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5. 05.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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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녀님을… 황태자 전하께서 똑바로 바라보신 걸 보셨어요?”
“설마. 그 자리에 황녀가 있었는지도 모를 텐데.”
속삭임이 들끓는다.
나는 웅크린 듯 구석에 앉아 있었고, 샴페인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엘레노아 황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자, 하얀 외투 자락이 바로 앞에 보였다.
빙국 황태자.
내 또래처럼 보이는 소년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눈동자는 이상하리만큼 투명해서, 거짓을 숨기지 못할 것 같은 인상이었다.
“…저요?”
“네. 맞죠? 아까… 여기서 저랑 눈 마주친 사람.”
그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를 향하고 있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죄, 죄송해요. 그게, 그냥… 제가…”
“숨으려고요?”
그가 고개를 기울였다.
“…그건 아니에요.”
“그럼 왜요?”
말을 잇지 못했다.
무슨 말을 해도 변명처럼 들릴 것 같아서.
그는 조용히 내 옆에 섰다.
“여기, 꽤 춥네요.”
나는 흠칫 놀라며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 말은, 분명히 나한테 한 말이었다.
황궁의 이 구석이, 나에게 유난히 차갑게 느껴진다는 걸… 그가 어떻게 안 거지?
“전 춥다는 말, 잘 안 해요. 그런데 여긴 조금…”
그가 말을 멈췄다.
그리고 슬쩍, 내 손끝을 봤다.
“손 시려워요?”
“아, 아니요… 아니긴요…”
나는 손을 뒤로 숨겼다.
사실, 좀 시렸다. 드레스 소매가 짧아서 그런가 싶었는데, 그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이 연회, 재미있진 않네요.”
그가 툭 던졌다.
“…그런가요?”
“저는요.”
그가 고개를 돌려 나를 똑바로 봤다.
“여기서 제일 괜찮은 사람이 누군가 했는데, 황녀님이셨네요.”
숨이 턱 막혔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그 눈엔 웃음기가 없었다.
“그런 말, 쉽게 하면 안 돼요.”
나는 고개를 돌렸다.
“왜요? 진짜니까.”
나는 다시 그를 쳐다봤다.
그 눈동자는 조금도 흐려지지 않았다.
“그런 말 들으면…”
내가 작게 중얼였다.
“죽고 싶어지니까.”
빙국 황태자는, 아무 말 없이 나를 한참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그럼, 제가 지켜줄게요.”
나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는 진심처럼 말했다.
“죽고 싶게 만들지 않도록, 지켜줄게요. 엘레노아 황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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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5. 05. 14:13