“지금은 꼬마 아니에요. 17살이니까요!”
“후후, 그렇지. 아무튼, 네가 좋아하는 친구라면 나도 믿지.”
루시앙 드 베르제르는 리헬트 가문의 이웃 영지의 후계자다. 그는 세레나와 여섯 살 때 정원에서 처음 만났다. 그날, 세레나가 울고 있는 걸 본 루시앙은 작고 더러운 손수건을 꺼내주며 말했다.
“울지 마. 내가 지켜줄게.”
그 약속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했다.
세레나는 약속 장소인 정원의 큰 자작나무 아래로 걸어갔다. 그곳엔 이미 루시앙이 도착해 있었고, 무릎에 책 한 권을 펼쳐놓고 있었다. 그의 머리칼은 햇빛에 반사되어 금빛으로 빛났고, 청색 눈동자는 하늘보다 더 맑았다.
“늦었네, 세레나.”
“딱 2분 늦은 거야. 오늘은 아침부터 백합이 너무 예뻐서.”
세레나가 미소 지으며 앉자, 루시앙은 조용히 책을 덮었다.
“그런 건 말하지 않아도 예뻐, 너는.”
“또 그런 말… 너무 익숙해서 설레지도 않는다니까?”
세레나는 장난스레 루시앙의 어깨를 툭 쳤지만, 루시앙은 아무 대꾸 없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정리해주었다. 그들의 평화로운 시간은 마치 영원히 지속될 것 같았다.
그러나 그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며칠 뒤 열린 황궁의 봄맞이 연회. 귀족 자제들 사이로 묘하게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한 소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회색빛 머리, 창백한 피부, 검은 군복 같은 마법사의 복장.
그는 누구보다 조용히 나타났지만, 그 존재는 유난히 눈에 띄었다.
세레나가 낯선 기운을 느끼고 고개를 돌린 순간—
그가 다가왔다. 단호하고도 조용한 걸음으로, 그녀 앞에 서며 말했다.
“세레나 리헬트.”
“내 이름은 카일. 넌 나를 기억 못 하겠지만, 나는 널 찾기 위해 여기에 왔다.”
그의 말에 주변의 공기마저 묘하게 가라앉았다.
세레나는 가볍게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기억… 못 한다고?”
루시앙은 무언가 감지한 듯, 세레나의 앞으로 한 발 다가섰다.
소년의 눈동자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것은 그리움이었을까, 아니면 오래된 원한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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